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는 1946년 생으로 한국 나이로는 73세의 노인이 되었다. 그는 어릴적부터 영화에 심취해 있었고, 13세가 되면서 독립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7세 때 제작비 500달러로 만든 독립영화 <불꽃(Firelight, 1964)>은 지역의 작은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었다. 이처럼 어릴적부터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19세가 되면서 영화 감독의 등용문이었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영화예술대 (USC School of Cinematic Arts) 입학 원서를 내지만 두 번이나 낙방하고 만다.
하지만 꿈을 접지않은 스필버그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무급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의 단편영화를 본 부사장은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최연소 감독으로 파격적인 박탁을 한다. 그의 영화 인생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첫 상업영화는 저예산 TV 영화로 기획되었던 <듀얼(The Duel, 1971)>이란 작품이었는데, 뛰어난 연출력 덕분에 제작자는 TV판 90분짜리 극장용 영화로 편집해줄 것을 요구했고, 우리가 보았던 '대결'이란 영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4년 후, 스필버그는 오늘 날 그를 있게 만들어 준 영화 <죠스(Jaws, 1975)>로 본격적으로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발돋움 하게 된다.
1971년 작품 <대결, The Duel>은 80년대 한국 TV에 방영되었는데, 난 그때 이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당시 컬러TV를 처음 사고 본 영화가 바로 듀얼이었다. 지금도 문득 생각나면 한번씩 보는 영화인데, 이 영화를 만들 당시 24살의 스필버그는 그때도 여전히 천재였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등장인물 고작 1명에 승용차와 트럭 한 대만 등장할 뿐, 별다른 내용이 없는 영화지만, 텅빈 도로를 달리는 두 대의 차량으로 어쩌면 이렇게도 손에 땀을 쥐게하는 연출이 가능했을까 놀랍기만 한다.
줄거리라고 할 것도 없이 서사 구조는 몹시 단촐하다. 평범한 회사원인 데이빗(데니스 위버)은 거래처와의 약속에 늦지 않기위해 먼지 풀풀 날리는 캘리포니아의 2차선 도로를 달린다. 약속 시간에 늦을세라 데이빗은 앞서 천천히 달리던 트레일러 트럭을 무심코 앞질러 간다. 무엇이 원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단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트래일러 운전사는 데이빗의 차량에 돌진하며 보복운전을 시작하는데, 살기위해 데이빗은 필사적으로 트럭을 피해다니지만 소용없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도, 차량을 갓길에 숨겨놓아도 트럭은 여전히 데이빗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거라곤 고작 주연배우 한 명에 차량 두 대, 그리고 장화 신은 발만 등장하는 거의 무성영화에 가깝다. 자막 같은 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몹시 독특한 영화인데, 어떻게 이런 제약 속에서 특별한 대사도 없이 미스터리 스릴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것도 러닝타임 90분 씩이나 말이다. 그저 상업영화나 잘 만다는 줄로만 알았던 스필버그가 피카소의 코끼리 그림처럼, 대단한 예술가라는 걸 느끼게 한다. 혹여 못 본 사람이 있다면, 오늘 당장 이 영화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 댓글이 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