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N드라마 '도깨비'에 푹 빠졌습니다. 도깨비, 삼신할매, 저승사자, 구천을 떠도는 귀신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로 이렇게나 달콤하고 판타지 철철 넘치는 작품을 만들다니! 특히, 열 살, 스무 살 도 아니고 900살 차이에도 애정 돋는 공유와 김고은의 사랑은 참 감동적입니다. 우연찮게 인천을 지나다 도깨비 촬영지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배다리 헌책방거리. 서로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던 노란 책방이 어디있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인천에 있었어요!
배다리는 배로 다리를 만들어 건넜다는 의미겠죠. 배다리마을은 이곳은 1호선 동인천역과 도원역 사이의 금곡동과 창영동 일대를 말합니다. 현재는 고가다리 아래에 있는 낙후된 골목인데, 한 때는 이곳도 번화한 곳이었습니다. 개항 이후, 제물포를 중심으로 일본인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조선인들은 배다리 주변으로 밀려났는데, 양조장, 간장공장, 성냥공장 등으로 번화한 시절도 있었죠.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이제 5-6개의 책방만 남아 있지만, 한 때는 40여개가 넘는 책방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집현전은 70년 동안 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왔을 아벨서점. <토지>의 박경리도 이곳에서 책을 팔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니, 한국 문학에 지대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하면 과할까요?
그리고 tvN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였던 한미서점. 드라마 속에서 노란색 서점이라 기억에 남는데, 인천 배다리 마을에 있었어요! 1955년에 생겨난 서점입니다.
공유와 김고은이 서로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던 장소가 여기였죠. 한미서점은 서점과 공방, 휴게실, 강좌 등을 접목한 문화공간입니다.
벽에 걸려 있던 빨간 우체통은 엄마에게 손편지를 보내는 건가 보네요.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르게 한미서점은 감성이 마구 샘솟습니다.
종이가 다 헤져라 풀고 또 풀었던 수학의 정석. 꿈에서라도 다시 볼까 두렵습니다. ㅎㅎㅎ
서점 내부는 책을 구경하고 읽어 보고, 쉼터도 있습니다. 수염 덥수룩한 주인장의 웃음 띤 환대도 참 정답습니다.
도깨비 드라마를 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실 바로 그 장소. 공유가 나무 기둥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서점에서 책은 안보고 드라마 얘기만 한다고 혼내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1980년대 순정만화 '사랑의 에반제린'을 찾았지만 없더라고요. 시리즈가 20권이 넘나 그럴텐데, 있다면 다 사려고 했지만....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서점 5-6개 정도 있는 작은 골목이에요. 주변엔 문구점 도매하는 곳이 더 많은 것 같던데, 도깨비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면 한번 다녀오세요. 이것만 보고 오긴 조금 섭섭하다면....
근처엔 '스페이스 빔' 이란 옛 양조장을 개조한 문화공간도 있습니다. 양조장 앞엔 로봇이 있었는데.... 어디갔지?
휴지와 지게차가 로봇을 가리고 있네요. ㅎㅎㅎ 불쌍해.
스페이스 빔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도 쓰이고, 전시실, 문화공간 등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공예작가들이 요일별로 참여하는 요일가게, 배다리 생활사진전 등 볼 거리가 가끔 있습니다. 이것으로도 허전하시다면....
근처에 창영초등학교로 가보세요. 이곳은 1907년에 지어진 인천 최초의 보통학교인데요. 인천지역 3.1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합니다. 걸출한 위친들도 많이 배출했는데, 정치인은 빼고 메이저리그 투수 류현진도 여기 출신입니다. ^^* 여기까지 오셨다면.....
창영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영화초등학교도 들러보세요. 현대화된 건물 두 개에 쌓여 있는 이 오래된 건물은 1892년에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학교 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볼 순 없지만 바깥으로 한바퀴 돌아봐도 풍기는 품격이 남다릅니다.
아무리 공유가 좋고 도깨비 드라마가 좋다고 하더라고, 배다리 헌책방골목만 돌아보지 말고, 보여드린 다른 곳들도 함께 돌아보세요. 인천역과 차이나타운에서 차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 그곳들과 함께 돌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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