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맛있다면 귀가 솔깃하죠. 그런데 그 '누가'가 미슐랭가이드라면 더 호기심이 갑니다. 서울 을지로 주교동 방산시장에는 72년 묵은 노포 '우래옥(又來屋)'이 있어요. 평양의 이름난 냉면집 '명월관' 출신 주방장이 1946년에 개업해서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식당입니다. 이곳은 2018년 미슐랭가이드에서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곳인데요. 개인적으로 '평양냉면' 입문자에게 굉장히 인상 깊게 기억 될 식당입니다. 육수가 몹시 맛있어요!
우리나라에 xx옥, xx관 등의 이름을 가진 노포가 많죠. 옥(屋)은 우리나라 근대에 생긴 초창기 식당을 말합니다. 이는 식당 안에 주인이 사는 방이 함께 있는 가게를 말하는데, 관(館)자가 붙은 곳은 대형 식당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옥'자가 들어간 식당이 노포인 이유는 일제강점기의 영향이 큰데, 일본에서 식당 이름에 야(や.屋)자가 있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점심시간에 찾았더니만 대기하는 손님이 많네요. 대략 15분 정도 기다려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손님들 대부분은 가족이거나, 할어버지와 손녀, 아버지와 아들 등 가족끼리 대를 이어 찾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참, 그리고 tvN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어바웃타임>에 '도하'역으로 출연하는 남자 주연배우 이상윤씨가 옆자리에서 먼저 드시고 계시더라고요. 식사 중이시라 사인을 못 받아 아쉬워요!!!
암튼 냉면 맛이 궁금해 찾았으니 '전통평양냉면', 과 '전통평양비빔냉면'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3,000원. 이 집은 평양냉면뿐만 아니라 불고기와 등심, 갈비 등 고깃집으로도 굉장히 유명합니다. 아들과 함께 온 노신사가 사진 찍고 있으니 담엔 '등심'을 꼭 먹어보라고 추천해주시네요.
먼저 나온 면수. 제가 먹어 본 면수 중에선 가장 구수하고 맛있었어요. 물 한잔으로 이 집의 음식이 어떨지 금새 알아챌 수 있습니다. 아주 구수하고 맛있어요. 처음엔 한잔만 갖다 주는데, 더 달라고 주문하면 작은 주전자를 내줍니다.
먼저 전통평양비빔냉면. 널찍한 그릇에 제법 많은 양이 들어 있어요. 면만 따로 추가할 수도 있는데, 이정도면 어지간한 남자도 배가 부를 양입니다.
비빔은 매콤하고 고소한 양념에 아주 약간의 단맛이 나는 양념이에요. 보통의 냉면 보다는 덜 달지만 고기맛이 진하게 나는 양념이라고 할까요? 저렴한 맛이 나는 흔한 막국수 같은 양념하고는 차원이 조금 다릅니다.
고추를 기본으로 한 양념이지만 텁텁하지않고 맛이 깨끗해요. 제 생각으론 고춧가루와 간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 같은데, 신선한 참기름으로 향을 내어 몹시 고소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평양냉면' 입문하시려면 비빔 보다는 물냉면을 강력추천드려요.
평양냉면은 요래 생겼습니다. 첫인상은 흔한 계란 하나 올리지 않은 단촐한 모습입니다.
메밀향 그윽하게 나는 면발 위로 배와 배추 물김치를 올렸어요. 육수에선 단맛을 극도로 절제해서 단맛은 오로지 배로만 냈는데, 한젓가락 뜰 때 간간히 들어오는 배 향기가 참 좋습니다. 면발은 메밀 100%는 아니지만 함량이 제법 높아 메밀 향기가 참 좋네요.
평양냉면 맛은 개인적으로 완전히 홀딱 반했습니다. 한우 양지와 사태살을 고아 낸 깔끔하고 진한 육수에 메밀향 가득한 면발은 진심으로 환상적이에요. 육수가 어찌나 진한지 한 젓가락 뜰 때마다 한우 고기가 한웅큼 입속으로 들어오는 맛이랄까요? 개인적으로 평양냉면 좋아해서 전국의 많은 곳을 다녔는데, 육수 맛은 우래옥이 최고였어요.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중국집 시큼달큼한 냉면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혹시 메밀 100%로 만드는 평양냉면 맛있는 집 찾으신다면 아래 링크를 따라가보세요. 남양주에 있는 식당인데 이곳도 냉면 입문자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곳입니다. (제 블로그 글은 모두 제 돈으로 사먹고, 홍보는 없으니 안심하세요.)
<찾아가는길>
✔ 댓글이 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