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가운데 로마 수로각이 놓인 이유 '난젠지'-일본 교토 여행 #10

아침 일찍 일어나 어딜갈까... 얼핏 어느 여행 책자에서 로마의 수로처럼 생긴 게 절간에 있는 걸 봤는데... 찾아보니 난젠지(南禅寺, 남선사)의 스이로가쿠(水路閣, 수로각)였다. 난젠지는 철학의 길 남쪽 끝에 위치했는데 1291년에 창건된 오래된 사찰입니다. 사찰 자체가 아름다워 이름났다기 보다는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수로각이 경내를 관통하고 있어 이색적이라고 할까요. 물론 가을엔 단풍 구경으로 사람이 몰리는 유명 사찰이지만...


히가시야마(東山駅) 역에서 5번 버스를 타고 난젠지에 내립니다. 원래는 블루 보틀(Blue Bottle)에서 400엔짜리 빵과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가려했지만 시간이 너무 일러 밥은 나중에 먹는 걸로~






참고로 교토 버스 요금은 거리에 상관없이 어른 230엔, 아이들 120엔 고정.






버스에 내려 골목으로 들어오니 멋진 고택들이 보여요. 옆 고랑에선 맑은 물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도 상쾌하고 공기도 맑고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연애시절에나 하던 도로 반사경 사진도 찍고,

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온통 우리 세상입니다.






고급스런 고택 골목을 빠져나오니 난젠지 입구가 나오네요. 대본산 남선사.






자세한 위치는 구글지도에서 확인하세요. 철학의 길 남쪽에 붙어 있는데, 여기서 철학의 길따라 북쪽으로 2km 정도 올라가면 은각사가 나옵니다.






경내로 들어오니 난젠지의 정문인 '산몬(三門, 삼문)'이 보입니다. 높이 22미터이 엄청난 삼문인데, 지온인, 닌나지와 함께 교토의 3대 삼문 중에 하나입니다. 삼문 2층으로는 올라가 볼 수 있는데 입장료가 500엔으로 조금 비싼 편이에요. 올라가면 높은 풍경이야 좋겠지만 효율적인 낭비를 추구하는 여행자에겐 딱히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아침 일찍 왔더니만 청소하는 보살님만 계시고 관람객은 우리밖에 없어 좋네요. 절간 입장료는 없습니다.






난젠지는 원래 13세기말 카메야마 일왕의 별궁이었는데, 사후 사찰로 바뀌었습니다. 본당으로 가는 길도 참 예~쁩니다.






교토는 물이 풍부해서 이끼로 뒤덮은 정원이 참 많아요. 관리하기 까다로울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보기엔 정말 이쁘네요.





여긴 단청 하나 바르지 않은 본당.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가해네요. 개인적으로 사막같은 인기척이 없는 곳을 좋아해서 여기도 몹시 마음에 듭니다.






본당 내부.






천정에는 용 두 마리고 그려져 있어요. 한국의 사찰 대웅전은 보통 정(井) 자 모양의 우물 천정이 많은데, 폭이 좁은 판자를 이어 붙인 모습이 독특하네요.






여기가 사진으로만 보다 실제 모습이 진짜 궁금했던 스이로가쿠(수로각). 로마의 수도교를 본따 아치형으로 만든 수로각은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琵琶湖)의 물을 교토로 끌어오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액면 이야기는 이렇지만 사실은 메이지유신 이후 막부에 협력한 난젠지의 맥을 끊기 위해 지은 겁니다. 얘네들 그런 거 잘 하잖아요. 독립운동가의 99칸 기와집 안동 임청각 가운데로 중앙선 철도를 놓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암튼 난젠지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 흥망성쇠를 함께 했을 겁니다.


혹시 요즘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라고 다시 회자되는 임청각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따라가세요. 제가 직접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안동 가볼만한 곳, 99칸 기와집 안동 '임청각'






가람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로마식 수로각이 뜬금없지만, 건축물 자체로는 굉장히 수려합니다.






본때를 보여주려 흉물스런 구조물을 올렸는데 지금은 난젠지를 상징하고,

더 나아가 교토의 명소가 되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딨나요.






지금도 비와호의 물이 수로각을 지나 철학의 길을 따라 교토 시내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수로 가운데 이동식 검문소가 설치되었네요. 이 새 이름은 뭘까요? 물고기가 지나가면 후딱 검문검색하러 내려갑니다. ㅎㅎㅎ






수로각도 매력 있지만, 호젓한 가람 또한 향기 좋고 아름답습니다. 10월이면 단풍이 익어 더 진득한 풍경으로 바뀔 거예요.






줄을 당겨 종을 치며 소원도 빌고, 아침 일찍 가니 사찰이 온전한 나의 것이 되었어요. 저는 아침 8시 30분 쯤에 갔습니다.






난젠지 바로 북쪽에는 에이칸도 젠린지(禅林寺)란 사찰이 함께 붙어 있어요. 가을 단풍으로 어마무시하게 유명한 곳입니다. 전 산책이 더 좋아 이제 철학의 길을 걷습니다. 철학의 길은 다음에  조금 자세하게 보여드릴게요. 정말 멋진 산책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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