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민간 정원의 백미 '명옥헌원림' | 담양여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이전 편 ‘소쇄원’에 이어, 오늘 보실 명옥헌원림(전라남도기념물 제44호) 또한 아름다운 민간 정원의 백미로 꼽히는 곳 중에 한 곳입니다. 담양에는 옛 선비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낙향하여 세속을 벗어나 공부하고, 후학을 양성하던 정자가 많이 있는데요, 이는 선비가 많이 살던 고장이라 그럴 겁니다. 명옥헌은 인조 때의 문신인 오희도(1583~1623) 선생이 광해군 시절 어지러운 세상을 등지고 외가가 있는 이곳에 살았었는데, 훗날 넷째 아들 오명중이 아버지가 살던 곳에 명옥헌을 짓고 못을 파고 주변에 베롱나무를 심으며 생겨났습니다. 어떤 곳인지 내려가 볼까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명옥헌까지 200여미터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지나는 길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마을 중간엔 큼직한 연못이 하나 있는데, 반영이 참 예쁜 곳이었어요. 삼각대 들고 온다면 멋진 반영을 담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고서면 덕산리 후산마을을 지나는 길 담벼락에는 예쁜 벽화들도 그려져 있어 200미터 정도는 별 지루함 없이 금새 지나갈 수 있습니다.

 

 

 

 

 

 

마을 어귀에는 작은 시골 카페도 있는데, 명옥헌까지 배달도 해준다고 하네요. 정자에 앉아 배달커피를 마셔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이곳을 ‘원림(園林)’이라 부르는 이유는 앞선 글인 소쇄원에서 말씀 드렸듯이 인공적으로 조성한 정원과는 조금 완전히 다르게, 자연의 있는 것들을 그대로 조경 삼아 더불어 집과 정자를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조가 자연훼손을 최소한으로 하는 이유는 공사비용을 아끼기 위함이 아니었어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거지요.

 

 

 

 

 

 

앞 연못은 산기슭을 타고 내리는 물길을 돌을 쌓지 않고 넓게 파서 가로 20미터, 세로 40미터 정도의 크기로 사각형 연못을 만들었네요. 가운데는 동그란 섬을 하나 만들고 그 위에 배롱나무를 심었습니다. 이는 조선시대에 땅은 네모나고 하늘은 둥글다는 세상을 보는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습니다. 연못과 정자 주변으로는 배롱나무를 빼곡히 심어 뒀는데, 여름이 되면 정말 장관이 될 것 같네요. 오른쪽 끝으로는 늘씬한 소나무가 대여섯 그루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왼쪽의 높은 산등성이와 시각적인 균형을 맞추려고 한 것 같네요.

 

 

 

 

 

 

 

연못 위 낮은 언덕에 명옥헌을 참 포근하고 아담하게 지어 놨습니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되어 있고 사방을 조금 높은 마루로 둘러 소쇄원의 광풍각과 그 모양이 흡사하게 지었습니다. 문이 들어열개문이 아니라 여닫이문이란게 조금 다르네요.

 

 

 

 

 

명옥헌 현판은 우암 송시열이 전각 뒤편의 큼직한 바위에 세긴 글자를 그대로 모각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둥에 한시 같은 것들을 나무 판에 새겨 주렁주렁 걸려 있어요. 가끔 양반들이 살던 집 기둥에 저런 글자가 들어 있는 나무 판을 보신적이 있을 거에요. 저건 ‘주련(柱聯)’이라는 건데 보통은 집 주인의 자랑거리를 적어 두거나 한시를 적어 둡니다. 위의 것은 한시인데 대충 뜻을 알려드리면,

 

百川逝意慾歸海 萬樹生心畢境花(백천서의욕귀해 만수생심필경화)

모든 냇물이 흐르는 뜻은 바다에 돌아가고자 함이고,

모든 나무가 살아가는 것은 반드시 꽃 피우고자 함이다.

 

萬古消磨應是夢 人生老在不知中(만고소마응시몽 인생노재부지중)

만고의 지난 일은 응당 사라지는 꿈 같은 것이니,

인생이란 모르는 사이에 절로 늙고 있었구나.

 

 

 

 

 

 

요즘의 집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지 않나요? 겨울이라 잎이 하나도 없어 조금 쓸쓸해 보이지만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면 흐르는 물소리와 참 잘 어울릴 거 같지요? 정말 멋있습니다.

 

 

 

 

 

 

소쇄원도 그렇지만 명옥헌도 누구나 안에 들어가서 앉아볼 수 있도록 개방해 뒀습니다. 이곳에서 먼 길을 달려온 친구와 시도 읊고 술도 마시며 풍류를 즐기며 벗과 함께 행복한 날들을 보냈을 겁니다.

 

 

 

 

 

 

담양 후산리 산자락에 있는 명옥헌원림은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구조를 하고 있어 조선시대 정원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거에요. 저도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이렇게 독특한 구조는 보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죽녹원에 가면 사각형 모양으로 연못 파 놓은 곳 보셨나요? 옛날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빠졌던 일명 ‘이승기 연못’으로 불리는 그곳이 바로 여기를 보고 똑같이 조성한 겁니다.

 

 

 

 

 

 

담양에는 특히 개천에 이끼 낀 곳이 참 많이 보입니다. 그만큼 깨끗한 곳이란 말이 되겠죠? 연못 저 위로는 사진에서 잘 보이지 않으시겠지만 우측 상단의 바위에 다섯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조금 확대해서 보여드리면.

 

 

 

 

 

 

흐르는 물소리가 옥구슬 소리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명옥헌을 두고 우암 송시열은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이라는 글자를 바위에 새겼습니다. 좀 전에 보신 명옥헌에 걸려 있는 현판은 이 글씨를 모각한 겁니다.

 

명옥헌 입구에 있는 마을인 후산리에는 인조 임금이 왕이 되기 전에 전국을 돌며 지원 세력을 모으기 위해 이 마을에 살던 오희도를 찾아왔을 때 타고 온 말을 매 두었던 늙은 은행나무도 있습니다. 후산리 은행나무로 불리는 이 나무는 수령 약 600년의 고목인데 같이 둘러보시면 좋습니다.

 

+ 연중무휴, 입장료, 주차료 무료

 

 

 

 

3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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