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수학여행지 다시찾기 '공주여행' | 공주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학창시절 수학여행지, 기억하십니까? 전 수십 년 전이라 지역만 기억나고 뭘 봤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네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그런 설렘이 더 커서 그런지 정작 학습에 대한 목적은 사라지고, 다들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놀던 기억밖에 없을 거에요. 때는 바야흐로 1985년, 전 초등학교 때 공주로 수학여행을 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숙소에서 친구들과 놀던 기억만 있고, 어디서 뭘 봤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 추억속 장소인 공주를 다시 찾아갔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수학여행 코스를 더듬어 저도 그와 비슷하게 갔을 거란 생각으로 돌아봤는데, 그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자, 추억속 수학여행지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 한때 백제의 수도였던 공산성

 

백제는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으로 수도를 한성에서 웅진(지금의 공주시)으로 옮긴 적이 있었죠. 이때 도읍으로 사용했던 곳이 바로 공주 공산성입니다. 백제 문주왕을 시작으로 삼극왕, 동성왕, 무령왕, 그리고 성왕까지 사비(지금의 부여)로 도음을 옮기기 전까지 64년간 백제의 도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성의 총 둘레는 2.66km 정도 되는데 동서남북 네 개의 문이 있고, 그 중에서 남쪽의 진남루와 북쪽의 공북루는 지금도 당시 원형이 남아 있고, 동쪽과 서쪽은 최근 복원했습니다. 성곽이 금강을 끼고 1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인데 강을 따라 한바퀴 돌아보기 참 좋은 곳입니다.

 

 

매표소를 지나면 언덕 위에 서문인 '금서루'가 위풍당당하게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세월과 전쟁으로 문이 완전히 사라지고 도로로 사용되다 최근 복원되었습니다. 아참, 공주의 유료 문화유적지는 공주시 홈페이지에서 '온누리 공주시민증'을 발급 받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금서루를 따라 좌우로 성벽이 좌악 펼쳐집니다. 원래 이곳은 백제시대 당시는 토성이었는데,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석성으로 개축되었어요. 지금도 공주시 개천가의 바위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조선시대 석공들이 바위를 자르려 한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벽을 따라 가장 큰 원을 그리며 한바퀴 돌아보는 데 딱 한시간 정도 걸리네요. 금강 옆으로 낮은 곳에는 영은사란 작은 사찰이 있는데, 그 앞으로 '만하루(挽河樓)'란 정자가 하나 있어요. 정자 뒤에는 돌계단으로 된 푹 꺼진 구조물이 하나 있는데, 단(段) 형태로 석축을 쌓아 남강과 성 내부를 잇는 통로를 둔 깊이 9미터의 인공 연못입니다. 통로는 연못 바닥에 암문 형태로 있는데, 물이 빠지면 드나들 수 있다고 하네요. 전란을 대비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멋진 곳을 왜 수학여행에서 보고도 기억을 못하는 걸까요? ^^*

 

+ 휴무 : 연중무휴 (명절 당일 휴무)

+ 입장료 : 어른 1,2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600원 (온누리 공주시민증 지참시 무료)

 

 

 

 

 

2. 백제의 비밀을 밝혀준 무령왕릉

 

공주는 백제시대 678년 역사 중에 고작 64년 동안 수도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백제를 이야기할 때, 사비(부여)를 제쳐두고 공주를 더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부여는 백제 무덤들이 도굴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어 온전히 남아 있는 유물이 거의 없고, 공주에서 발견된 무덤들은 완전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상태로 발굴되어 그렇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무령왕릉인데, 이로서 의문으로 남아 있던 백제의 역사가 눈 앞에서 밝혀지게 됩니다.

 

 

수학여행에서 이곳은 어렴풋이 온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에는 일곱 개의 무덤이 있는데, 무령왕릉을 제외하고 나머지 6개는 모두 도굴되어 주인을 알 수 없어 1호에서 6호까지 번호로 매겨져 있습니다. 제가 수학여행 왔을 당시만해도 모든 고분들은 직접 들어가 관람할 수 있었는데,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 훼손이 심각해지는 바람에 1997년 영구 비공개 조치가 내려져서 지금은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더군요. 이제 모형전시관에서 모형으로만 관람할 수 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실제 고분의 모습과 똑같이 재현을 해 놨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거의 대부분 국보로 지정되어 있어 국립공주박물관에 소장이 되어 있는데, 그곳은 아래에서 다시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위 사진은 5호분인데 1932년 일제에 의해 모두 도굴당해 무덤 빼곤 남아 있는 게 없습니다. 도굴에 관해선 아래에서 좀 더 말씀드리기로 하고...

 

 

 

 

 

 

대략 1천 5백년 전의 무덤이지만 그 예술감각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위 사진은 6호분의 모습인데 벽돌로 지어졌어요. 벽돌로 된 무덤은 무령왕릉과 이곳 뿐인데, 아마 굉장히 지체 높은 분의 무덤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아치형 터널으로 된 무덤 담벼락에는 사신도가 그려져 있고, 벽돌 무늬는 중국의 돈인 오수전의 무늬를 하고 있어요. 이 벽화들은 웅진(공주)시대의 유일한 벽화라 더 의미가 큽니다. 이곳 또한 5호분과 마찬가지로 일제에 의해 도굴되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무덤들이 넓게 퍼져 군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른쪽 입구 바로 뒤편의 봉긋한 무덤이 무령왕의 무덤인데요, 이곳에서만 108종 4,600점 이상의 부장품들이 출토 되었습니다. 무덤 입구에는 묻힌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지석이 있어서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있었죠. 당시 일본과 한국은 어느 쪽의 문화가 전이되어 영향을 받았는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는데, 덕분에 무령왕릉 덕분에 백제와 일본의 교류관계가 명확해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든 무덤이 고이 발굴되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마는, 모두 도굴되어 참 안타깝습니다. 일제 강점기시절 공주의 교사였던 가루베 지온이란 일본인은 백제의 유적지 970곳을 무단으로 발굴했는데, 송산리고분 6개 또한 그의 손에 파헤쳐 졌습니다. 다행이 무령왕릉은 입구를 찾지 못해 도굴을 못했는데, 가루베의 백제역사 연구업적은 인정하지만, 유물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 휴무 : 연중무휴 (추석과 설날 당일 휴무)

+ 입장료 :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 (온누리공주시민증 지참시 무료)

 

 

 

 

 

3. 숙박으로도 산책으로도 훌륭한 공주한옥마을

 

이곳은 예전에는 없었지만 최근에 생긴 한옥마을입니다. 최근 한옥스테이 같은 숙박이 인기를 끌고 있고, 수학여행 온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자 공주시에서 조정한 곳인데,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시에서 운영해서 그런지 숙박료도 저렴하고 이용하기도 참 편리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이곳 또한 유료 유적지처럼 온누리 공주시민증을 지참하면 숙박료를 20% 할인해 준다고 하더라고요. 시민증 발급 받는 건 홈페이지에서 이름과 전화번호만 넣으면 출력할 수 있으니 공주여행 가신다면 꼭 지참해서 가시면 좋습니다. 한 장만 발급 받으면 가족들 모두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공주한옥마을은 최근에 단장해서 아주 깔금한 마을이었어요. 큼직한 주차장도 무료고 시내를 오가는 셔틀버스도 있고, 자전거도 무료로 대여해 주던데 산책으로도 숙박으로도 참 멋진 곳입니다.

 

 

 

 

 

 

지도를 얻으려 관광안내소르 들어가 봅니다. 정말 멋진 건축물이지 않나요? ㄷ자 모양으로 된 건물 가운데로 하늘을 보고 있는 장독대가 참 예쁘네요.

 

 

 

 

 

마을 속에는 현대식 건물은 하나도 없고 온통 초가집과 기와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건물은 저렴하게 숙박시설로 이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방들은 나무 장작을 때어 구들장을 뜨끈하게 데워서 이용할 수 있도록 재미를 더했네요. 요즘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싸리나무 담장을 따라 걷는 고샅길, 정말 아름답답니다.

 

 

 

 

 

 

정갈한 담장 아래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예쁜 꽃들도 심어 놓아, 마을을 돌아보다 보면 이 곳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에요. 숙박료가 모텔 정도의 가격부터 비싸야 저렴한 호텔정도의 가격아라 크게 부담이 없고, 장작불 때어 난방하는 흔치않은 한옥에서의 하룻밤 추억도 쌓을 수 있답니다. 공주여행의 추억이 두고두고 생각난다며 아마 공주한옥마을 때문일 거에요.

 

 

 

 

 

4. 국보만 18점 진정한 보물창고 국립공주박물관

 

한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그 동네의 박물관을 가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 고장의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공주는 한때 백제의 수도였는데, 백제와 공주의 연관관계를 알고 싶다면 잠깐의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국립공주박물관으로 가면 됩니다. 박물관에는 백제유물 4,6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중 국보만 18점이고 보물이 4점 전시되어 있어 진정한 보물창고라 할 수 있겠네요.

 

 

백제는 한성, 웅진 사비시대로 구분됩니다. 한성이 도읍이던 시절 고구려 남진정책으로 장수왕에게 밀려 도읍을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천도를 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64년 동안 웅진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에 무령왕과 왕비의 무덤인 무령왕릉이 생겼는데, 삼국시대를 통틀어 그 주인이 정확하게 밝혀진 최초의 무덤이라 역사적인 의미는 대단합니다. 박물관 바깥부터 석탑과 석조들이 즐비한 것보니 내부가 무척 궁금해지네요.

 

 

 

 

 

 

내부에 들어서니 먼저 본 전시관 맞은 편에 우리문화 체험실이 있네요.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우리 문화를 주제로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전통악기를 연주해볼 수도 있고, 색연필로 백제의 문양을 떠보는 프로타주, 유물 조각 맞춰보기,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지석 탁본뜨기, 기와 끝단을 장식하는 수막새 지점토로 찍어내기 등 재미난 체험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본 전시실로 들어서면 온통 국보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1971년 여름, 송산리 5호와 6호분 배수로를 정비하다 우연히 발견한 무령왕릉. 주변의 모든 무덤이 도굴당했지만 이곳은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 보존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놀라웠던 발굴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곳에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제가 찾은 날도 수학여행 온 아이들로 북적이던데, 그들의 눈엔 이곳이 어떻게 보였을까요? 부디 조상들의 놀라운 문화를 몸소 체험했기를 바랄 뿐입니다.

 

 

 

 

 

 

수많은 국보급 전시물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위 사진의 '진묘수(국보 제162호)'였어요. 국립공주박물관의 입장권에 그려져 있는 신비스럽고 비현실적인 이 동물은 무덤에 안장된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의미인데, 중국의 풍습에서 유래되었습니다. 1500년 동안 이 무덤의 주인이 도굴당하지 않게 도와준 건 바로 이 진묘수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박물관을 동선에 따라 걸어가다 보면 무덤의 발굴과정과 유물들이 놓여있던 위치, 그리고 이것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박물관을 빠져 나올 때, 어렴풋이 알고 있던 백제문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관람시간 : 평일 9시~18시, 주말/공휴일 9시~19시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주차료 : 무료

 

 

 

 

 

5. 공주 동학사 산책

 

수학여행은 봄과 가을에 많이들 떠납니다. 제가 30년 전에 이곳에 왔는지는 기억에 나지 않지만, 공주여행에서 또한 빼먹지 말아야할 곳은 동학사 산책이죠. 동학사는 그다지 큰 절은 아니지만 올라가는 길이 예쁜 곳이에요. 대전 유성에서 언덕을 넘어오면 박정자 삼거리부터 동학사에 이르는 4km 남짓의 길에는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단풍들로 치장을 합니다. 특히 여름에는 천정골 계곡과 동학사 계곡이 만나는 지점부터 상류로 숲이 무성해 가족단위 피서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죠.

 

 

맑은 계곡은 학바위에서 관음봉 고개까지 3.5km 정도 이어져 있는데,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가 청량합니다. 이런 계곡을 따라 20여분 올라가면 비구니 승가대학 옆에 있는 동학사를 만나게 됩니다.

 

 

 

 

 

 

이끼 낀 기와 담벼락이 참 예쁘네요. 이곳은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단종을 모시는 '숙모전'이란 곳에 있는 담벼락입니다.숙모전 좌/우에 있는 건물에서는 계유정난 때 돌아가신 황보인, 김종서와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죽은 사육신들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몸은 죽었지만 후대에 이름을 모두 기억해주니 그들은 죽어도 죽은게 아니겠죠?

 

 

 

 

 

 

매년 6월 즈음에는 동학사 벚꽃축제가 열리는데, 그때는 이런 멋진 풍경도 덤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봄날, 가을날, 옛 수학여행을 생각하며 공주여행 한번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리에 힘이 좀 남으셨다면 동학사에서 길을 계속 걸어가 계룡산까지 올라갔다 오신다면 더 멋진 하루가 될 겁니다. 멋진 가을여행들 되셔요~

 

+ 주차료 : 1일 4천원

 

 

 

 

 

마치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픔을 잊지 않으면 고통스러워 살 수가 없겠죠. 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행복한 기억들도 결국엔 잊혀지게 됩니다. 어린 시절 수학여행 또한 누구에게나 행복한 기억일텐데, 30년이 지난 지금 어찌 그렇게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공주여행을 통해 다시 그때를 기억하고, 또 일깨운 추억을 가슴에 품을 수 있어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어린시절 추억의 수학여행 장소는 어디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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