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고 춥게만 느껴졌던 겨울이 끝났습니다. 낮에는 잠바를 벗어야 할 정도로 따뜻해져서, 슬슬 본격적인 여행시즌 몸풀기에 돌입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지난주, 수도권에서 가까운 경기도 파주로 여행을 갔다 왔어요. 파주는 음... 뭐랄까... 조금 독특한 도시였어요. 국도에서는 여느 시골길과는 다른, 공장, 군부대, 논밭이 섞여 있는 조금 낯설은 느낌이 있었고, 문화와 예술이 충만한 이색적인 마을도 있고, 민간인이 맨 눈으로 북한 땅을 볼 수 있어 우리가 분단국가란 걸 몸소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파주여행은 구경할 곳이 생각보다 많은 도시라서 1박 2일 정도의 짧은 일정일 경우에는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야 해요. 제가 소개해드리는 여행코스는 비교적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어가서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만 간추렸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곳 말고도 제3땅굴, 판문점,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통일촌, 수목원 등등 많이 있으니 원하는 곳들은 추가, 삭제하시면 되겠네요. 어떤 곳들이 있나 내려가 볼까요~
영조의 효심이 깃든 천년고찰 '보광사'
조선의 임금 중에 가장 효심이 지극했던 임금은 정조라고 알려졌는데, 정조의 할아버지 영조 또한 그에 못지않습니다. 무수리로 입궁해 내명부 정1품인 숙빈까지 오른 최씨가 바로 영조의 어머니인데요. 영조는 어머니의 묘 소령원의 원찰로 보광사를 지정하고, 매월 초 됫박고개를 넘어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숙빈의 영정을 모신 어실각, 영조의 친필 현판이 있는 대웅전, 그리고 만세루 처마에 걸려 있는 색 바랜 목어가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 '감악산 출렁다리'
감악산 둘레길 시작점에 있는 이 출렁다리는 도로 개설로 인해 잘려나간 설마리 골짜기를 온전히 연결하려고 만든 출렁다리(무주탑 산악 현수교)입니다. 우리나라에선 가장 긴 150미터에 이르는데, 몸무게 70kg 성인 900명이 동시에 통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네요.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해 보세요.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분 정도 걸어 오르면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과 민족대립의 아픔이 서린 곳 '임진각'
임진각은 1972년 남북 공동성명 후, 실향민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지금은 민족 대립의 아픔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전쟁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한국전쟁 때 공격받아 탈선된 증기기관차, 전쟁이 끝난 1953년 전쟁포로 교환을 위해 가설한 자유의 다리, 6.25 전쟁 때 실제 사용되었던 지하벙커 BEAT 131 등 관람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그 옆으로 드넓은 잔디밭 평화누리공원에서는 가족들과 한가로운 소풍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마을 '헤이리 예술마을'
헤이리 예술마을은 종합예술마을로 국내에선 가장 규모가 큰 곳입니다. 이곳에는 미술가, 음악가, 건축가, 글작가 등 330여 명의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갤러리, 박물관, 전시관, 공연장, 카페, 레스토랑, 서점, 게스트하우스, 아트숍, 그리고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생활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모든 건축물들은 수십여 명의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이 만들었는데, 건축물 감상하며 길거리만 걸어 다녀도 충분할 정도로 마을 전체가 거대한 예술품입니다. 가족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습니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건물로 가득한 '프로방스'
처음엔 몇 안 되는 작은 건물과 상점들로 시작한 프로방스는, 지금은 제법 많은 건축물과 상점들로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50여 개의 아름다운 색채의 건물로 이루어진 유럽풍 작은 마을인데요. 허브용품 카페, 레스토랑,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기를 만드는 도자기공방, 빵 명장이 굽는 빵가게 등 작지만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워할 그런 곳이랍니다.
북한 주민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곳에 오르면 북한 땅과 주민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 찾아 약간 뿌옅기는 하지만, 곳곳에 설치 된 무료 고성능 망원경으로 바라보면 논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까지 코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히 보입니다. 언젠간 통일이 되어 저 땅으로 여행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국토분단의 아픔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니 아이들과 꼭 가보세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파주출판도시 지혜의 숲'
파주시 문발동 일대는 책의 기획, 편집, 인쇄, 물류, 유통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출판단지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또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 불리는 '지혜의 숲'이 있는데요. 학자와 지식인이 기증한 책을 소장한 지혜의 숲1, 출판사에서 기증한 책을 소장한 지혜의 숲2,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로비이자 휴게실이 있는 지혜의 숲3이 큰 건물에 모두 모여 있습니다.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예쁜 사진도 찍으며 쉴 수 있는 참 아름다운 서재입니다.
30년 전에 사라진 금속활자를 체험하는 '출판도시 활판공방'
아주 옛날 책은 금속활판 인쇄본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컴퓨터로 인쇄하는 시대라 팔만대장경에나 쓸 법한 활자인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요. 활판공방은 30년 전에 사라진 활판인쇄에 대한 모든 것을 구경하고 실제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원하는 글자를 가져와 시(詩) 한편 인쇄해 보고, 명함도 만들어 보는 등 체험도 할 수 있는데 색다른 경험이 될 겁니다.
헌책방이자 음악감상실이자 카페인 '문발리 헌책방골목-카페블루'
이곳은 헌책을 살 수도 있고, 읽을 수도 있고, 커피를 마시는 카페이자 음악감상실인 독특한 문화공간입니다. 사회과학, 인문, 예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이 있는데, 특히 아이들 책도 저렴하게 팔아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많이 찾는 곳입니다. 커피 한잔 들고 깊숙한 굴 아래로 내려가면 음질 좋은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도 감상하고, 샛강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재미난 곳입니다.
파주여행에서 꼭 먹고 와야할 면요리 '파주닭국수'와 '브라더 국수'
파주여행에서 여러 식당을 다녔는데, 그중에 면요리가 맛있는 두 곳만 추천한다면 파주닭국수와 브라더국수입니다. 파주닭국수는 칼국수 속에 닭이 반마리 들어 있는데, 진한 닭국물에 살만 쏙쏙 잘 빠지는 닭고기가 참 맛있습니다. 8천 원이란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우수한 곳입니다. 그리고 브라다국수는 국수보다는 일본식 라멘과 함바그가 더 맛있는 곳이었어요. 가격이 5천~6천 원 정도로 매우 저렴해서 1만 원이 넘는 음식과는 비교할 대상이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만족도를 보이는 곳입니다. 특히 오사카 함바그는 한우로 만들었는데, 크리미한 소스는 초딩입맛 사로잡는 매력적인 맛입니다. 추천합니다.
마치며...
봄여행으로 파주시 어떠십니까? 경기도에 있으니 수도권에 사시는 분에겐 가깝기도 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콘텐츠가 많은 도시입니다. 제가 소개해드린 곳들은 모두 쉽게 접근하고 많이 걷지 않는 곳만 추천해 드렸습니다. 판문점이나 제3땅굴, 사찰 등 제법 걸어야 하거나 사전에 신청하고 미리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곳들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음식도 제가 먹어 본 것들 중,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들로만 추천합니다. 부디 멋진 파주여행 되시길 바랄게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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