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 부산에 살 땐 쳐다도 안봤어요. 물론 오래 전 이야기지만 가격처럼 맛도 저렴하고 뭐랄까... 개인적으론 돈 없을 때 먹는 음식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었어요. 부산을 떠나온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는데, 경남 진주에서 만나는 밀면 맛은 어떨까 궁금합니다. 거의 20년 만에 먹어봅니다.
진양호밀면, 진양호가 있는 진주랜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다녀온 몇몇 사람의 글을 보니 호불호가 조금 있던 거 같던데, 개인적으론 굉장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옛날엔 12월~2월까지 겨울엔 영업을 안 했거든요. 지금도 그러는 지는 물어보지 않아 알 수가 없네요. 겨울에 찾으신다면 미리 전화해서 물어보고 가세요.
옛날엔 파란 간판의 1층 건물이었는데 최근에 신축건물로 새로 지었네요. 맛은 그대로겠죠?
새로 지은 건물이라 집기와 내부가 깔끔합니다. 점심시간 쯤에 가니 사람이 엄청 많던데, 2시 30분이 조금 넘어가니 빠지고 조금 한산해졌네요.
메뉴판을 볼까요... 뭘 먹을까. 일단 7천원짜리 밀면과 비빔면 하나씩과 만두를 하나 추가했어요. 만두는 6천원.
이건 국물이 있는 밀면. 생각보다 큰 그릇에 면 양도 제법 많이 들었어요. 만두까지 먹으면 배가 완전 부르겠는데요?
고명으론 계란과 오이, 계란지단, 그리고 돼지고기 육전이 올라가 있어요. 독특한 건 육수가 고기육수가 아니고 해물육수입니다. 무딘 입맛의 소유자는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데, 보통 해산물 육수의 경우엔 익숙하지 않아 약간의 호불호가 갈리긴 합니다. 육전은 보통 먹는 소고기 육전이랑 맛이 조금 달라서 주인장께 여쭤보니 돼지고기 육전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 먹어보는 고소~한 맛입니다.
밀면이라 냉면과는 면 식감이 조금 달라요. 약간 쫄깃하기도 하고 탱탱한 느낌이 조금 있습니다. 찝찌름하기도 하고 약간 심심하기도 한 육수는 해물을 우려낸 국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맛있었어요. 면발도 적당하고 국물도 어디하나 빠짐이 없습니다. 이건 부산에서 먹던 밀면이 아니라 진주식 냉면에 면만 밀면을 넣은 거라고 할까요? 암튼 그렇습니다.
6천 원짜리 만두는 군만두인데 10개가 나옵니다. 뒷문 밖에서 석쇠에 고기를 굽고 있길래, 석쇠불고기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다 못 먹을 거 같아 만두를 시켰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양이 많네요.
만두 속은 고기, 부추, 두부가 주로 들어있는데 간이 거의 안되어 있는, 담백하고 고소한 만두에요. 냉면 국물이나 양념에 찍어 먹거나 간장에 찍으면 딱 좋습니다. 강한 맛 좋아하는 분에겐 별로겠지만 전 심심한 이런 맛이 좋네요. 나이 들었나바...
이건 비빔면. 육수는 중독성 강한 해물 육수입니다.
고명은 물밀면하고 똑같이 올라가 있고 국물대신 비빔 양념을 올린 것만 다릅니다. 진주식 냉면이나 밀면에 육전이 올라가는 이유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진주성에 근무하는 고관대작들이 기방에서 술을 먹으면 후식으로 냉면을 내어왔어요. 그래서 고급스럽게 육전을 올리기 시작한 게 지금의 진주냉면이 되었습니다.
비빔면은 약간 매운 맛이 있습니다. 양념장도 해산물 육수를 기본으로 비빈 거라 해물 향이 은은하게 나는 게 참 맛있었어요. 보통의 여행지에서 먹는 냉면이나 막국수는 고기로 맛을 내서 진주밀면의 첫 맛이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데, 그래서 별로라고 느껴질 지도 몰라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주아주 맛있는 밀면이었습니다. 부산밀면과는 완전히 맛이 다릅니다. 진주여행 가셨다면 한번쯤은 경험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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