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롱 여행 #10 - 산 허리를 관통해 지은 깟바섬 '동굴병원(Hospital Cave)'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베트남 하롱베이 서쪽 끝에는 '깟바(Cat Ba)'란 아름다운 섬이 있습니다. 선착장에서 섬 끝까지 직선거리로 20km 정도 되는 제법 큰 섬인데요. 이곳에는 호텔, 식당 등 휴양지로도 손색없지만, 전쟁과 관련된 유적지들도 제법 많이 남아 있어 관광지로도 괜찮습니다. 다음 시간에 보실 캐논포트(Cannon Fort)도 그렇고, 오늘 보실 동굴병원(Hospital Cave)도 전쟁에 이용되었던 병원 시설입니다.

베트남은 프랑스와의 전쟁, 남북전쟁, 미국과의 전쟁 등 근현대사에 말도 못 할 많은 전쟁을 치룬 나라입니다. 그 흔적이 베트남 곳곳에 남아 있는데, 깟바 섬에도 어김없이 전쟁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굴병원은 전쟁 당시 폭격을 피해 동굴에 숨어 환자들을 치료하던 곳인데, 지금도 시설이 고스란히 남아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어요. 어떤 곳인지 들어가 볼게요.



하롱시티 뚜언차우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섬 북쪽에 도착하게 되는데, 거기서 깟바 섬의 정 가운데로 난 메인 도로를 따라 약 14km 쯤 달려오면 동굴병원 입구를 만나게 됩니다. 위 사진처럼 왼쪽에 작은 표지판 하나 딸랑 서있으니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에 잘 보셔야 할 거예요.







정확한 위치는 구글지도에서 확인해 보시고요.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으니 길 찾기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냥 길거리에서 테이블 하나 펼쳐두고 매표를 하고 있네요. 타고 온 오토바이는 저기 나무 그늘 아래에 새워놓고 가면 됩니다. 주차료는 무료입니다.






동굴병원 입장료는 4만동(2천원)입니다.







밀림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100미터 정도만 가면 병원이 있다고 하네요.







근데, 갑자기 무지막지한 오르막길이 나옵니다. 근데 쫄지 마세요. 사진에 보이는 것만 오르면 동굴 입구가 나옵니다.







동굴을 설명해줄 젊은 친구 두 명이 기다리고 있네요. 일행당 한 명이 따라붙으며 동굴에 대한 용도와 역사적인 설명을 해줍니다. 별도의 팁을 요구하진 않던데,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면 고생했으니 팁 2만동(1천원) 정도는 주셔도 좋습니다.







이런 동굴에서 폭격을 피해 사람을 치료했다니, 동굴이 신비롭기는 하지만 한편 가슴이 아픕니다. 전쟁은 인간의 존엄을 정말 무참하게도 짓밟습니다.







그래도 동굴은 매우 신비롭고 아름답긴 하네요.






아프고, 아름답고. 인간의 존엄이란 그 무엇도 범할 수 없건만 총칼 앞에서 간편하게 유린당하고, 상처를 핥으며 동굴로 숨어드는 늑대마냥 인간이 치료를 위해 숨어들어야 한다니....







아무튼, 동굴 입구는 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두꺼운 철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들어가 볼게요.






원래는 석회 동굴이었는데, 콘크리트로 구획을 나누고 방을 만들어 병원 용도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안에는 목욕탕도 있고,







작은 세면장도 있고, 식당, 침실 등 구획이 나뉘어져 있어요. 당연히 창문은 없고 답답하고 음습한 느낌이 듭니다.







동굴 깊이 들어오면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여기선 병사들이 모여 영화도 보고 쉬기도 하는 강당 같은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저기 위는 아마도 장교들이 머물던 지휘소 같은 곳인 것 같은데, 출입통제 구역임에도 사람이 그냥 올라가 있네요. 전 법을 잘 지키기 때문에 안 올라 갈랍니다.







바닥에 작은 틈이 있어 들여다 보면 그 끝에는 또 큰 방이 나오고 그럽니다. 전쟁 때는 많게는 500명 정도의 인원이 생활할 수 있는 병원으로 보입니다.







지하 군사시설 같기도 하고, 감옥 같기도 하고, 긴 통로 양쪽으로 난 문이 공포스럽습니다.







통로 끝에도 입구와 마찬가지로 두꺼운 철문이 되어 있는데, 햇빛이 정말 반갑네요.







후문도 이렇게 철통방어를..... 산 중턱이라 개인 화기만 들고 올라온 적군은 여길 절대 뚫을 수가 없겠네요.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준비된 향 하나를 피우고 묵념을 해봅니다.







오토바이 세운 곳은 작은 슈퍼가 하나 있는데, 아이스크림 하나 까먹고 갈까요~ 베트남 아이스크림도 제법 달다구리 하니 맛있습니다. 가격은 5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







슈퍼 주인장 딸래미가 오토바이 주차장을 청소하고 있네요. 어구 착하다~







이제 이 길을 10km 정도 더 달려 캐논포트(Cannon Fort)로 가볼게요. 이름 그대로 대포 요새인데, 전쟁 당시 바다로 공격하는 적군을 물리치기 위한 진지가 구축되어 있어요. 그런데 거기서 내려다 보는 하롱베이와 란하베이 풍경이 정말 장관입니다. 베트남 현지인들은 하롱베이보다 란하베이 풍경을 더 알아준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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