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입맛 돌아오는 '함병현 김치말이국수' | 포천맛집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가끔 입맛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입맛이란 늘 너무 많아 문제지 없는 건 문제가 아니라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무튼 그 어떤 산해진미를 떠올려도 입안이 꺼끌거리는데, 갑자기 어린 시절 엄마가 밤참으로 해주셨던 음식을 떠올리면, 집나간 식욕이 확~ 돌아올 때가 있죠. 저에겐 김치국밥, 열무국수 같은 김치를 넣은 간단한 음식이 그렇습니다. 오늘 하루에 포천, 철원 등을 새벽부터 돌아 다녀서 몸이 축축 처지는데, 갑자기 국수가 먹고 싶어 졌어요. 애 들어선 것도 아닌데 갑자기 밤에 뭔 먹고 싶은 게 생겼을까. 아무튼, 포천에서 국수집 찾으니 여기가 유명한가 보더라고요. 함병현 김치말이국수.


시골엔 일찍 문 닫는 식당이 많아 미리 전화 드리니, 8시까지 주문을 받으신답니다. 8시 맞춰서 찾아갔더니만 우리 오기를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가게엔 모두 퇴근하고 사장님과 직원 한분만 남아 계십니다. 그리고 제가 가게로 들어가니 간판 불을 끄고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 주십니다.







희끗한 머리의 사장님이 어머니가 이북에서 만들어 주시던 김치말이국수와 똑같은 맛이랍니다. 김치말이국수와 비빔국수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똑같이 7천원씩 하네요.







이건 비빔국수. 간결하게 고명도 올리고 뭔가 차분한 한그릇 국수 같습니다.






국물은 사골국물을 줍니다. 메뉴에 곰탕이 있던데 비빔국수 국물로도 사용하나 보네요. 사장님께서 여기서 직접 오래 끓여서 나오는 거라며 맛을 보라고 하십니다. 문 닫기 전에 들어온 손님이 그리 반갑지 않을 것 같은데, 친절하게 음식 설명도 잘 해주시더라고요. 사골 국물 맛이 진짜 진하고 구수하네요.







국수 면면을 보니 갑자기 엄마 생각이 문뜩 떠오르네요. 큰 양재기에 맨손으로 쓱쓱 비벼 주시던 비빔국수. 이 식당도 손으로 쓱쓱 비벼서 담아 주십니다. 매운 청양고추도 보이고 열무김치도 보이고...






면은 보통 국수에 많이 쓰는 중면입니다. 맛은 굉장히 매콤하고 아리한 맛이에요. 아삭아삭 씹히는 열무도 기분 좋고, 한 입 가득 구겨 넣은 매운 면을 씹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낍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맵던데 함께 주시는 사골 국물로 입을 달래주니 이거 천국이 따로 없네요. 엄지척~







그리고 간판에도 그 이름을 올린 김치말이국수. 비빔도 그렇고 이집은 큰 그릇에 음식을 가득 담아주는 게 특징이네요. 주인장 어머님께서 어릴 적 만들어 주시던 평안도식 김치말이 국수라고 하십니다.







먼저 국물을 후루룩 마셔보니 매운 김칫국물에 뭔가 구수한 다른 맛이 있길레 여쭤보니, 김치국물에 사골육수, 사태, 우둔육수를 함께 넣은 국물이라고 하더라고요. 국수 위에 사태고기 한점을 올려주는 걸로 봐선 그 말씀이 진짠가 봅니다. 별것 없는 빨간 국물로 보이지만 정성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짐작이 갑니다.







김칫국물이 제법 매콤한데, 거기에 다진 두부와 오이, 배, 잣, 참기름 등등 많은 양념과 고명을 올려 맛이 굉장히 조화롭습니다. 특히, 매운 면을 먹다 보면 가끔 눈에 띄는 잣은 신의 한수에요. 매워서 입을 호호 불다가 작은 잣 하나 집어 먹으면 매운 입이 싹 가십니다.







보통의 빨간 국수 보다는 단맛은 적고 김치의 새콤함과 깊은 구수함이 있는 대단히 맛있는 국수였어요. 화려하고 값비싼 다른 음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가격에 이만한 정성이 들어간 국수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입맛이 없는 희귀한 상황에 처하셨다면 입맛이 돌아 올 겁니다. ^^*


함병현김치말이국수는 대로변이 아니고 포천 시골길 골목 안에 있어 손님이 얼마나 올까 싶긴한데, 아마도 이 맛을 본 사람들은 알음알음 찾아 갈 그런 식당 같습니다. 포천여행 가셨다면 한번쯤 색다른 국수 맛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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