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릉여행에서 아침은 초당순두부를 먹었어요. 초당은 강릉의 초당동을 말하는 건데 이 지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 가보실 원조초당순두부는 1930년에 조동인 할머니가 간수 대신 동해안의 바닷물로 두부를 띄워 지금의 강릉중앙시장 좌판에서 팔기시작한 게 처음입니다. 지금은 조씨 할머니의 후손들이 강릉시 초당동에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어요. 지금은 초당동에 순두부 식당이 많아 졌지만 그 시작은 이곳이란 걸 증명하듯이 현재 '한국 전통문화 보존의 집'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맛은 어떤지 내려가 볼까요~
전날 술을 마셨음에도 아침을 먹어보겠다고 아침 8시에 일어나 식당으로 향합니다. 전날 숙소는 경포 에메랄드 비치 호텔이었는데, 밖으로 나오니 어마어마한 파도가 치는 경포대 해수욕장이 바로 앞이네요.
전날 많은 비가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더니만 해변으로 해초들이 많이 밀려왔네요. 날은 꾸물꾸물해도 바다는 언제나 상쾌합니다.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차로 5분 정도 달리니 강릉 초당동에 있는 원조초당순두부 식당에 도착합니다. 가게 앞은 굉장히 오래된 소나무 숲이 있는데 소나무 구경하는 재미도 있네요. 주변을 둘러보면 풍경이 꽤 좋더군요.
메뉴는 3가지가 있는데 전부 두부를 이용한 것들만 있네요. 우리 일행은 순두부백반으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7,500원으로 순두부 치고는 그리 싸지 않은 가격인데, 이런 여행에서 이런 원조 음식 먹어보지 또 언제 이런 걸 먹어보겠습니까? 가끔 현지인들이 댓글로 "현지인은 이런 거 안먹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도 수원에 살 때 수원갈비 안 사먹었고, 부산에 살 때 자갈치시장에서 생선 사거나 횟집을 가지 않았답니다. 현지인은 그곳에서의 생활이 일상이라 관광객들이 가는 식당을 가지 않는 건 어딜 가나 마찬가지죠. 여행 왔다면 이런 곳에서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여행의 한 부분으로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아침 8시에 눈 비비며 먹는 초당순두부. 조촐한 아침상이 차려졌네요.
순두부가 맛이 심심하기 때문에 짭쪼롬한 된장국과 비지찌개가 맛이 괜찮네요. 속이 확 풀리는 느낌입니다.
이게 방금 만든 순두부에요. 원조초당순두부는 지금도 옛날과 마찬가지로 강릉 앞바다의 정제한 바닷물로 간수를 대신한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바닷물로 내린 두부는 처음 먹어보는 것 같네요. 전날 술한잔 하셨다면 속에 부담이 덜 되는 이 순두부가 아침식사로 아주 좋습니다.
간장을 조금 넣어 부드러운 순두부를 쓱쓱 떠 먹으니 맛이 꿀맛이네요. 전 원래 아침에 밥을 잘 안먹는데 이날은 순두부와 공기밥 한 그릇을 싹싹 비웠어요. 전날 술을 마셔 약간의 숙취가 있었는데 이거 한 그릇에 숙취가 싹 없어졌지요. 순두부가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냐마는 담백한 한그릇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추천드립니다.
가게 한 쪽 벽에는 이 가게의 역사를 말해주듯, 오래된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네요. 식당에서 이런 걸 전시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독특합니다. 전부 이 가게에서 대대로 사용하던 물건들이라고 합니다. 오래된 돈과 물건들, 가만 보니 제가 어린 시절 사용하던 양철도시락도 보입니다. ㅎㅎㅎ
우리가 아침 일찍 찾아가서 사람이 없었나 봅니다. 보통은 이 주걱 대기표를 받아들고 기다려야 하나봐요. 대기표로 주걱이라.... 식당 대기표로 썩 잘 어울리네요.
조동인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들이 지금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증손주들도 '4대 예정'이라며 그들의 운명을 결정해놓고 있네요. ㅎㅎㅎ 매일 팔 물량도 모자라기 때문에 포장판매나 택배판매는 안한하고 하더라고요. 여기 와야지만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릉여행에서 뭘먹을까? 고민되시는 분들은 초당동에서 초당순두부도 괜찮을 겁니다.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주변엔 식당들이 많으니 맘에 드시는 곳으로 골라 현지에서 맛보는 것도 여행의 큰 재미가 될거에요. 전날 술 드셨다면 속풀이로도 최곱니다.
7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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