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몹시 아름다운 '청수사(기요미즈데라)'-일본 교토 여행 #5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교토에는 일 년에 800만 명의 관광객이 옵니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에는 그중 60%가 방문하는 교토여행 1번지에 가까운 사찰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고 한국에는 한자 발음 그대로 '청수사'라고 많이 알려져 있어요. 특히 일본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일본인도 많이 찾는 안팍으로 유명한 사찰입니다. 사계절 모두 봐야 다 봤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계절마다 특색이 있는데, 그중 오늘은 여름 풍경을 볼까요~


사찰로 오르는 기요미즈자카(淸水坂)에서 부터 무언가 특별한 사찰일 것같은 느낌입니다. 이전 글부터 니넨자카, 산넨자카 등, 자카(坂)란 말이 종종 나오는데, 특별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한자가 '비탈 판(坂)'이니 그냥 비탈길이란 뜻입니다.






정확한 절간 위치는 위 구글지도에서 확인하세요.






여러 나라의 사찰을 돌아다녔음에도 청수사 만큼 젊은 아이들이 많은 곳은 처음입니다. 예쁘고 사진 담을 곳이 많아 그런지 기모노 입은 현지인, 관광객이 많아요.





절간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뻣은 구조라 서문(니시문, 西門)이 정문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니시문을 올라서면 청수사 삼중탑(三重塔, 오른쪽)과 불교경전을 모시는 경당(経堂, 왼쪽)이 보입니다.






일본은 한국처럼 지붕 아래에는 단청을 화려하게 칠하지 않아요. 이유는 모르겠으나, 문양 없는 일본의 목탑은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듭니다.






일본의 절간에는 한국과 다른 독특한 구조가 있습니다. 거대한 목탑, 부처와 제자가 아닌 조상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 등이 있죠. 여기는 즈이구도(随求堂, 수구당)입니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수구보살을 모셨다고 이름 붙였나 봅니다.






키타소몬(北総門)을 넘어가면 물이 흐르는 작은 정원이 나옵니다.






입장료 내고 본당무대(本堂舞台)까지 안들어가도, 정원만 돌아도 참 좋네요.









사람들은 가는 곳만 가네요. 주변에 한적한 곳이 이렇게 많은데...






오백 나한들이 심심해 보이네요. 조선에서 내가 왔으니 잘 좀 살펴주시오.






청수사 본당으로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끊어야 해요.






입장료는 어른 400엔, 애들 200엔. 비싸진 않지만 지금 본당 무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보수공사중이라 조금 아쉽긴 하네요.






그렇게 신사와 산책로를 지나 아래로 내려오면 이런 모습입니다. 본당무대(本堂舞台)가 공사중이라 사진으로 쓸만한 게 없네요. 청수사는 778년에 창건되어 지금까지 유지보수를 하고 있어요. 여러 내전으로 불타고 1633년에 에도막부에서 재건했습니다. 본당 건축물은 일본의 국보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본당 보려고 왔는데 공사중이라 입장료가 조금 아깝기도 하고 그러네요.






청수사는 본래 절간이 들어앉기에는 부적절한 비탈에 자리했어요. 영리하게도 벼랑의 가파름을 역으로 이용해 391개의 기둥을 세우고 넓은 무대를 설치했는데, 무대에 오르면 넓게 트인 교토 전망과 산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청수사 오토와 폭포남자는 지혜를 구하고, 여자는 사랑을 구한다.


청수(淸水)의 맑은 물은 본당 무대 아래로는 오토와 폭포를 말합니다. 원래는 작은 폭포였는데 구조물을 세워 세 갈레로 나눴어요. 왼쪽부터 지혜, 사랑, 건강 순서대로 흐릅니다. 주의할 점은 욕심 내서 3가지를 모두 마시면 욕심이 지나치다 하여 효능이 없거나 불운이 닥친다고 하네요. 꼭 원하는 두 가지 물만 마시고 오세요. 줄은 좀 길지만...






젊은 아이들이 예쁜 옷을 입고 사진 찍네요. 어떻게든 행복하여라~






그리고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비석입니다. 아무도 관심없이 그냥 지나치는, 사진 한장 찍어주는 이 없는 외로운 비석 하나. 오른쪽에 깨알같이 '북천의 영웅(北天の雄)'이라고 적혀 있고, 도호쿠(東北) 지방의 지도를 음각으로 파놓고, 거기에 두 명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헤이안 천도 1,200년을 기념하며 1,994년에 이런 비석을 세웠는데 왜일까요?


일본은 고대에 에조족 정벌을 위해 내전 중이었는데, 그때 두 명의 에조족 족장을 생포합니다. 당시 생포했던 장군은 이들에게 아량을 배풀어 다시 마을로 돌려보내 동족을 다스리게 할 요량으로 정부에 넘겼는데, 정부는 그만 이 둘을 처형하고 맙니다. 청수사는 그 일을 사과하기 위해 1,200년이나 지난 시점에서도 비석을 세우고 집요하게 사과하고 있어요.


한일관계에서 강제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가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1990년 아키히토 일왕이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치 못한다'라고 말한 것에 사과를 다 했다고 착각할 지 모르겠으나, 그건 유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우리는 아직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1,200년이 지나서야 사과할 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유홍준 선생의 말씀처럼 '대범하게' 기다려 줍시다.






북천의 영웅 비석을 보며 생각이 복잡해진 상태로 후원을 걸어 밖으로 나옵니다. 청수사의 여름도 정말 아름답지요? 다른 계절도 몹시 아릅다워요.





<사진출처 : 청수사 홈페이지>

특히, 벚꽃이 만발한 청수사의 봄과...





<사진출처 : 청수사 홈페이지>

잘 익은 가을 단풍 풍경도 아름답고...





<사진출처 : 청수사 홈페이지>

눈 내린 청수사 또한 교토의 명장면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사계절 언제 가더라도 본전은 뽑고 올 풍경이 많으니 교토여행에서 청수사는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비석 보며 우리에게도 사과하란 말도 꼭 던지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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