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차이나타운에서 길거리 음식은 어디까지나 간식이고~ 이제 진짜 밥을 먹어야겠죠? 프탈링 거리를 거닐다 보면 1층 상점들만 눈에 들어오는데, 고개를 살짝 들어 보면 2층에는 식당들이 많이 보입니다. 오늘은 전에 먹어 본 적 없는 말레이+중국식 면요리를 먹으러 킴리엔키(KIM LIAN KEE)란 식당으로 갔데요. 중국요리가 이 나라에 정착하면서 약간 변형된 일종의 '바바노냐(중국 남자와 말레이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음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바바가 중국인 남성이고 노냐가 말레이 여성을 뜻합니다. 여기에 한국의 짜장면과 비슷한 요리가 있다고 해서 어떤 맛인가 싶어 찾아갔습니다.
1층이 워낙 화려해서 2층은 잘 안보게 되는데, 고개를 올리면 위로는 식당이 많습니다. 킴리엔키는 1927년에 문을 연, 올해로 90년 묵은 노포랍니다.
위치는 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붉은색 세로 선이 차이나타운 메인 거리인 '프탈링 거리'입니다.
가게에는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네요. 벽에 걸린 액자와 사진들이 식당의 역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한자가 쓰인 표구 액자들은 아마 옛날 사람들의 글이지 않을까 싶은데, 아주 옛날 고위층은 음식을 융성하게 대접받으면 돈을 내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보통 글이나 다른 선물을 주곤 했어요. 우리나라도 조선시대만 해도 양반은 대접받으면 좋은 글귀를 써주거나, 마당에 나무를 심어주거나 하는 등 선물을 많이 했지요. 대궐 밖에선 조선에서 가장 큰 집이었던 강릉 선교장을 가보면 마당의 나무, 지붕, 정자의 글귀들 전부 당대 내노라 하던 고위층들이 심어주고 지어주고 써준 겁니다. 아무튼...
간결한 영업시간 11am - 11pm
메뉴판을 한번 볼까요. 001번 메뉴 福建面(복건면). 이게 킴리엔키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한국의 짜장면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한자로 되어 있어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말레이시아에 초기 정착했던 '바바'라고 부르는 중국인들은 '호키안(Hokkian)'이란 이름으로 살았는데 그 전통을 이어받은 음식이라는 뜻인 것 같네요. 10링깃(2,600원)짜리 작은 걸로 하나 주문하고요.
그리고 018번 'Fried Mee Suah' 볶은 면인가 봅니다. 메뉴판에 사진이 있어 고르기 어렵지는 않네요. 이것도 11링깃(2,900원)짜리 작은 걸로 하나 주문합니다.
그리고 5.5링깃 수박주스도 하나~
태국에서 매일 마시던 땡모반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수박주스는 역시 태국이 최곤가 봅니다. ㅎㅎㅎ
먼저 나온 건 018번 메뉴 볶은면. 튀긴 얇은 쌀국수 면 MEE에 꼴뚜기, 새우, 돼지 고기, 계란, 양배추, 숙주 등을 넣고 볶은 음식입니다.
매운 고추가 들어 있어 살짝 매콤한 맛도 감도는데, 양배추를 많이 넣어 많이 맵지는 않고 아삭하고 살짝 달큼한 맛이 돋보이네요.
좀 더 자극적으로 먹고 싶다면 고추기름 강추.
튀긴 면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쌀짝 바삭하고 고소합니다. 조금 먹다 보면 수분을 먹어 부드러워집니다.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고 이국적인 향신료도 없으며 적당히 짭짤해서 한국사람들도 좋아할 그런 맛입니다. 태국의 팟타이와 비슷한 맛? 그 정돕니다.
이게 바로 001번, 킴리엔키의 씨그니처 메뉴입니다. 모양은 한국의 짜장면과 똑같이 생겼는데 면은 찰기가 없고 뚝뚝 끊어지는 면발인데, 특유의 구수한 맛을 가지고 있네요.
면을 아마도 돼지기름에 튀긴 것 같은 약간의 탄 맛이 올라오는데, 은근히 고소하고 속은 또 부드럽습니다.
여기에 새우, 꼴뚜기, 돼지고기, 양배추가 있고 바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 작은 튀김조각이 독특하게 입맛을 돋웁니다. 소스는 단맛은 줄이고 짠맛이 조금 더 강조된 자극적이지 않은 춘장 맛과 유사한데(진짜 춘장일 수도 있고), 아무튼 인천 차이나타운의 '백년짜장'과 유사한 그런 소스 맛입니다. 특별하다기 보다는 여기 왔으니 한번 먹어보는 그런 맛입니다. ^^*
✔ 댓글이 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