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릉여행에서 안목해변 커피거리를 두 번에 걸쳐 갔었습니다. 첫 날 갔을 땐 폭풍우에 버금가는 비바람이 불어 도저히 둘러보지 못하고, 다음 날, 오후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커피거리에 볼 게 뭐가 있다고 두 번씩이나 가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강릉에서 젊은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꼭 걸어보고 싶었어요. 둘 쨋날은 다행이 구름은 많지만 드문드문 해가 나와 산책하기 참 좋더군요.
한국에서 원두커피문화가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90년대 들어서서야 원두커피가 일반화 되었는데, 그 전엔 다방에서 타주는 가루커피나 자판기 커피가 전부 였죠. 이런 흐름에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이 바로 이곳 안목해변 커피거리에요. 이곳에도 화려한 카페들이 들어서기 전, 최근까지 자판기가 먼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많을 때는 100여개의 자판기가 줄지어 서 있었는데 '길카페'라 부르며 종이컵을 든 연인들을 바닷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죠. 아무튼 바닷가를 한 번 걸어볼게요.
전날 찾아 왔을 때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불던지 우산은 굴욕모드로 돌변하고 비를 쫄~딱 맞았어요. ㅎㅎㅎ 그래서 다음 날 다시 찾았습니다.
언제 비가 왔냐는 것처럼 다음 날, 거짓말처럼 날이 맑아졌네요. 요즘 이 골목엔 빼곡히 카페가 자리잡고 있는데, 가게마다 사람들이 가득가득하더라고요. 해변 주변의 무료 주차장이 어딜 가나 꽉 들어차 있는 것만 봐도 여기가 얼마나 핫한 곳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목해변 진입도로 초입에는 지금도 자판기가 몇 대 설치되어 있어요.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해변 끝까지 거의 30여대는 지금도 운영중이더군요. 100여대가 설치되어 있던 길카페 시절보다 그 수는 많이 줄었지만 이곳이 아니면 이렇게 많은 자판기 구경도 사실 힘들긴 합니다.
커피 가격은 400원~500원 정도 하네요. 천 원이면 둘이서 한 잔씩 사이좋게 나눠 마실 수 있겠어요. 요즘 카페에서 종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커피가 있는데, 나름 자판기도 다양한 음료로 손님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자판기마다 운영하는 '자판기 바리스타'가 달라서 맛도 모두 다르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얼음까지 나오는 자판기도 있습니다.
캬~ 달달한 자판기 커피에 얼음 동동 띄워서 나오네요. 이거 한 잔이 500원인데 생각보다 맛있어요. 쓰디 쓴 아메리카노가 싫다면 카페라떼에 시럽 넣어 드시지 말고, 차라리 강릉에 오셨다면 자판기에서 500원 넣고 이거 한 잔 뽑아드시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네요.
캬~ 안목해변 바다가 그림같지요? 삼삼오오 모인 젊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칩니다.
파도야, 나잡아봐라~ 깔깔대며 뛰어 다니는 사람도 있고,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벤치에 앉아 바람을 즐기는 연인도 있고,
새로 시작된 사랑이 설레는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해 질 녘이 되면 구름 사이로 피어오르는 햇빛도 따스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새들도 아름답습니다.
강릉에 가셨다면 안목해변은 꼭 한 번 걸어보세요. 상업화 되었니,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해도 강릉에서 가장 핫한 곳은 한 번 걸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쓰디 쓴 커피가 싫다면 400원짜리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도 행복한 하루가 될거에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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