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맛없는 기사식당은 없다! 동방기사식당

언젠간날고말거야 · 2015. 10. 16. 08:00 국내여행/전라도 ·

몇 십 년 전부터 전 기사식당에서 밥 먹는 걸 좋아했습니다. 국도변에 골목길에 식당이 아닌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있는 음식점이지만 단 한번도 맛없는 곳은 본적이 없습니다. 그건 아마도 차를 몰고 어디로든 밥을 먹으러 갈 수 있는 운전기사들은 맛이 없다면 절대 찾아가지 않기 때문이죠. 이번 고흥여행에서 지나다 우연히 동방기사식당이란 곳을 발견하고 들어가 봤습니다. 됨됨이는 어떤지 내려가 볼까요~

외관도 기사식당스러운 모습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번듯한 곳보다 이런 곳이 진짜 맛있는 집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이곳에서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딸랑 하나밖에 없어요. ‘백반(불고기백반)’ 가격은7천원입니다. 2인분을 주문해봤습니다.

이야~ 호일에 올린 돼지불고기 오랜만에 봅니다. 약간 양념이 되어 있고 야채도 함께 올라가 있네요. 맛이 기대됩니다.

양은 쟁반에 한 상 차려 나오네요. 가끔 시골 돼지국밥집 가면 이렇게 차려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정답습니다. 7천원짜리 백반 치곤 반찬 가지 수도 많네요.

맛은 시골 집밥 같이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대부분 깔끔하게 잘 만들어 나옵니다. 된장찌개는 바지락이 들어가 시원한 맛이 일품이네요.

길쭉하게 생긴 꽁치 한 마리도 있네요. 치아에 문제만 없으시다면 이건 뼈를 바를 필요도 없이 그냥 잘근잘근 씹어 드셔도 됩니다. 예전에는 큰 생선 말곤 모두 뼈째 씹어 먹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뼈를 잘 안 먹죠. 딱딱한 걸 씹지 않아 먼 미래에는 사람의 치아가 퇴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그만 게로 만든 간장게장. 이것도 마찬가지 모두 그냥 씹어 먹던 옛날 음식이군요. 이것도 맛있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오죠.

이곳이 전라도 맞긴 한가 보네요. 홍어무침도 나오네요. 그런데 많이 삭히질 않아 군내는 안나더라고요. 제가 볼 땐 홍어무침이 맞는데, 가오리 무침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이런 반찬들은 일반 식당에선 잘 못 보는 음식들이죠.

돼지불고기가 지글지글 익어 갑니다. 이게 제일 기대되는 반찬이에요. 돼지고기 추가 시 5천원이란 메뉴판을 보니 고기가 5천원이고, 공기밥과 반찬이 2천원인가봐요. ㅎㅎㅎ

얇게 저민 돼지불고기. 이거 물건입니다. 고기가 웬만해선 맛이 없기도 힘들긴 하지만 상추에 쌈장에 마늘을 척~ 올리고 먹으면 그냥 녹습니다. 맘만 먹으면 밥 대신 고기만으로도 배를 가득 채워버릴 수도 있겠네요.

된장찌개가 유독 시원하고 깊은 맛이 난다 싶었는데, 바닥에 꽃게 반 마리가 깔려 있었군요. 7천원짜리 밥상 치고 참 맛있는 밥상이었습니다. 식당 안엔 택시를 운전하다 혼자 들어와서 식사하시는 운전기사들이 많던데, 모두들 맛있는 점심을 드셨을 거라 믿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여러분도 여행길에서 맛있는 맛집 찾는 것도 좋지만, 지나다 만난 기사식당 한번 들어가 보세요. 가격도 저렴하고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진수성찬 밥상을 받게 되실 겁니다.

4편 계속...

같이 다녔던 고흥여행코스 (연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