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여행 갈 곳 없으면 무조건 지리산으로 떠나라고. 이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어 보이네요. 지리산 자락 주변으로는 자연경관은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한데다 문화 역사가 담긴 유적지나 사찰도 정말 많이 있죠. 그 중에서 단연 으뜸은 등산코스도 있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둘레길이 아닐까 싶네요. 특히, 눈이 녹고 촉촉한 땅이 들어난 지금이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걷기에 딱 좋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구룡계곡을 따라 구룡폭포까지 걸어 올라가는 3km 남짓의 코스를 한번 걸어보도록 할게요.
구룡계곡 입구에는 ‘육모정’이란 정자가 있어요. 동네 이름은 아홉 마리의 용이 노닐던 곳이라고 해서 ‘용호동’이라고 부르는데, 400년 전 선비들이 바위 위에서 6각형의 정자를 짓고 노닐었다 해서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네요. 원래는 바로 아래 계곡 바위 위에 있었는데 홍수로 떠내려가서 지금은 언덕 위에다 복원해 두었습니다.
원래는 이쪽 계곡 바위에 육모정이 있었어요. 지금은 법으로 애초에 지을 수도 없는 위치지만, 조선시대 양반들에게는 이곳에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기는 게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이곳은 남원 8경 중에서 제1경인 구룡폭포 하류에 있는 ‘용소’라는 곳입니다. 이름에서 보듯이 아마 용이 승천해서 지어진 것이 아닐까 싶군요. 그러고 보면 한국에 용이 승천한 용소, 정말 많은 것 같네요.
온통 바위로 둘러 쌓인 계곡 풍경을 정말 일품입니다. 서암정사에서 보셨듯이 이쪽 산자락은 대부분 바위로 되어 있어 계곡마다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구룡계곡은 지리산국립공원 구룡탐방지원센터가 있는 주천면 호경리서부터 덕천리까지 이어지는 계곡인데요. 오르면 오를수록 깎아지르는 기암들과 수려한 산세가 장관입니다.
육모정 바로 맞은편에는 언덕 중턱까지 올라가는 높은 계단이 나오는데, 여기가 춘향이의 묘인 ‘춘향묘’에요. 100여개의 계단을 오르면 무덤 앞에 ‘만고열녀 성춘향지묘(萬古烈女成春香之墓)’라고 쓰인 비석이 있어요. 무덤까지 있으니 이거 진짜 실존인물 아닐까요? 그냥 낭설인가? 아무튼……
지나는 길에 용호서원이란 곳이 있어 가보려 했지만 금줄로 길을 가로막아 놔서 들어가 보질 못하고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거기 사는 강아지님이 다가와서 “너 뭐 해?”라고 물어봅니다. 요래 귀여운 얼굴을 하고 계속 짖어대는데,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걸까요? ㅎㅎㅎ
이제 본격적으로 길을 걸어 볼까요~ 여기서부터 구룡폭포까지는 약 3km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비교적 짧은 거리라 3시간 정도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어요. 혹시 차를 가져 오셨다면 차 타고 바로 올라가버릴 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근데 푸른색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는게 이제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몇 일 전까지 여긴 눈으로 덥혀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역시 여행은 평일 낮에 하는게 참 좋군요. 계곡에 사람이라곤 저 혼자 밖에 없나 봐요! 그런데 지리산 반달곰 나오는 건 아니겠죠? ^^*
강가에 버들강아지도 이제 진짜 봄이 왔다고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 트래킹코스는 지리산 서북능선을 바라보면서 해발 500미터 내외를 오르내리며 걷는 비교적 쉬운(?) 코스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없이 구두 신고는 절대 갈 수 없는 코스이니 준비는 철저히 하셔야 하는 거 알지요?
지나다 차로 보니 정상은 아직 눈이 조금 있던데, 아래는 이제 완전히 촉촉해졌습니다. 길 중간중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개울물도 흐르고, 아래로는 계곡물도 있으니 쉬엄쉬엄 구경삼아 천천히 걸어가면 되겠네요.
간혹 데크나 철재 계단으로 잘 닦여 있는 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울퉁불퉁하거나 절벽 같은 곳을 타고 지나가야 할 때도 있으니, 반드시, 기필코, 단연코 신발만이라도 꼭 제대로 신고 가셔야 되니 꼭 명심하세요.
그렇게 출발해서 약 3km 남짓 걸어오면 금새 출렁다리가 있는 폭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비가 내렸는데 수량이 엄청 많아졌어요. 멀리서도 촤악~ 물소리가 온 협곡에 진동하네요.
와~ 울렁울렁 출렁다리 참 멋지게 만들어 놨네요. 구룡폭포 전망대에 오르면 입이 딱 벌어질 겁니다. 지리산에 그것도 이렇게 깊은 계곡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거에요. TV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참 멋들어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지리산의 새로운 멋을 찾게 될 겁니다.
출렁다리 은근 재미납니다. 세 번 정도 왔다 갔다 하면서 혼자 놀았어요. 떨어지면 아마 남원 광한루 앞까지 떠내려갈 수도 있어요!
와, 정말 장관입니다. 근래 본 풍경 중에 구룡폭포가 최고네요.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위에서 떨어지는데 피아골보다 더 깊은 계곡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철재 계단을 따라 위로 조금 더 올라가 볼게요.
한 화면에 다 담기질 않아 카메라를 비뚤게 놓고 찍었더니 사진을 알아보기 힘드네요. 그래서 사진을 옆으로 기울여 보니 이제야 제대로 보입니다.
철재 계단을 100여미터 올라오니 오묘한 곳이 있군요. 구룡정 앞에서 흐르는 물이 모여 바위 틈으로 흘러 내리고, 이곳에서 소용돌이 한번 돌고 오른쪽에 있는 다른 소(沼)로 물이 떨어져 폭포를 만들고 있었네요. 사진으로는 현실감이 잘 가늠이 안되실 텐데, 수량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이곳에서도 아마 용이 노닐다 승천한 곳이 아닐까 싶군요.
철재 계단을 내려와 다시 구룡정 방향 나무 데크길을 따라 올라와서 보니, 제가 올라온 계단이 정말 가파른 계단이었네요. 계곡 위로는 다시 지리산의 능선이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계속 지리산둘레길은 이어져 있군요. 원래 구룡폭포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리산둘레길에 포함이 되어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 번 찾은 사람들이 다시 찾고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구룡폭포길을 포함해서 정자나무쉼터까지 길을 정비하고 지리산둘레길 순환코스에 포함되었습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구룡치를 지나 솔정지, 내송마을, 외평마을까지 이어져 있어요. 처음 출발지 육모정부터 외평마을까지는 약 12km 정도 구간입니다. 이제 봄이 되었으니 굳은 다리를 한번 풀어줄 겸 주말에 걸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특히, 오늘 보셨던 코스를 강력 추천합니다.
함양/남원여행코스 13편 계속...(연재중)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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