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행 중에 의도치 않게 재미난 곳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테마파크 백제원은 부여 생활사 박물관, 식물원, 체험교실, 공방, 식당 등이 갖춰진 개인이 운영하는 테마파크인데요. 백제원의 최규원 원장은 평생 동안 25억 원이라는 사비를 들여 생활유물을 모아 이곳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최 원장은 대충 13만 개 정도 될 거라고 하시던데, 정확히 몇 개인지는 모르시냐고 여쭤보니 이렇게 대꾸합니다.
세아보덜 안햤는디 워치케 알간유?
사라져 가는 옛 물건이 안타까워 돈을 버는 족족 하나씩 사모았다는 괴짜 원장님. 어지간한 드라마 세트장이나 민속 박물관보다 전시물이 더 알차고 정돈도 제법 잘 되어 있습니다. 어른들에겐 추억이 새록새록, 아이들에겐 신기한 경험이 될 거예요.
사실 이곳을 미리 알고 찾진 않았어요. 백제문화단지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갔습니다.
어디서 주워 오셨는지 정말 옛날 물건 많아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줄 거리도 참 많겠더라고요.
바깥도 박물관인데 안은 어떤가 궁금해서 들어가 봅니다.
내부는 60-70년대 상가 밀집지역 골목처럼 꾸며 놨습니다. 30년 넘게 모은 잡동사니들은 생활유물과 백제시대 토기 등 지역유물도 많습니다.
'일단 지르고 보자' 정신으로 사다 모으신 옛날 TV들. 가운데 나무 문 달린 TV는 부잣집에나 있었지요.
수집한 물건들의 규모로 봐서는 박물관으로 정식 등록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안하시냐고 여쭤보니 목록을 정리하는 것부터가 엄두가 안난다고 하시네요. ㅎㅎㅎㅎ
특히, 영화나 음악과 관련된 영상물, 음반, 필름, 장비 들이 많습니다. 큰 휴대용 오디오는 제가 어릴 적엔 저런 걸 들고 계곡으로 산으로 놀러 다녔다는 ㅎㅎㅎ
옛날엔 엄마가 자주 두들기던 다디미 방망이. 창고에 박혀 있던 것들을 왜 쓸데 없다고 버렸나 몰라요.
한때는 성냥 모으는 취미 가진 사람도 많았지요.
20원짜리 똘이장군. 사먹은 것보다 훔쳐 먹은 적이 더 많았죠. 이거 알면 일단 반 백년은 사셨다는 말씀!
1970-80년대 나왔던 오리온종합선물세트와 해태 '고운정' 종합선물세트에는 고마운 분이 생각납니다. 3-4평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오글오글 모여 살 때, 고모부가 사 주셨던 기억이 나거든요. 쌀이 없어 밥도 제대로 못 먹던 가난한 시절에 우리집 오실 땐 저에게 저걸 꼭 사 주셨어요. 팔순을 넘기셨는데 지금은 제가 가끔 용돈을 드리곤 하는 참 고마운 분입니다.
잊고 있던 옛날 생각 많이 나네요. 막걸리나 간장은 꼭 저런 흰 통에 담아 자전거에 싣고 다니면서 팔았죠.
쌀겨 베개. 누으면 사각사각 소리와 냄새가 참 좋았었는데, 요즘은 찾기 힘들겠죠?
개인적으론 아주 흥미로웠던 박물관을 빠져 나오면 자연스레 식물원으로 동선이 이어집니다. 개울을 따라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백마강을 따라 흩어져있는 백제 유적지를 표현했다고 하시네요.
여긴 능산리고분군인가요!
책장에 기왓장을 많이 모아뒀네요. 그런데 기와에 한자가 한 글자씩 적혀 있어요. 이건 '걸자집(乞字集)'이라는 겁니다. '글자를 구걸하여 책을 만든다.'라는 뜻인데, 천자문을 지인들에게 한 자씩 써달라고 부탁해서 완성하는 풍습입니다. 보통 할아버지가 손자의 학업을 위해 선물하던 풍습이었는데요. 가만 보면 글자와 그 옆에 덕담도 써져 있습니다. 이런 걸 어디서 풀세트로 구하셨데요? ㅎㅎㅎ
식물원을 빠져나오면 다시 야외 전시장이 나오고,
그 옆으론 도자기 공방이 있는데, 약간 흠집이 있는 (제가 볼 땐 아무런 흠집이 없던데) 것들을 1천원에 팔고 있더라고요. 사진에 보이는 것 말고도 빙 둘러 많이 있으니 득템을 노려보세요!
아참, 그리고 이건 어른들에게만 알려드리는 비밀인데요. 박물관 안에 '성인들을 위한 전용 전시관'은 전자 도어록으로 잠겨 있어요. 그건 매표소에 물어보면 비밀번호를 알려준답니다. 애들은 가라~! ^^*
* 관람시간 : 10:30 ~ 17:30 (명절 휴무)
* 입장료 : 개인 5천원, 30인 이상 단체 및 부여군민 4천원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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