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민간정원 '소쇄원' 원림 | 담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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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민간정원 중에서 최고라고 말하는 곳은 담양 ‘소쇄원(瀟灑園, 명승 제40호)’을 들 수 있겠습니다. 보통 이런 곳을 별서(別墅)라고 하기도 하고, 원림(園林)이라고도 하죠. 별서는 선비들이 세속을 떠나 자연 속에 한적하게 지은 집을 말하는데 별장과 비슷하나 농사를 한다는 점이 조금 다릅니다. 원림은 정원과 함께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인공적으로 조성한 정원과는 완전히 다르게, 자연의 있는 것들을 그대로 조경 삼아 더불어 집과 정자를 배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소쇄원은 누가 왜 만들고 또 누가 드나들었을까요? 사진들을 하나씩 보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곳은 왕도정치를 표방하고 개혁을 추진했던 정암 조광조의 문하에서 수학하던 양산보가 지었습니다. 어느 날 스승인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유배당하고 사약을 받아 세상을 뜨자, 그 충격으로 벼슬의 무상함을 깨닫고 은둔하기 위해 고향인 창암촌으로 은거하고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당시 양산보의 나이 18세였고 호가 ‘소쇄(瀟灑)’였으니 이렇게 이름 붙인 연유는 알만 합니다. 소쇄(瀟灑)는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입니다.

 

 

 

 

 

 

몇일 전 눈이 내려 눈 내린 풍경을 상상하고 갔는데, 날이 따뜻해서 모두 녹아버렸네요. 진입로를 따라 자란 대나무 숲이 독특합니다. 담양에는 정말 대나무와 메타세콰이아 길이 많더라고요. 마을 뒷산에도 온통 대나무 밭이고, 가로수는 대부분 메타세콰이어 나무였으니까요. 입구만 봤는데 속세를 벗어난 선비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증이 확 밀려 옵니다.

 

 

 

 

 

 

대나무 밭 길을 지나 안으로 조금 들어오니 개천을 사이에 두고 저 너머에 전각 두개가 보입니다. 앞에 보이는 것이 광풍각이고 뒤에 보이는 건 제월당인데,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한적하게 앉은 모습이 아름답네요.

 

 

 

 

 

 

속을 갉아 낸 나무를 이용해 폭포 옆으로 흐르는 물길을 바꿔 개천 건너편으로 연못을 만들어 뒀는데 자연의 힘을 그대로 이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겨울이라 나뭇잎도 없고 눈도 없어 풍경이 조금 썰렁해 보이긴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 쬐끔은 더 예쁘답니다. ^^*

 

 

 

 

 

 

경사진 곳은 돌을 쌓아 길을 만들고 흙이 무너져 내리는 걸 방지했네요. 이 길을 사이로 언덕 위인 오른쪽은 주거기능을 갖춘 제월당이 있고, 왼쪽 아래로는 광풍각이란 손님을 위한 사랑방이 하나 있습니다.

 

 

 

 

 

 

제월당으로 들어가는 담벼락에는 ‘소쇄처사 양공지려’라는 글씨가 하나 걸려 있네요. 그런데 담양군 홈페이지나 그 어디를 봐도 이 글에 대한 설명이 없더라고요. 제 짧은 식견으로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이 글은 후대에 우암 송시열이 적은 글입니다. ‘처사’라는 말은 절의를 지닌 인물이란 뜻이고 소쇄가 양산보의 호이니 ‘소새원의 주인 양산보의 조촐한 보금자리’라는 뜻이네요. 큰 뜻이 있는게 아니라 문패의 성격이 강합니다.

 

 

 

 

 

 

여기가 단 가장 위에 위치한 제월당(霽月堂)입니다.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란 뜻의 이 건물은 중국 송나라의 명필인 황정견이 주무숙의 인물됨됨을 말할 때 “가슴에 품은 뜻의 맑고 밝음이 비 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과 같고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도 같다”고 평한 ‘광풍제월(光風霽月)’에서 데서 이름을 따온 겁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광풍각도 아마 여기서 똑같이 차용했을 겁니다. 제월당 현판은 우암 송시열의 글씨입니다.

 

 

 

 

 

 

제월당 지붕에는 당시 양산보를 찾아왔던 김인후, 송순, 임억령, 김윤제, 송강 정철 등 당대 최고의 문장가들이 지은 시들로 만든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옛날 선비들은 대접을 받으면 돈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는데, 그 때문에 선비들은 감사의 표시로 시를 적은 편액을 선물하거나 나무를 선물하거나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별서라고는 하지만 주방은 없습니다. 아마도 잠만 자는 곳이고, 아랫동네에 있는 살림채에서 날라온 밥을 먹고, 손님을 맞고, 시도 읊고, 술도 마시며, 때로는 공부도 하던 그런 곳이었을 겁니다.

 

 

 

 

 

 

이제 겨울이 끝나 가나요. 기와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민 나뭇가지에서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네요.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해서 봄이 기다려지기도 하다가도 겨울이 끝나가니 또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제월당 앞으로 난 작은 문을 들어가면 광풍각이 있습니다. 이곳에 온 손님들은 마당에 있는 오동나무에 말을 메고 주인장을 불러 이 문을 통해 광풍각으로 갔겠죠?

 

 

 

 

 

 

 

돌담을 돌아 들어가면 정면 3칸, 측면 3칸의 정사각형으로 된 집의 가운데 한 칸을 온돌방으로 만들어 뒀습니다. 사방에 마루를 깐 광풍각의 3면에 있는 들어열개문을 모두 열어젖히면 기둥만 남은 완전한 정자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밖으로는 다듬어졌지만 안으로는 자연목 그대로 휘어진 기둥의 모습이 독특하면서도 멋스럽네요.

 

 

 

 

 

 

여름이면 광풍각에 앉아 대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상쾌할 것 같습니다. 좁지만 널따랗고, 시원하지만 또 따뜻하고, 모였다가 또다시 확산되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아래로는 계곡이 흐르고 왼쪽으로는 폭포가 떨어지니 이보다 더 멋진 정자가 또 있을까요?

 

 

 

 

 

 

제월당 오른편으로는 소쇄원과 외부를 경계하는 담장이 하나 있는데요 오곡문(五曲門)이라 부릅니다. 담장 아래로 흘러 들어온 물이 바위에서 다섯 굽이를 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담장 왼쪽으로는 두개의 단을 두어 매화나무를 심고, 담장 사이에는 원래는 일각문이라고 문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뚫려 있군요.

 

 

 

 

 

 

담장 밖으로 나오니 수묵화를 그리는 화가가 앉아 소쇄원 담장을 그림에 담고 있습니다. 머리를 예쁘게 쫌매고 있어 여성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상투를 틀고 있는 남자였네요. ^^*

 

 

 

 

 

 

일각문에서 바라보면 뒷산 옹정봉에 이르는 직선으로 뻗은 길이 하나 있는데, 덕분에 계곡과 담장, 그리고 대나무 숲으로 폐쇄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충분히 개방감이 있는 멋진 정원의 느낌이 납니다. 한국의 조경, 건축 전문가들은 꼭 이곳을 들러 영감을 받아 갔으면 좋겠네요. 참 멋진 곳이었습니다.

 

관람시간 : 09시 ~ 18시 (연중무휴)

+ 입장료 :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700원

 

 

담양여행기 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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