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트레 누스 크레페(Entre-Nous Creperie)는 싱가포르에서 젊은 프랑스 부부가 운영하는 정통 프랑스 크레페 식당입니다. 오랜 여행에서 동남아 음식 말고, 독특한 음식이 먹고 싶어 찾은 곳인데요. 가뜩이나 높은 싱가포르 물가에서 조~금 더 비싼 식당이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맛 평판이 굉장히 좋은 곳입니다. 싱가포르에 있는 1만여 개의 식당 중에 트립어드바이저 2위에 랭크되어 있는 집이고요. 채식주의 음식도 만드는데, 굉장히 인기가 많습니다. 어떤 크레페가 나오나 들어가 볼까요~
큰 길에서 한블록 들어가 있어서 지도 보고 찾는데도 잘 못찾겠더라고요. 간판도 따로 없고 어닝에 쓰인 글자가 다예요.
자세한 위치는 위 구글지도에서 확인하세요. 부기스 역에서 멀지 않아요.
정말 건물 구석에 움푹 들어가 쪼그맣게 있는 식당이네요. 들어가 볼까요~
점심시간이 끝난 시간이라 손님은 제 뒤에 한 테이블 밖에 없는데 조용해서 좋은데요? ㅎㅎㅎ
메뉴판이... 사진도 없고 프랑스어로 되어 있어요. ㅎㅎㅎ 그나마 설명이 영어라 다행이네요. 뭔지 모를땐 쉐프 추천음식을 주문하는 게 현명합니다. 11번 'La Ouessant' 하나 주문하고요. (가격은 S$21.90)
다른 하나는 인기 메뉴를 선택합니다. 제럴딘이 좋아한다는 'Geraldine's favourite'을 선택! (가격은 S$14.90)
음료는 커피로~
근데 커피에서 살짝 더치 맛이 납니다. Long Black Coffee는 에스프레소로 만드는 커피인데, 원두가 조금 오래되었는지 크레마는 어디가고 없고, 신선하지 않은 커피 맛은 약간 실망이네요.
먼저 나온 크레페는 11번 쉐프 추천 메뉴인 La Ouessant. 직접 반죽한 바삭, 쫄깃, 담백, 고소한 크레페에 햄, 달걀반숙, 에멘탈치즈, 버섯 등이 들어있어요.
반죽은 밀가루만 넣은 게 아니라 다른 곡물을 넣은 듯 고소하고 단맛이 납니다. 속엔 짭조름한 에멘탈 치즈가 있는데, 달짝지근한 크레페와 단짠 조합이 조화롭네요. 많이 달지는 않고 짠맛을 살짝 받쳐주는 적당한 단맛이에요. 그리고 에멘탈 치즈와 구운 버섯은 조합이 굉장히 잘 맞아요. 아주 풍미작렬입니다. 북한 김정은이 왜 에멘탈에 빠졌는지 이해 갑니다.
한국의 길거리 크레페만 먹다 프랑스 정통의 맛보니 레벨이 천지차이네요. 특히 수제 크레페 식감이 예술입니다. 종이처럼 앏고 부드럽고 쫄깃하기만 한 한국과는 다르게, 조금 더 두껍지만 그 식감은 가볍습니다. 적당히 쫄깃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기분 좋게 바삭거려요. 맛은 몹시 좋으나... 그러나.... 그러나.... 성인 남자의 식사로 먹기엔 조금 양이 적어요. 간식이나 디저트로 먹으면 좋을 듯...
함께 곁들여 나온 그린 샐러드는 양상추에 머스타드 소스를 올린 건데, 샐러드 자체로는 인상적이지 않으나 크레페에 올려 먹으면 굉장히 맛있어요.
그리고 이건 제럴딘이 좋아한다는 'Geraldine's favourite' 입니다. 한국의 크레페는 버터 맛과 향이 진해서 먹기 전부터 살짝 질리려고 하는데, 여기는 향이 은은해요. 위에 드리즐한 건 캬라멜인데 달콤한 음식이다 보니 달달한 음료보다는 아메리카노나 홍차 같은 음료가 잘 어울립니다.
직접 만들었다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샤베트같은 식감인데, 이 또한 많이 달지 않아서 크레페에 올려 먹으면 맛있어요. 따뜻한 크레페와 차가운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좀 특이하네요.
처음 본 크레페는 바삭하게 구웠다면, 이건 부드럽게 구웠습니다. 켜켜이 쌓은 반죽 사이사이엔 계피에 조린 사과가 들어 있어요. 그 위로 카라멜 소스를 듬뿍 뿌려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많이 달지 않고 적당히 달콤합니다. 특히 캬라멜소스가 연유처럼 고소함이 진하네요. 한입 먹으면 행복해지는 맛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이러저러한 곳에서 상도 받고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싱가포르 전체 식당 중에서 2위에 랭크되어 있지만, 그런 걸 다 무시하고 '크레페' 하나만 놓고 보면 정말 다른 차원의 맛집이었어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진 모르겠지만, 비싼 가격이 아깝지 않은 곳이었답니다. 도전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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