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소 껍데기로 만든 추억의 국밥 '고령 원조 소구레' | 고령여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수구레를 기억하십니까? 제가 어린 시절에만 해도 고기는 먹을 수 없고, 단백질은 보충해야겠고,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소 껍데기로 빨간 국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말이 좋아 껍데기지 가죽 벗기고 살 발라내고 남은 찌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아무리 씹어도 질겅질겅 씹히지는 않고, 억지로 목구멍으로 삼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고령여행 중에 우언찮게 고령대가야시장의 장날이라 구경삼아 들어갔는데, 수구레국밥 골목이 있더라고요. 어찌나 반갑던지 냉큼 들어갔습니다. 옛날 맛이 그대로 나려나 몰라요.


제가 나고 자란 부산에서는 수구레라고 불렀는데, 대구 경북에선 소구레라고 부르나 봅니다. 제가 찾은 식당의 간판은 '고령원조 소구레'이지만 지도 검색하려면 공식명칭인 '서울소껍데기 소구레전문점'으로 검색해야 지번이 제대로 나옵니다.







수구레는 소의 살과 가죽 사이의 아교질을 말합니다. 도심에선 특수부위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인데, 고령에는 도축장이 있어 쉽게 시장에서도 접할 수 있나 보네요.






늙으신 노부부가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던데, 허리가 약간 굽은 백발의 어머님이 아직도 정정하시더라고요. 아무튼 우리는 소구레국밥과 선지국밥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6천원이네요.







뵙기에도 성격이 깔끔하실 것 같은 어미님이 테이블 깨끗하게 닦아주시고, 밑반찬도 정갈하게 내어 오시네요. 국밥집 치고는 반찬이 제법 많지요?







선지국밥. 대구 경북에는 마늘을 많이 넣어 먹나 봐요. 예전에 대구 서문시장에서 양은냄비 매운 갈비 먹었을 때도 마늘을 많이 주시던데, 선지국밥에도 많이 들었네요. 개인적으론 마늘 달콤하고 매운 향을 좋아하는데, 별로인 분은 조금 덜어내고 드세요. 생각보다 마늘을 듬뿍 올려주셨어요.






장날 아침 9시 쯤에 먹는 국밥. 옆 자리에선 장 보러 나오신 할아버지가 할머니 몰래 소주를 드시고 계십니다. 시골 장터에서 아침 일찍 먹는 국밥도 기분이 좋네요. 얼큰한 국물에 밥을 말고 선지와 우거지를 척~ 올려 먹으면 맛도 좋~습니다.







이건 소구레국밥. 먹기 전에 살짝 걱정이 앞섭니다. 이거 옛날 기억으론 질겅거리고 씹히지 않아 그냥 삼켰는데, 지금도 그럴까? 그런데 요즘은 뭔가 다른 가공을 하는건지 질겅거리긴 해도 잘 씹히더라고요. 생각보다 굉장히 맛있었어요. 국물 맛도 오래 전 어머니가 해주신 그맛 그대롭니다.







얼큰한 국물에 기름진 고기 껍질을 삶아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꼬습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론 대단히 맛있게 먹었는데, 옛날에 이런 음식 안 드셔 보신 분은 아마도 약간의 고기 잡내 때문에 별로일 수도 있어요. 이게 살도 껍질도 아닌 아교 부분이라 약간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실패를 막기 위해 다른 음식으로 하나씩 주문해서 맛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저는 고기국 대신 이걸 먹고 자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참 맛있는 아침을 먹었습니다. 저녁엔 좋은 친구 만나 볶음으로 소주 한잔 하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저처럼 아무거나 잘 먹는 막입에겐 훌륭한 음식일 테고, 고기 냄새에 민감한 분에겐 아마도 별로일 겁니다. 전 미리 말씀드렸어요!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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