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밤 풍경을 구경하다 배가 고파 늦은 저녁을 먹으러 포텐(Pho10)이란 쌀국수 집으로 갔습니다. 일부러 먼 길 돌아 찾아간 건 아니고, 제가 묵고 있는 마이차밍호텔 바로 뒤에 있어서 가는 길에 들렀어요. 하노이는 베트남 수도라 늘 관광객이 많은 곳이고, 또 중남부에서 북부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꼭 지나쳐야 하는 도시다 보니 늘 사람이 많은 건 알았지만, 식당에서 줄을 서서 먹은 적은 여기가 처음이었어요. 손님도 베트남 사람 반, 외국인 반인 거 보면 어지간한 세상 사람 입맛에 다 맞나 보네요. 어떤 곳인지 들어가 볼까요~
식당 바깥은 할랑할랑해 보이지만, 들어가면 줄을 서 있더라고요. 하노이에 포10 지점이 여러 군데 있는데, 여기가 본점입니다.
자세한 식당 위치는 지도에서 확인하세요. 호안끼엠 호수에서 제가 묵는 마이차밍 호텔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가게 입구에 주방이 있는데 통유리로 안을 훤히 들여댜 볼 수 있게 했네요.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가게가 그리 크진 않네요. 테이블이 몇 개 없다보니 여긴 무조건 합석입니다. 내 테이블 니 테이블 이런 거 없어요. 그냥 빈 자리 아무데나 앉아 주문하면 됩니다.
메뉴판을 볼까요... 종류가 많은 거 같은데, 전부 half done 또는 well done으로 구분해놔서 단순합니다. 직원에게 제일 잘 팔리는 걸로 두 가지 추천해달라고 하니, 양지살 하프던이랑 웰던이 섞인 Tai chin(Half done with well done beef)과 치마살 하프던 Tai nam(Half done with flank beef)을 추천해주네요. 망설임 없이 두 개를 주문합니다. 가격은 각 6만동(3천원)과 65,000동(3,250원)입니다.
이게 치마살 쌀국수입니다. flank를 소고기 치마살이라고 해야하나 양지살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옆구리 치마양지살이 들어 있습니다.
널찍하고 부드러운 쌀국수에 맑은 국물이 참 잘 어울리네요. 하프던이라서 처음 나올 땐 약간 빨간색 안 익은 살이 보이는데, 먹으면서 서서히 익습니다. 치마살을 주문하면 약간 노란 콜라겐처럼 보이는 쫄깃한 지방도 붙어 있는데, 개인적으론 그냥 양지살보다는 이게 훨씬 맛있더라고요. 고기도 부드럽습니다.
생고기에 뜨거운 육수를 부었는데 미리 익히지 않아 고기가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호치민식 포보는 박하, 민트, 고수 등 다양한 생야채와 새콤하게 절인 양파를 넣어 먹는데 하노이식 쌀국수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쪽파와 고수를 있는 듯 없는 듯 넣었는데, 고기와 육수에 자신이 있나 봅니다.
그리고 이건 하프던 웰던 양지 쌀국수. 이건 반반이라 양지살 반은 미리 익혔고, 나머지 반은 생고기를 올려 뜨거운 육수를 부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방금 익힌 고기가 참 부드럽네요.
그래서 그런지 치마살 보다는 좀더 담백하고 깔끔한 곰탕맛이 납니다. 소고기 지방 부위에 약간 예민한 사람들은 이걸 더 좋아할 수 있겠네요.
하노이는 물가가 호치민이나 다른 중소도시보다 조금 비싼 편입니다. 보통 포보는 3만동(1,500원) 정도에 먹은 것 같은데, 여긴 6만동(3천원) 정도니 딱 두배네요. 그런데 육수 맛은 여기가 훨씬 진하고 깔끔합니다. 그리고 고기 고명도 많이 들어 있다는 것!
그리고 매콤하게 먹고 싶다면 테이블에 비치된 빨간 소스를 넣어 보세요. 조금만 넣어도 불쇼를 할 수 있을 것같이 맵습니다. ㅎㅎㅎㅎ
가게는 작고 손님은 바글대지만, 식기, 테이블 등 위생상태는 굉장히 깔끔합니다. 앞에서 쌀국수 맛나게 드시는 두 분은 하노이 사시는 베트남 어머님 두분입니다. 먹다 보면 니자리 내자리 없이 계속 합석하게 될 겁니다. 쌀국수는 정말 맛있으니 한번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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