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역 명사들의 삶과 역사 이야기를 들어보고, 지역 관광명소를 돌아보는 여행 콘텐츠 개발 시범사업을 5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조선의 마지막 황손인 '이석' 선생의 토크콘서트가 전주 한옥마을에서 있었는데, 6월에는 강릉 보헤미안 박이추커피공장에서 대한민국 1세대 바리스타인 강릉 커피명인 박이추 토크콘서트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박이추 선생은 제일교포 2세로서 일본 도쿄에서 낮에는 트럭운전을 하고 밤에는 커피교육을 받으며 커피에 대한 꿈을 키웠는데, 1988년 홀연 한국에 들어와서 드롭커피의 열풍을 몰고 온 장본인입니다. 당시 서울 혜화동에서 카페를 하셨다던데, 지금은 강릉에서 보헤미안 박이추커피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생의 토크콘서트와 그리고 향기로운 예멘 모카 사나니 한 잔 마시며 강릉을 한 번 둘러 볼까요?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공장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던 지난 금요일 오후,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갔지만 토크콘서트를 보러 온 30여명의 사람들과 커피 맛을 보러 온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더군요.
우산의 빗물을 탈탈 털고 안으로 들어서니, 안목해변 카페거리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활기찬 모습입니다.
먼저 2층 밝은 자리에 앉아 오늘의 커피 '예멘 모카 사나니'를 한 잔 합니다. 보헤미안의 커피 가격은 안목해변 카페들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더군요. 오늘의 커피는 4천원이고, 대부분 4-5천원 정도네요.
숙련된 바리스타들이 내리는 드립커피. 뜨거운 물을 만난 커피가 바글바글 거품을 내는 모습이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여러 잔을 주문해도 동시에 똑같이 딱딱 만들어 내는 모습이 멋지네요.
제가 찾은 날의 오늘의 커피인 예멘 모카 사나니(Yemen Mocca Sanani), '모카'라는 말은 예멘의 커피 수출항구의 이름인데, 소스를 첨가해서 초콜릿 풍미를 가미한 커피의 독특한 맛 때문에 요즘 '카페 모카'란 말의 어원이 된 곳이죠. 이 커피는 부드러우면서 쌉쌀 달콤한 풍미가 있습니다. 여성들이 딱 좋아할만한 그런 맛이에요. 물론 남자인 저도 맛있었답니다.
그리고 토크콘서트에 앞서 건물 한쪽에 있었던 로스팅공장 견학. 박이추 커피공장 안에는 대형 로스팅기계가 갖춰져 있는데요, 이 기계들은 (반)열풍식이 아니라 직화방식으로 가스를 이용해서 볶는 기계에요. 요즘은 로스팅을 직화방식으론 잘 하지 않는데 독특하게 이곳에선 가스를 이용한 이런 기계를 쓰고 있네요. 두 방법은 맛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뭐가 좋다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아무튼 태어나서 많은 로스팅 기계들을 봐왔지만 이곳이 가장 크네요.
공장 견학을 마치고 박이추 선생의 토크콘서트가 시작됩니다. 그가 어린시절 일본 큐슈에서 살았던 이야기, 낙농인을 꿈꾸고 한국으로 귀화해 목장을 꾸렸던 이야기. 도시가 그리워 다시 일본 도쿄로 돌아가 커피를 배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혜화동에서 커피점을 열어 목장보다 더 힘든 커피점을 알게 되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들. 그런 과거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커피명인'이란 이름을 가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선생의 커피 핸드드립 시연이 있었어요. 젊은 시절부터 백발이 무성해질 때까지 수십 년간 반복해서 내렸을 그의 핸드드립 모습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세 번 돌고, 뜸 들이고, 다시 돌고, 부풀어 오름을 통제하며 커피 내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이제 박이추 선생께 배운대로 우리도 커피내리기 체험을 해봐야겠죠? 필요한 도구들은 모두 테이블 위에 준비되어 있네요.
원두 가루를 두 스푼 넣습니다. 오늘 체험에 사용된 커피는 '아프리카 카메룬'이에요. 이 원두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커피인데, 원두커피로 많이 사용하는 아라비카도 아니고, 믹스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브스터도 아니에요. 아프리카에서만 나오는 리베리카라는 종인데 독특한 신맛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카메룬에서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아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아주 고급스런 커피는 아니랍니다.
저도 커피를 내려봅니다. 부풀어 올랐을 때 사진을 담고 싶었는데,
포트를 놓고 카메라 촛점을 잡으면 퓨슉~ 하고 꺼져버리네요.
아무튼 그렇게 돌리고 돌려서 제가 추출한 커피에요. 150cc 정도만 뽑으면 되는데, 전 조금 더 뽑아 190cc 정도 만들었습니다. 조그만 찻잔에 드신다면 150cc 뽑으면 딱 맞을 거에요.
개인적으론 압력으로 뽑은 에스프레소를 더 좋아하지만, 이렇게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도 향기가 꽤나 좋습니다. 언뜻 드립과 에스프레소는 맛이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느낄 수 있는 풍미는 완전히 달라요. 에스프레소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압력을 가해 오일성분과 커피의 많은 성분들이 빠져나와 구수하고 쓴 맛이 더하지만, 드립은 종이필터를 거치고 압력이 가해지지않아 깔끔한 맛과 향기가 좋아요. 그래서 비교적 장시간 추출한 드립커피가 카페인은 좀 더 많지만 특유의 커피향기를 맡기 쉽기 때문에 대부분은 핸드드립이 더 맛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추출 체험을 한 사람들과 건배~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체험이 끝나니 이날 핸드드립에 사용했었던 카메룬 커피를 100g 씩 나눠주네요. 저도 커피를 좋아해서 에티오피아 모카 시다모를 200g 한 봉지를 샀습니다. 가격은 2만원이더군요. 에티오피아 모카 시다모는 적당한 산미와 독특한 향미가 있는데, 한 동안 제 아침은 모카 향기로 가득할 거에요!
함께 가면 더 좋을 강릉 가볼만한 곳
선교장
선교장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대부호 양반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100칸이 넘었던 한옥의 규모에다 연못 위의 활래정이란 전각이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대궐 밖에선 조선에서 가장 큰 집이었는데, 손님접대에 후하고 소작인들에게도 아낌이 없어 배고픈 사람이 없을 정도로 덕을 쌓았던 집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 양반들은 경국대전에 의거해서 99칸 이하의 집만 지을 수 있었는데, 왜 이곳은 100칸이 넘었을까요? 바로 태종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의 후손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은 왕실을 제외한 모든 양반 사대부들에게는 99칸 이하라는 규제를 두었답니다.
+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운정길 63
+ 전화 : 033-646-3270, 4270
강릉예술창작인촌의 동양자수박물관과 목화열애 체험
2010년 아이들이 떠난 경포초교 건물을 리모델링 해 다시 문을 연 '강릉예술창작인촌'은 공예와 디자인 작가들의 창작과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20여명의 작가들이 모여 다양한 공예와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작가들의 작품을 구경할 수도 있고,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중에서 동양자수박물관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자수를 서로 비교해가며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인데요, 우리 조상들의 실제 생활에 밀접한 전시물들이 많아 그들의 뛰어난 미적감각과 생활상을 아름다운 자수와 함께 느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7회 강릉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강릉 관광두레 목화(木火)열애'란 체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강릉에서 난 소나무로 만든 커피보관함에 불을 지져 글을 세기고 그림을 그려넣는 체험입니다. 이것과 함께 소나무로 만든 커피 분쇄기인 핸드밀도 만들어 볼 수 있는데, 커피의 도시 다운 재미있는 체험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위 사진의 가장 왼쪽이 제가 만든 커피통인데, 각자 넣고 싶은 그림이나 글자를 세겨넣고 옻성분이 들어 있는 오일염료를 바르고 문질러 색깔을 내는 체험입니다. (물론 옻을 타지 않도록 유해한 성분은 제거한 겁니다.)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모두 재미난 체험이 될 거에요.
안목항(안목해변) 커피거리
커피의 도시 강릉을 대표하는 곳은 안목해변 커피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최근엔 대기업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대거 들어서서 상업적인 냄새가 나긴 하지만, 전국에 유명세를 떨치는 강릉의 커피문화가 싹튼 곳임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옛날 자판기 100여대가 늘어서 있고, 각 자판기마다 서로 다른 맛의 커피로 시작되었던 거리는 이제 해변을 가득 채운 커피전문점으로 북적입니다. 물론 지금도 자판기는 그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곳곳에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해변의 건물 창가나 모래해변 벤치에 앉아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기막힐 정도로 맛있습니다.
마치며...
한국관광공사 명사와 함께하는 지역이야기는 앞으로 7월부터 9월까지는 구례의 구례향제줄풍류 명인인 이철호 선생, 하동의 시인이자 평사리문학관장이신 최영욱 선생, 그리고 안동의 한학자이자 농암이현보종손인 이성원 선생의 토크콘서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 이벤트페이지에서 신청하시거나 www.koreastoryteller.com 에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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