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는 중국인 남자와 말레이 여성이 결혼해 낳은 후손을 '바바뇨냐(Baba-Nyonya)'라 부릅니다. 바바가 남자고 뇨냐가 여성을 뜻하는데요. 두 나라의 융합된 문화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2세들은 중국과 말레이 문화를 함께 가지고 있는데, 융합된 생활방식은 독특한 '뇨냐 음식'이란 문화로도 발전했습니다. 말레이 곳곳을 다니다 보면 '뇨냐(Nyonya, 또는 Nonya)'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식당을 종종 만나는데, 이곳의 주인장은 중국인과 말레이인의 혼혈이라 보면 됩니다.
※ 코칙 키친(Kocik Kitchen)은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돼지고기와 소고기 요리는 없습니다.
조금 한가한 골목에서 어디서 밥 먹을까 고민하다 '노냐 식당'이란 글을 보고 들어가 봤습니다.
위치는 존커 스트리트 바로 옆 길인 히렌 스트리트 중간 쯤에 있습니다.
도로와 인접한 면적이 좁은 헤리티지 건물은 보통 내부가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입구에 홀과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주방 겸 다른 홀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뭐가 맛있는 지 모를 땐, 가장 위에 있는 걸 주문하면 됩니다. ㅎㅎㅎ 'Chicken Buah Keluak' 가격은 26링깃(7천원). 부아 켈루악(Buah Keluak)은 매우 귀한 인도네시아 너트(Nut)인데, 맛이 궁금해 주문해봤습니다. 잘 팔리거나 대표 음식은 사진으로 있으니 보고 주문하면 편하겠네요.
밥에 반찬으로 먹을 두부 요리도 하나 주문. Chuan Chuan Tau Foo 가격은 14링깃(3,800원). 밥은 별도인데 1.5링깃(400원).
동남아 식당에선 대부분 물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음료를 따로 주문해야 하지요. 물 종류는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되진 않아요. 생수와 중국차 한잔 빠라삐리뿌~
말레이 식당에는 테이블 위에 종종 땅콩이나 새우과자가 올라와 있는데, 먹으면 2링깃(500원) 정도 별도로 청구됩니다. 안 먹을 거면 치워달라고 하면 되는데, 이게 배고픈 상태에서 먹으면 어마어마하게 맛있어서 보통은 그냥 먹게 될 겁니다.
이번 말레이, 싱가포르 여행에서 한 100잔은 넘게 마신 것 같은 중국차. 보이차? 우롱차? 맛이 나는데, 갈증해소에 이만한 게 없더라고요. 할 수만 있다면 등에 짊어지고 쪽쪽 빨면서 다니고 싶다는...
먼저 나온 건 공기밥과 두부요리. 파와 생강을 볶은 기름에 튀겨둔 두부와 마늘를 넣고 굴소스로 양념했습니다. 두툼한 두부는 겉은 쫄깃 속은 부들부들한게 고소하고 맛있네요. 밥 반찬으로 훌륭합니다.
1.5링깃짜리 밥. 양이 좀 적네요. ㅠㅠ 한국의 공깃밥인줄...
두부요리는 구운 대파의 풍미가 진하고 살짝 덜익은 마늘의 향기가 나는데 맛이 아주 괜찮아요. 짭조름하기도 하고 세 가지 향신채가 들어가 풍부한 향이 완전 밥도둑이네요. 중국 특유의 향신료 맛이 별로 없어서 한국인 입맛에도 딱 맞을 듯...
이건 닭요리. 한국의 닭볶음탕 비슷한 요리인데요. 달지 않고 매콤한 닭볶음탕에 약하게 고수 맛과 생강 맛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요리의 주인공은 바로 저 시커먼 열매 부아 켈루악이죠. 처음엔 짱돌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반으로 잘라 나온 열매는 껍질이 단단해서 어찌 먹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포크가 들어갈 크기는 아니고... 그런데 가만 보니 이 요리엔 젓가락 하나를 따로 줍니다. 하나는 가져오다 흘렸나? 싶었는데, 옆자리에서 저걸로 파먹으라고 알려주네요. ㅎㅎㅎ
이렇게요. 던지면 맞아 죽을 것 같이 딱딱한 열매 속은 시커먼 선지? 같은 질감의 과육이 들어 있어요. 달지 않고 딱히 맛있다고 할 수 없는 묘한 맛이 나는데, 몸에 좋다고 하니 그냥 먹어 둡니다. ㅎㅎㅎ
너트 속을 젓가락으로 파내서 밥과 닭볶음탕을 비벼 먹으면 됩니다. 열매의 식감이나 맛이 절인 블랙올리브같다고 할까요? 아무튼 약간 생소하지만 거부감 있는 맛은 아니니 안심하세요.
그리고 이곳은 메뉴판에 부가세(GST) 6%가 포함되어 있답니다. 보통 부가세나 서비스요금(SC)이 포함되어 있을 때는 메뉴판에 'nett'라고 표기되어 있답니다.
이제 말라카에서의 꽉 찬 이틀 일정을 끝내고 드디어 동양의 진주 페낭(Penang)으로 이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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