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담에 주향불파항자심(酒香不怕巷子深)이란 말이 있습니다. 술맛이 좋으면 골목이 깊어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예천과 문경에는 물이 맑고 달아 술 빚는 양조장이 많습니다. 문경시 동로면 노은리 금천계곡 옆에는 문경주조가 있습니다. 예천과 문경 여행을 하다 지나면서 맛있는 술 한잔 마시고 가려고 들렀습니다. 이곳은 오미자로 막걸리, 청주, 맥주, 와인 등 거의 모든 술을 빚는 세계에서 유일한 양조장인데요. 달큰시큼한 오미자 맛이 좋아 어른들에게 즐거운 여행이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문경주조 입구 대문에 주담정(酒談停)이라 적어 놨습니다. 술과 담소를 나누며 머문다는 뜻이네요. 참고로 술 체험을 하거나 양조장 구경을 하고 싶다면 미리 전화로 약속을 잡고 가세요. 느닷없이 찾아가면 술 빚느라 응대를 못 할 수도 있답니다.
찾아가는 양조장 현판이 화려하네요. ㅎㅎㅎㅎ
바깥에 술 담을 준비 중인 옹기가 여럿 있습니다. 겨울이라 바깥 옹기에서는 발효를 안하고 발효실 안에서만 하고 있어요.
여긴 효모를 키우는 숙성실. 짚단을 깔아 짚에서 나온 좋은 균으로 효모가 자라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주인장이 발효실도 구경시켜 주시겠다며 문을 열어 주십니다.
발효실에선 술이 한창 익어가고 있네요. 여기 항아리들은 모두 옹기예요. 옹기 중에서 천연 유약인 잿물을 입혀 구운 '오지'에 해당합니다. 도기는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옹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저장 용기죠. 인공 화학약품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낮추어 술을 빚으려면 옹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네요.
제가 찾은 날에도 양조장 홍승희 대표는 술을 어김없이 빚고 계셨습니다. 막걸리는 햅쌀로 고두밥을 짓고, 누룩을 넣어 비비고, 몇 번의 지난한 숙성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오미자를 넣고 다시 숙성하면 비로소 오미자 막걸리가 됩니다. 탁주 한잔을 만드려면 100일이란 시간이 걸린다고 하십니다. 제가 깜짝 놀란 표정을 하니 청주의 경우엔 2년 동안 숙성해야 제대로 맛이 난다고 하네요. 대단합니다.
근데.... 배가 고프니 이 상태로도 맛있겠는데요? ㅎㅎㅎㅎ
술 빚는 모습을 보자니, 오늘따라 잘 숙성된 걸쭉한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네요.
양조장 한쪽에는 방문객을 위한 판매장 겸 시음장이 있고 휴게 공간도 있습니다. 홍대표는 술이 많이 팔려도 기쁘겠지만, 문경의 자연과 품질 좋은 농산물로 만든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혹여 문경 여행 중에 일행들과 좋은 술 맛보고 싶다면 미리 전화로 약속 잡고 문경주조 한번 가보세요. 저는 여기서 산 막걸리 몇 병으로 친구들과 정말 행복한 저녁을 먹었답니다~ ^^* (내 돈 주고 사먹었어요.)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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