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6개월뿐이라면 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나는 평소에 이런 생각이 가끔든다. 죽음이란 것이 원채 뜬금없이 찾아오는 망할 놈이라, 아무리 준비를 해도 갑작스럽긴 한결같이 매 한가지다. 오늘은 제가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입니다. 영화에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늙은 두 노인의 인생 마지막을 그린 영화입니다.
▼ 예고편
평생을 자동차 바닥에서 수리공으로 보낸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와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한 병실에서 나란히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이 둘은 너무나도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카터는 역사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흑인이였고, 아내와 아이들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평생을 자동차 정비공으로 살며 못 다 이룬 꿈을 TV퀴즈쇼를 풀며 위안 삼는다. 에드워드는 자수성가하여 이제는 전용 비행기를 가지고 있을 만큼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세 번의 결혼도 다 실패하고 아이들 마저 "아빠는 죽은 사람이야" 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가족들에게 외면 받았다. 그에게는 가진 돈 만큼 외로움의 크기도 크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 두 남자는 서로를 좋아하지 않지만, 번갈아 항암치료를 받으며 고통받는 서로를 안쓰럽게 여긴다. 사랑은 상대를 측은하게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이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6개월 밖에 없다는 공통점과 연민으로 둘은 친구가되고 카터가 메모지에 끄적거린 버킷리스트를 함께 작성해 나간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머스탱으로 카레이싱하기, 스카이 다이빙하기,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내가 죽으면 화장한 재를 커피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기......
롭 라이너 감독은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는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스탠바이 미> 등에서 보듯 섬세한 표현에는 달인에 가깝다. 이 영화 '버킷 리스트'는 초로의 삶에 접어든 두 남자의 이루지 못했던 로망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되었다. 이미 죽음을 받아놓은 상황에서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의 재치와 유머는 내 감정에 잔잔한 파장이 인다.
버킷 리스트를 통한 이들의 여행은 못 다한 로망을 이루자는 단순한 의미는 아니다. 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는 그들의 삶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의 꿈은 마지막을 장식할 놀이가 아니라 두꺼운 피부 아래에 잠자고 있던 소년을 일깨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이 두 남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죽음은 누구나 이미 받아놓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모두 머릿속으로 나의 버킷 리스트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지금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버킷 리스트'가 따스한 위로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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