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까꼬막 여행 '초량 이바구길' | 부산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상으로 나를 떠미는 것

경상도에서는 ‘이바구’란 말을 많이 씁니다. 표준어로 ‘이야기’란 뜻인데요. 부산역 바로 앞 초량동에는 1.5km구간의 ‘초량 이바구길’이란 오래된 마을을 관통하는 굽이굽이 골목길이 있어요. 부산은 거의 산으로 되어 있는 도시라 산 비탈에 지어진 집들이 굉장히 많은데, 일제강점기 부산항 개항부터 해방 후 50년대~80년대까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초량동 이바구길을 걸으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드실 거에요.


초량 이바구길은 부산역 앞 큰 길을 건너면 바로 시작됩니다. 초량 산복도로를 운행하는 333버스 정류장 바로 옆 골목입니다. 그 옛날 부산항에서 들어오면 처음 만나는 동구의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바구길 초입부터 심상찮은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 건물은 1922년 지어진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이었던 ‘백제병원’ 건물인데요. 형려환자들의 인체 표본을 전시한다는 이유로 손님이 끊겨, 1930년대 김해 사람이었던 주인이 야반도주하는 비운을 맞은 곳입니다. 이후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2차대전 당시는 일본인 장교의 숙소, 한국전쟁 이후 예식장 등으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굉장히 예쁜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페는 다른 글에서 따로 보여드릴게요.







백제병원 뒤편에는 1900년도에 지어진 부산 최초의 창고였던 ‘남선창고터’가 있어요. 현재는 대형마트 주차장 담벼락으로 사용되고 있던데, 당시는 북쪽에서 잡아온 싱싱한 명태를 보관하는 곳이라고 ‘명태고방’이라고 부르던 곳이었습니다. 그나마 담벼락이라도 남아 있어 이야기는 고스란히 살아 있네요.







큰 길을 올라가다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오래된 집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특히 곳곳에 여인숙이 많이 있더라고요. 지금도 생활이 넉넉치 않은 사람들의 유용한 하룻밤일 겁니다. 저도 오래 전 여행할 때 여인숙에서 많이 묵었던 추억이 있네요.







길을 걷다 보면 문득 담벼락에 사진들이 걸려 있는 담장 갤러리를 만나기도 합니다. 부산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볼 거리가 곳곳에 있으니 오르막 골목길 걷는 게 힘들지 않네요.







추억을 떠오르게 하던 옛 동네를 얼마 지났을까, 한강 이남에선 최초의 교회라는 ‘초량교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1892년 미국 선교사가 세웠는데 여전히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초량교회 옆 길을 들어서면 문득 가파른 계단이 나오고, 계단 오르기 전 왼쪽에는 ‘이바구공작소’가 있어요. 이곳은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인데 작은 갤러리이자 여행자들의 쉼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안에 들어가면 귀여운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어요. 전시된 그림들은 서양화가 아니라 모두 한국화입니다. 그림이 귀여워 구경하고 있으니 안내하시는 분이 고맙게도 엽서 한 장을 선물로 주시네요.







가파른 계단을 올라오면 정면에 재미난 식당이 하나 보여요. 여긴 ‘168도시락국’이란 식당인데 할머니들이 차려주는 도시락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에요. 시락국밥이 3,500원이고 팥빙수도 3천원에 팔던데 깔끔하고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죠.







168도시락국 골목을 조금 들어오면 드디어 168계단과 마주합니다. 계단 입구 왼쪽에는 작은 우물이 하나 있는데 과거에는 산복도로 주민들이 모두 여기서 물을 길어 168계단을 올랐다고 하죠. 우물은 지금도 마르지 않았지만 마실 수는 없네요.







168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도 되지만 지금은 무료 모노레일을 운영하고 있어 편안하게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올라갈 땐 타고 가더라도 내려올 땐 걸어 내려오시는 걸 추천해요. 계단에도 구경할 만한 것들이 조금 있거든요.







그렇게 단숨에 모노레일을 타고 산복도로를 오르면 바로 ‘이바구충전소’란 게스트하우스를 만납니다. 이곳은 동구청에서 어르신들에게 운영을 맡긴 곳인데 부산 북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멋진 전망을 가지고 있는 곳이에요. 숙박료는 1인 15,000원입니다.








그리고 이바구충전소 앞에는 ‘다문화공감센터’라는 작은 휴게소가 있는데 커피도 저렴하고 1천원짜리 아이스크림도 파니 잠시 앉아서 부산 시내를 내려다 보며 쉬었다 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역시 올라오니 풍경이 그만이네요. 날이 조금 맑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흐려도 나름 분위기는 좋습니다. 근데 올라 서기에도 다리가 떨릴 것 같은 위험한 옥상에 누가 운동기구를 같다 놨을까요? 자칫 발을 헛디디면 부산역까지 굴러 떨어질 수 있겠어요! 근데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운동하는 것도 정말 좋겠네요. ^^*








168계단 내려오다 만난 재미난 전망대. 옛날엔 화장실이나 창고 같은 곳의 지붕을 없애고 커플 쉼터도 있고 100만불짜리 풍경이 있는 벤치도 있어요. 잠시 앉아 캔커피 하나 까먹는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네요.








계단을 조금 더 내려오면 카페테리아를 갖춘 ‘김부민 전망대’란 곳이 있어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가인 김민부 시인을 기리는 마음으로 지은 곳입니다. 확 트인 시야에서 동네 할머니가 만든 1천원짜리 쿠키를 하나 사먹으며 바다로 나간 내 님은 언제 오시나 기다리던 마음을 짐작해 봅니다.








쿠키를 까먹으며 다른 이가 남겨놓은 방명록을 읽어보는 것도 참 재미있네요. 부산에는 산복도로가 참 많은 도시에요. ‘산복’이란 산비탈을 뜻하는 말인데 산이 많은 도시답게 많은 콘텐츠가 산비탈에 많이 있어요. 부산여행 가셨다면 특히, 부산역에서 기차를 내리셨다면 바로 길만 건너면 만나는 ‘초량 이바구길’ 한번 걸어보세요. 추억 속으로, 또는 겪어보지 못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잠시나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1박2일 부산여행코스 8편 계속... (연재중)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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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이 16개 있습니다.

      • 부산처럼 산복도로가 많은곳이 없을듯 합니다
        저도 어제 산복 도로(?) 비스무리한곳을 다녀 왔습니다

        날이 더워 다 돌지를 못했네요 ㅎ
        다음 부산 여행시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 부산은 산복도로가 부산 전역에 있죠.
        산을 중심으로 빙 둘러 도시가 형성되어 그렇습니다.
        이바구길 담에 꼭 한번 걸어보세요. 무료 모노레일 기특합니다. ^^*

      • 고향이 부산인데, 이 동네를 가 본 적이 없습니다.ㅎ
        예전에는 부산에서 후진 동네로 알려져 있었는데, 참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옥상의 운동기구, 168 계단의 모노레일...인상적입니다.^^

      • 저도 부산 굉장히 오래 살았는데, 여행지라 생각을 안해서 그런지 한번도 어딜 돌아다녀 본 적이 없었죠 ㅎㅎㅎㅎ

      • 프로필사진 아직까지 교가가 생각나요

        2016.07.21 16:14

        모교를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초량초등학교...그리고 초량교회
        많은 분들 방문하셔서 좋은 추억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언젠가 다시 한번 가 봐야 겠어요..그 때 동네분들 아직도 다들 게시려나~~~`

      • 초량초등학교, 나훈아, 이경규도 나오고 박칼린도 나왔다고 담벼락에 적어 놨더라고요.
        이 동네에서 멋진 추억 만들고 왔답니다. ^^*

      • 매년 부산에 가보지만 이바구길이나 산복도로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네요
        조만간 꼭 가보고 싶네요

      • 비슷하게 생긴 길은 참 많은데, 모노레일 타고 편안하게 오르 내릴 수 있는 곳은 여기 밖에 없을 거에요.
        경치도 끝~내 줍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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