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키운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집 뒷마당을 찾는 길고양이 가족에게 따뜻한 집, 밥, 간식을 챙겨준 지 언 6개월. 와이프와 농담으로 "다른 집 고양이들은 감사의 표시로 쥐도 물어 오고, 벌레도 물고 와서 선물한다던데, 얘네들은 왜 그런 걸 안 하지?"라고 말했던 적이 있어요. 오늘 드디어 얘네들이 뭔가를 물고 와서 문 앞에 놔두었어요. 벌레건 쥐건 뭐든 움직이는 건 다 잡아 먹던 아이들이 사료와 캔, 고기를 맛본 다음부턴 사냥은 안하던데, 어찌된 일인지...
뒷 마당 문을 여니 문 바로 앞에 생쥐를 한마리 물고 왔어요! 그리고 야옹 거리며 나더로 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네이놈. 니가 드디어 철이 들었구나. 뭐 이런 걸 다 가져오고! 기쁜 마음도 잠시, 쥐가 아직 안죽었어요!!!! 우리 마을에선 쥐를 본 적이 없는데, 제가 볼 땐 새벽에 뒷산 밤나무 숲에서 놀다 들쥐를 잡아온 모양이네요. 고양이가 사람에게 보은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어요.
나 가지라며 야옹거리다 쥐가 움직이니 저도 놀랐는지 움찔거립니다. ㅎㅎㅎ 고양이는 사람을 자신보다 덩치가 큰 고양이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던데, 난 자기들 앞에서 사료를 먹지 않으니 사냥 능력이 다 떨어진 늙고 뚱뚱한 고양이쯤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또는 매일 사료, 캔, 육포 등 '죽은' 동물을 먹이로 주니까, 날 사냥 능력이 전혀 없는 고양이로 생각해서 걱정한 나머지 먹이를 공유하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자신들 고양이 무리에서 내가 제일 힘이 쎈 대장 고양이로 인식하고 먹이를 상납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옜다 쥐 한 마리 던져 줄테니, 영역 공유함에 있어서 날 건들지 마라. 라는 뜻일 수도 있겠네요. ㅎㅎㅎ 요 발칙한 것!
새끼 고양이는 어미에게 사냥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첫 사냥감이라 자랑하려고 가져온 것일 수도 있고요. 가끔 장난치려고 가져온다는 사람도 있는데, 고양이는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일부러 멀리서 물고 오진 않아요. 보통은 그 자리에서 놀고 버리고 오거든요.
어이구 잘했쪄~ 아저씨가 칭찬해 줄게 일루와바...
어구구 잘했어~ 쓱싹쓱싹~
심하게 경계하던 길고양이가 6개월 돌봐줬더니만 이제 배도 만지게 해주고 그러네요. 요즘 내가 너땜에 산다옹~
아무튼 이놈들아, 디게 디게 고맙긴한데 앞으론 쥐는 안겨져 와도 된단다~ 나 사냥 못하는 늙은 고양이 아니거든? 마이 마이 묵고 아프지 말고 늬네들도 행복하게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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