우주 SF를 가장한 공포영화 '이벤트 호라이즌 (1997)'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세월이 참 빠릅니다. 1997년 이벤트 호라이즌이 개봉했을 때 그 놀라움이 지금도 생생한데, 세월은 벌써 영화 처음 자막에서 달에 식민기지를 설립했다는 2015년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47년인데 앞으로 약 20년 후에 블랙홀을 지나 다른 차원의 우주를 인간이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당시는 2015년에도 달에 기지를 설치하는 걸 넘어 화성에서 채광을 시작하고, 해왕성까지 유인 우주선으로 탐사를 할 수 있다고 믿었나 봅니다. 20년 전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시절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니 세월이 어찌 이렇게 빨리가나 싶어 서글프기도 하네요.

2040년 태양계를 탐사하던 이벤트 호라이즌호는 해왕성을 지나 실종됩니다. 그로부터 7년 후, 실종되었던 우주선에서 신호가 포착되어 미 우주항공국은 생존자 확인과 조사의 임무를 위해 루이스 & 클락호를 파견합니다. 대원 중에는 이벤트 호라이즌호를 설계한 위어 박사(샘닐)도 포함되어 있는데, 현장에 도착해보지만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생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존재가 분명 있다는 걸 모두 직감합니다. 그리고 호라이즌호에 탑승한 선장(로렌스 피시번)과 대원 그리고 위어 박사는 기억 속에 있는 과거 아픔에 대한 환영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서서히 미쳐갑니다.

 

원래 이 우주선은 블랙홀을 만들어 차원을 이동할 수 있도록 극비리에 설계된 우주선이었는데, 차원 이동을 한 차례 한 뒤부터 기존의 대원들은 서로를 처참하게 죽이며 '지옥에서 당신을 구하라'는 말을 남긴 영상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우주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력함 힘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선장은 지옥으로 변해버린 호라이즌호에서 대원들을 데리고 탈출하려 시도하지만 악령에 씌어 모두를 데리고 차원 반대편으로 가려는 위어 박사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예측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극에 달합니다. 범죄스릴러든 슬래셔든 오컬트든, 공통적으로 악당과 알 수 없는 존재가 예측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인간이 접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인 우주와 그 곳에 있는 능력을 가늠할 수 없는 영적인 존재가 등장해서 공포는 한껏 배가 됩니다. 우주 공포영화는 <에일리언>이나 <팬도럼> 등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잘 만든 영화는 이벤트 호라이즌이 아닐까 싶습니다. 18년이나 지난 지금에 보더라도 우주와 우주선의 표현은 꽤 섬세하고 현실감 있습니다. 물론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같이 현대의 영화와 비교할 바는 아닙니다만...

 

이 영화를 칭찬해주고 싶은 건 대단한 상상력입니다. 지금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들이 종종 개봉하고 있습니다만, 인간의 영역 밖에 있는 신의 영역(좋은 신이든 지옥의 악마든)까지 끌어들여 서사를 짜임새 있게 만들어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모탈 컴뱃>, <데스 레이스>, <레지던트 이블> 등을 감독했던 폴 앤더슨 감독의 거의 초창기 작품이라 더 애착이 가는데, 이 영화 이후 우주 공포영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죠.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앤더슨 감독이 제작했던 <팬도럼>이란 영화도 괜찮을 거에요. 내용은 비슷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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