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좀비드라마, 좀비영화 추천 7편 총정리!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최근 몇 년 사이 좀비영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주류영화로 슬슬 인식이 바뀌어가는 분위기입니다. 20세에는 좀비영화를 비주류 매니아 영화라고 하찮게 보던 영화장르였는데요(관객이 외면한 돈 안되는 영화쯤으로...), 언제부턴가 대중적인 공포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대니 보일'감독의 <28일 후, 2002>가 매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 후로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한 '새벽의 저주(2004)'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대세를 굳히는 분위기로 흘러갔죠.

최초의 좀비는 부두교에서 등장했습니다. 카리브해에서는 약물이나 저주를 통해 사람을 가사상태에 빠트리고, 다시 깨어난 사람은 의식이 없어져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좀비는 현대의 좀비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내용없이 단순한 죽고 죽이는 잔인한 장면만 나열하는 스플래터 고어영화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그 나름의 철학이 있는데요, 바로 정치/사회적인 비판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1968>, <시체들의 새벽, 1978>, <시체들의 날, 1983>, 일명 '시체 3부작'을 시작으로 좀비의 공포는 다름아닌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라는 사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현대 좀비물은 디스토피아적인 철학이 담겨져 있다고 하겠습니다. 매스미디어에 세뇌되어 스스로 판단하는 사고력을 읽은 현대인에 대한 은유, 좀비보다 더 야비하고 잔인한 인간에 대한 절망 등이 담겨있습니다.

 

 

☆ 추천 기준

(1) 흥미진진한 오락성을 기준으로 선정.

(2) '시체 3부작' 등 고전은 제외하고 21세기 이후의 작품만 정리.

(3) 번호는 순위가 아니라 제목 가나다 순임. 영화 먼저 그 다음 드라마 순서.

 

 

 

 

 

 

 

 

 

 

1. 28일 후 (28 Days Later, 2002)


 

28일 후는 과거 20세기의 좀비영화와는 많이 다른 칭찬을 많이 받았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피 튀기는 스플래터 고어물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재난영화'에 더 가깝습니다. 느릿느릿 걷는 좀비, 여기저기서 들리는 괴성 터지고 찟어지는 그런 장면들은 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니는 좀비들입니다. 맞닥드리면 도망 못 가고 죽을 수도 있다는 그런 공포가 주를 이루죠.

 

이 영화는 의외로 잔인한 구경거리 보다는 도덕관념이 사라진 오로지 야생의 본능만 남아 점점 악마로 번해가는 인간의 본성에 더 클로즈업 하고 있습니다. 좀비가 무서워서 도망다니던 주인공이 어린 꼬마 좀비를 몽둥이로 때려 죽이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들은 보호는 커녕 오히려 여자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이성을 잃었습니다. "과거에 인간은 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대량살상했었는데, 그때의 인간보다는 지금의 우리가 지극히 정상" 이라고 말하는 어느 군인의 말을 보아 대니보일 감독은 좀비보다 더 강한 인간의 내재된 폭력성을 이야기합니다. 

 

<28일 후>는 단순한 스토리에 결말은 예측가능하리 만큼 단조로운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빠르게 달리는 좀비의 스피드 만큼이나 공포스럽습니다. 간담이 서늘한 좀비의 거친호흡이 내려 앉은 영국 런던의 분위기와 문명이 완전히 사라진 조용한 도시풍경은 의외로 꽤 매력적인 느낌이였습니다. 건조하고 색바랜 느낌의 런던에 귀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음악과, 대니보일의 냉소적인 시각, 그리고 도전적인 카메라 워킹이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2. 28주 후 (28 Weeks Later, 2007)


 

이 영화는 전작 <28일 후, 2002>와는 '분노바이러스에 걸린 좀비세상'이라는 세계관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새로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초반 오프닝 시퀀스는 정말 압권이였습니다. 아마 오프닝 시퀀스가 이 영화의 80% 이상은 다 장식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숨막혔습니다. 좀비에게 둘러쌓인 사랑하는 와이프를 버리고 혼자 도망가는 주인공의 피눈물나는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격렬한 카메라 무빙과 시선도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초반 아내를 버리고 도망쳐야하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크나큰 정서적 울림을 전달한 이 훌륭한 장면 이후로는 딱히 칭찬할 장면은 없었습니다.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있었지만 영화의 어설픈 빈틈은 제법 많습니다. 분노바이러스에 접촉하면 몇 초안에 감염되는 무서운 바이러스를 막기위한 수용소를 일개 관리인이 핵심 시설까지 마음대로 출입이 가능하다는 설정과 일반 시민 몇 명을 살리기 위해 수 많은 군인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이해하기 힘든 설정 등은 아쉽습니다.

 

 

 

 

 

3.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 2004)


 

이 영화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일명 '시체 3부작' 중 두번째 영화인 <시체들의 새벽, 1978>을 리메이크 한 영화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좀비영화 중에서는 이견없이 최고라고 평가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영화였죠. 이후 영화들이 좀비가 나타나거나 재난이 나면 죄다 대형 쇼핑몰로 몰려갔던 것도 아마 이 영화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 영화는 무섭게 달려드는 좀비들을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모든 공포는 인간으로부터 발생한다.'라는 메시지가 이 영화의 암울한 세계관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영화속 어느 목사가 "지옥이 만원이되어 좀비들이 지상으로 내려온다."라고 말 하듯, 좀비들은 다름아닌 지옥에 갈 일을 많이 한 인간들 때문에 발생한다는, 즉 좀비는 다름아닌 나쁜 일을 많이 한 우리 자신이다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인간이 좀비보다 더 추악함을 비꼬는 디스토피아적인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이 영화가 정말 공포스러운 이유는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Walking Dead>처럼 피가 낭자하고 살점이 튀는 등의 장면은 많지만, 더 무서운 것은 좀비들이 '워커(Walker)'가 아니라 인간을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 온다는 것입니다. 좀비와 만나면 천천히 총을 겨누어 머리를 쏘거나 몽둥이로 때리면 살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만나면 전력을 다해 달려오는 좀비에게 물려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더 큽니다. 영화 초반 주인공 남편이 전력을 다해 달려오는 장면은 정말 공포스럽습니다. 개봉한지 9년이 넘은 영화지만 아직까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영화.

 

 

 

 

 

 

4. 새벽의 황당한 저주 (Shaun Of The Dead, 2004)


 

이번 영화는 코미디 좀비영화입니다. 보통의 좀비영화에서 좀비를 뭘로 퇴치할까요? 바로 '총'입니다. 아무리 영국이라고 하지만 총을 일상에서 접할 수도 없거니와 문명이 무너진 좀비세상이라지만 총은 쉽게 구하기 힘들지 않을가요?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는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해서 총이 딱 한 번만 등장합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대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무기를 이용했다고 했었는데요, 그것이 바로 크리켓 방망이와 레코드 LP판 입니다. 주인공 숀과 에드는 크리켓 방망이와 DJ가 되려고 그간 애써 모아뒀던 레코드판으로 좀비들을 다 때려 잡습니다.

 

이 영화의 재미는 영국식 개그코드가 녹아든 영화 곳곳의 '패러디'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패러디가 영국의 사회와 문화를 잘 아지 못 하면 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인정. 비록 그것이 나를 공격하는 좀비일지라도..."는 영국 정당정치에 대한 비판일 겁니다.

 

영화 <새벽의 황당항 저주>는 기존의 좀비영화와는 정신세계가 약간 다른 코미디 영화입니다. 좀비영화 매니아들에게는 추천드립니다만, 영화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영국식 패러디 개그에 낄낄대실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영화를 상당히 가려서 보시는 분들이라면 조금 당황스러운 영화가 될 수 도 있습니다.

 

 

 

 

 

 

5. 좀비랜드 (Zombieland, 2009)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이 영화는 제가 완전 추천드리는 코미디 좀비영화입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영국판 코미디 좀비영화라면, 이 영화는 미국 헐리우드판 코미디 좀비물입니다. 두편 다 독특한 개그코드를 자랑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미국식 위트있는 개그가 더 와닿았습니다. 좀비랜드 추천!

 

얼마 전까지 올렸던 좀비영화 특집 포스팅을 위해 본 좀비영화/드라마가 편수로 따지면 약 40-50여 편 본 것 같습니다. 그 중 잔인하지 않고 가장 재미있고 웃긴 좀비영화를 고르라면 이 <좀비랜드>가 되겠습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비꼬는 개그도 재밌지만, 좀 더 유쾌하고 낄낄대며 볼 수 있는 영화는 이 영화가 더 제격입니다. 오락성, 창의적인 시나리오, 구석구석 심어둔 오마쥬와 패러디는 거의 완벽한 코미디 좀비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구에 딸랑 두명의 남자가 좀비세상에서 살아 남았는데, 그 중 하나는 완전 소심한 겁쟁이고 다른 한명은 완벽한 터프가이라는 설정도 재밌고, 좀비를 퇴치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강좌도 재밌습니다. 하지만, 요소요소에 있는 오마쥬와 패러디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영화 주인공은 '트윙키'란 과자에 집착하는데 그 과자를 찾으러 슈퍼에 들어갔다 만난 좀비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흘러나온 '존 부어만'의 <서바일벌 게임> 메인테마 라던지, <고스터 바스터즈>의 오마쥬를 위해 직접 '빌 머레이'가 나왔을 때 라던지, 인디언 기념품 가게에서 흘러나온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등등은 기가막힐 정도로 멋있습니다.

 

 

 

 

 

 

6. 데드 셋 (Dead Set, 드라마)


 

<데드 셋> 5부작으로 만들어진 영국 드라마인데요, 이 드라마는 얼마 전 시즌3 방영이 끝난 미국드라마 <워킹 데드>가 나오기 전까지는 거의 지존급의 좀비 드라마였습니다. 이 두 드라마를 아직까지는 좀비드라마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비교를 많이하게 되는 드라마입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빅 브라더> 촬영현장을 좀비들이 덮칩니다. 좀비들을 피해 달아난 세트장에서 이들이 격는 일들을 드라마화 한 것인데요, 위기가 닥쳤을 때 인간 본성은 바닥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나에 대해 보여주는, 어찌보면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느낌도 듭니다.

 

이 드라마를 <워킹데드>와 비교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좀비의 행태가 완전히 다릅니다. 워킹데드는 제목처럼 좀비들이 전부 워킹(Walking)만 합니다. 도망가면 따라오질 못 하죠. 하지만 <데드 셋>의 좀비는 차원이 다릅니다. 어찌나 파이팅이 넘치는지 좀비에게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제1의 조건은 바로 '달리기'가 되겠습니다. 좀비역을 맡은 엑스트라들도 전부 달리기와 파이팅 넘치는 순서로 뽑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ㅎㅎㅎ

 

신체적 능력은 사람과 같지만 지능이 떨어지는 무서운 좀비들, 피튀기고 살점이 떨어지는 공포,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심리적 변화 등 많은 면에서 네러티브도 확고하고 등장인물과 사건들도 흥미롭습니다. 좀비물 좋아하신다면 <워킹데드>와 더불어 완전 추천드리는 드라마.

 

 

 

 

 

 

7. 워킹 데드 (Walking Dead, 드라마)


 

<워킹 데드>의 시작은 영화 <28일 후>와 유사합니다. 주인공이 병원에서 깨어나니 세상은 모두 좀비세상이 되어 있었죠. 영드 <데드 셋>이 파이팅 넘치는 좀비로 인해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면, <워킹 데드>는 좀 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인간적인면과 위기 속에서 인간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릴은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변화가 매 회마다 궁금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좀비들은 달리지 못하고 전부 Walking만 하기 때문에 칼자루만 들고도 좀비들을 다 퇴치할 수 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얼마 전 3월에 시즌3가 끝나고 2013년 5월에 촬영 들어가서 10월부터 시즌4가 방영한다고 하는데요, '로버트 커크먼'이 글을 쓰고 '토니 무어'가 그림을 그린 동명의 만화가 원작입니다. 워킹 데드는 매일 좀비와 싸우고 다른 무리의 사람들과도 싸우면서 어떻게 그들은 미치지 않고 살아가는지, 그들의 기괴한 일상과 절망을 적절한 폭력을 섞어 잘 표현한 웰메이드 드라마라 하겠습니다. 시즌1-6부작, 시즌2-13부작, 시즌3-16부작, 총 35편이나 되기 때문에 하루 한편씩 길~게 즐기실 분에게 완전 추천드리는 미드입니다!!!

 

 

 

 

 

 

마치며...


 

좀비물은 미국이나 영국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 등 전세계에서 이제 주류 공포영화 장르로 떠 올랐습니다. 영화 <앰뷸런스>와 <이웃집 좀비>, 드라마 <나는 살아 있다>, 소설 <좀비들>과 <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만화 <좀비의 시간>과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등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류의 종말을 불러오는 무서운 질병에서 최근에는 좀비와의 사랑을 그린 <웜 바디스>까지 확장되면서 '좀비'는 현대문명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리고 사는 우울한 현대인의 자화상입니다. 가해자이자 곧바로 피해자인 '좀비'는 바로 우리들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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