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을 응원하게 되는 독특한 공포영화 '맨 인 더 다크'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10대 좀도둑 세 명이 눈먼 노인의 집을 털러 갑니다. 이건 뭐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더 쉬울 것 같지만, 도둑들은 되려 탈탈 털리고 관객은 오히려 도둑들을 응원하게 되는 독특한 공포영화 '맨 인 더 다크(원제: Don't Breathe)'. 살다 살다 범죄자를 걱정하고 응원하게 될 줄이야.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흥미롭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작장애 노인이 총을 든 10대 도둑 3명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유명한 배우 하나 없이 독특한 아이디어만으로 공포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흥행을 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빈집털이범인 록키, 알렉스, 머니는 한 노인의 집을 털 계획을 세웁니다. 이 노인은 전쟁에 나갔다가 시력을 잃었는데, 하나뿐인 딸의 교통사고 보상금 3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집안 금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노인의 집은 도와줄 이웃도 순찰 도는 경찰도 없는 외딴 곳. 누가 봐도 손쉽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런 설정은 거대한 함정입니다. 잠 자던 노인이 깨어나면서 집은 지옥으로 바뀝니다. 문은 모두 잠기고, 불마저 꺼지면서 근육질 노인은 좀도둑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아이디어가 단순한 공포영화는 관객을 몰입시킬 선택이 많지 않습니다. 늘 그렇듯 스릴러에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있길 마련인데, 감독은 관객의 예측을 깨고 되려 좀도둑이 그것도 앞도 못 보는 노인에게 쫓기게 설정을 합니다. 그리고 관객은 쫓기는 자에게 감정이입을 못하면 두려움이 없어지는데, 사이코패스에다 전쟁에 참전한 근육질 노인에게 설정한 여러 반전 장치를 통해 영리하게 공포감을 극대화시킵니다. 그리고 폐쇄되고 제한적인 '집'이라는 미로 같은 공간 또한 단단히 한 몫을 합니다.

<맨 인 더 다크>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액션 연출도 굉장히 출중합니다. 원제처럼 숨쉬는 소리도 발소리도 없이 깜깜한 집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노인의 눈을 대신할 사나운 개의 공격은 또 어떻게 물리칠 건지, 총을 들고 숨죽인 나를 지나치는 노인에 대한 공포는 그야말로 오금이 저립니다. 작은 2층집이란 좁은 공간에서 절대 방심할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대단히 강렬한데, 공포영화 특유의 장르적 문법과 여러 장치들을 영리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절대적 약자처럼 보였던 눈 먼 노인이 왕이 된 상황에서 청각, 후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이 총 동원되어 서스펜스가 만들어 집니다. 여기에 어둠 속을 유영하듯 흘러가는 카메라의 움직임도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합니다. 몇 차례의 반전을 거듭하며 선악의 경계가 엎치락뒤치락 잔혹한 인연이 계속 이어집니다. 다른 슬래셔 영화에서 보이는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 만들어낸 밀도 높은 공포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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