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후에라는 도시는 우리나라 경주에 비견될 만한 역사의 도시이자 문화의 도십니다. 후에는 1802년부터 1945년까지 총 13명의 황제들이 탄생한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습니다. 응우옌 왕조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였는데 그에 걸맞게 여러 건축물들이 웅장하고 화려합니다. 그 첫 번째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왕궁인데요. 10km가 넘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성채라고 부르기도 하죠. 미국과의 전쟁으로 많은 부분 소실되었지만 차곡차곡 복구해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아직 많은 부분 복구가 남아 있긴 하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걸어서 돌아보려면 2시간 바짝 걸어도 다 못돌아 보겠더라고요. 이곳을 찾기 위해선 3시간 정도의 일정을 비워두고 오시는 게 좋습니다.
날은 덥고 넓은 곳을 걸어서 돌아다니려니 살짝 겁부터 나네요. 후에 왕궁은 가로세로 2km, 높이 5미터의 성벽 안에 건축 되어 있고 다시 물이 고인 해자로 둘러 쌓여 있는데 바깥 풍경만으로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네요.
위 지도를 보시고 오늘 둘러 볼 왕궁 위치과 왕궁 우측상단의 'park'라고 표시된 곳이 궁정박물관이니 위치를 확인하세요.
왕궁은 입장료가 있어요. 단일 입장료는 15만동(7,500원)인데 민망 황제릉, 카이딘 황제릉, 뜨득 황제릉까지 함께 돌아보는 '4 Site Route' 표를 끊으면 36만동(18,000원)으로 네 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어요. 다 돌아보실 분들은 이걸로 구매하시는 게 조금 저렴합니다. 따로따로 간다면 각각의 입장료가 15만동(7,500원) 정도 됩니다.
표 옆에 절취선이 있어서 가는 곳마다 하나씩 잘라가는 표네요.
후에 왕궁 정문 앞에는 피라미드형 건축물이 있어요. 타워의 꼭대기엔 37m의 깃대와 8개의 대포가 배치되어 있네요. 왕궁은 안팍으로 여러 겹의 담장을 둘러쳐 방어에 신경 쓴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타워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지만 국기 게양식이나 국가 행사 때문 문을 연다고 하네요. 응유옌 왕조의 깃발이 있떤 자리엔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매표소 옆으로 왕궁의 입구 '응오몬(Ngo Mon)'이 있습니다. 출입구는 동서남북 총 네 곳이 있지만,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정문인 이곳 밖에 없어요. 반대로 나갈 때는 정문으로 나올 수가 없고 다른 곳의 출구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하세요. 출구는 다른 문으로 나가야한 다는 것!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못나간다고 하면 다른 문까지 머리가 벗겨질 것 같은 뜨거운 해를 받으면 육수를 1리터 쯤 흘린 뒤에야 나가시게 될겁니다. ㅎㅎㅎ 황제만 다닐 수 있는 중앙 성문 위에는 '오문(午門)'이란 편액이 걸려 있는데요. 이쪽이 남쪽이라 그런 것 같네요.
남쪽의 정문을 들어서면 연못 위로 다리를 놓고 양 끝으로 패방(牌坊)이 놓여 있네요. 패루라고도 하죠. 차이나타운 같은 곳에 입구에 꼭 서 있는 그 구조물 말입니다. 한국의 궁궐 또한 이와 똑같은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패방을 지나면 황제를 뜻하는 노란 색의 태화전이 보입니다. 이 건물은 왕이 정무를 보고 각종 의례를 하던 건물이에요.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은 중국의 영행을 많이 받아 대부분의 궁궐이 이와 흡사한 구조를 하고 있죠. 우리나라 경복궁도 똑같습니다.
지붕 모습도 참 독특하네요. 가운데 해가 떠오르고 양쪽으로는 용이 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왕이 사용하던 여러 물건들과 옥새를 전시하고 있어요. 금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 그 옛날 중국에 버금가는 화려했던 응우옌 왕조를 떠올리게 되네요.
태화전을 지나 건물을 하나 통과하면 내궁에 해당하는 근정전이 있던 터가 나옵니다. 이곳에는 원래 황제의 집무실, 침실, 왕비의 침실 등 개인적인 공간이 있었는데, 베트남 전쟁때 미군의 폭격으로 모두 파손되어 지금은 터만 남아 있네요.
왕궁은 현재도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지만 근정전 양 옆으로 있던 별관의 회랑만 겨우 복원되고 건물터는 잔디만 자라고 있군요.
왕과 왕비는 이곳에 배를 띄우고 여가를 즐겼겠죠?
베트남도 곳곳을 다니다 보니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곳이 참 많습니다. 왕궁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북쪽 끝으로 오면 또 하나의 터가 보입니다. 유럽문화를 동경했던 카이딘 황제는 즉위하고 기존의 건물들을 철거하고 네오고딕 양식의 저택인 '건중루'를 세웠어요. 1945년 응우옌 왕조가 몰락하기 전까지 황제의 거처로 사용했고, 이후 베트남 민주공화국 간부가 사용했었는데, 이 또한 미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 현재 정원과 터만 남아 있습니다.
건물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계단 옆 난간은 그 때의 화려함을 말해주는 것 같네요. 집터 가운데 커다란 황금용은 태화전에서 봤던 옥새네요.
오래 되었지만 건물 구석구석 품격이 느껴집니다.
바닥 타일도 참 예쁘죠?
왕궁 내부 각각의 건물은 또 다른 높은 담장과 입구인 화려한 문들을 만나게 됩니다. 중국의 자금성을 본 떠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딜 둘러보나 참 아름답네요. 근데 그늘이 많이 없어 정말 덥습니다. ㅎㅎㅎ
말들이 유유히 풀을 뜯는 잔디밭을 지나 서쪽으로 가면,
응우옌 역대 황제들의 위패를 모셔둔 종묘가 있군요. 종묘 건물을 마주보며 아홉 개의 쇠솥이 있는데 구정(九鼎)이라 부릅니다. 쇠 솥에는 당시를 대표하는 상징물들이 그려져 있네요.
어떤 문에는 문 뒤로 또 영벽(影壁)이 내부를 가리고 있어요. 중국의 정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집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만든 겁니다. 보통 여인네들이 살던 곳에 이런 장치를 많이 해두는데, 이곳은 황제의 어머니가 살던 곳입니다.
입구뿐만 아니라 건물 앞에도 영벽(影壁)을 세워 내부를 가리고 있군요. 이곳에는 두 개의 건물이 있는데요. 연수궁은 응우옌 왕조의 첫 번째 황제인 자롱(Gia long)이 그의 어머니를 위해 만들었고, 장생궁은 두 번째 황제인 민망(Minh mang)이 그의 어머니를 위해 지은 건물입니다.
건물 구석구석과 내부 또한 품격이 철철 넘치네요.
내부를 천천히 걸어 모두 돌아보려면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려요. 아마 2시간을 걸어도 모든 건물을 다 돌아보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럴 땐 전기차를 타고 내부투어를 할 수 있는데, 조금 힘드신 분들은 이걸 이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격은 7인기준 45분에 24만동(12,000원)이고요. 1시간은 30만동(15,000원)인데, 사람이 적다면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네요.
왕궁 티켓 가격에는 후에 궁정박물관의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어요. 위치는 왕궁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데, 내부에는 궁궐에서 사용하던 여러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촬영을 못하는 곳이라 바깥 풍경만 보여드릴 수 밖에 없어 안타깝네요.
2시간 넘도록 땀을 뻘뻘 흘리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만난 베트남 요구르트 아줌마! 비닐 봉지에 요구르트가 들어 있는데 이게 맛이 기가 막히네요. 한잔 마시면 몸에 급격한 활력이 느껴질 거에요. 덥고 힘들 때 보이는 족족 사서 드세요. 가격은 1만동(500원)입니다.
여행팁
- 무더운 날씨에 걸어 다니기 많이 힘듭니다. 생수 2병 정도 준비하세요.
- 동선을 남쪽 입구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 동쪽 출구로 나가면 궁정박물관과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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