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자 하나로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작은 술집 '호헤이'-일본 교토 여행 #17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일본 여행에서 그간 뭘 먹었지? 일본은 많이도 다녔는데 교자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토 기온 거리에서 숙소를 잡았는데 오늘은 밥보다 맛있는 안주에 맥주 한잔으로 저녁을 때우고 싶어요. 그래서 찾아본 두 곳, 데판 만류(鉄板 萬隆)와 호헤이(歩兵). 마침 저녁 시간이라 자리가 없을 게 뻔하지만 일단 찾아가서 두 자리 비어 있는 곳으로 앉기로 결정!

참고로 호헤이는 미슐랭 가이드의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선정된 교자 맛집입니다. 빕 구르망은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맛을 내는 식당에 부여하는 등급입니다. 저렴한 가격의 기준은 1인분 약 3만 5000원 이하의 음식을 말합니다. 아... 오늘은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따끈한 음식에 맥주가 생각납니다.



두 식당 중 우선순위를 두고 찾은 건 아니고, 호텔에서 가는 길에 먼저 만난 오코노미야끼 맛집 데판 만류(TEPPAN MANRYU). 여기는 굉장히 작은 음식점인데 사진에서 보듯 먼저 두 명이 들어가고 있어요! 설마 마지막 자리를 채울까 싶었지만 저 둘이 들어가면서 만석이.... 그래서 호헤이로 출발~






호헤이는 데판만류에서 골목을 꺾어 조금 들어가면 있습니다. 밖에서 볼 땐 한가해 보이지만...






자리 딱 두 개 남아있네요. 빨리 앉지 않으면 어느새 만석~!! 호헤이는 식당은 아니고 간단한 안주에 술을 마시는 술집입니다. 물론 술은 안 마셔도 상관없지만 음료 하나는 필수로 주문해야 합니다.





정확한 위치는 위 구글지도에서 확인해 보세요. 이 동네에 간단히 요리와 술한잔 하고 갈 식당은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메뉴판을 볼까요. 안주가 굉장히 저렴해 보이지만 양이 많지 않아서 저렴하게 느껴지진 않아요. 맥주 한두 잔에 안주 몇 점 딱 먹고 가는 주점입니다. 일단 저는 교자(Gyoza), 생강교자(Ginger Gyoza), 그리고 치킨 생강 스프(Chicken and ginger soup) 하나씩 주문합니다. 가격은 모두 동일하게 450엔이네요.






1인 1음료가 강제되니 하나는 콜라로 ㅎㅎㅎ






그리고 다른 하나는 500cc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어요. 가격은 550엔으로 비슷한데 병맥주가 양도 더 많고 맛있어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잠들기 전이 아니면 술을 안 마셔서 여행 중에 술 마실 일이 호텔 말고는 거의 없는데, 오늘은 일탈을 조금 하고 싶어요. 비가 오거든요!





근데 오늘따라 당 딸리는 건지 맥주보다 콜라가 더 맛있어요. ㅎㅎㅎ






먼저 나온 닭고기 생강 스프. 비가 오니 살짝 추워서 따뜻한 국물을 시켜 봤습니다. 라떼잔같은 작은 그릇에 나오는데 작은 양 같지만 먹다 보면 고기도 많고 국물도 충분합니다. 이건 밥이 아니고 안주거든요. ^^*






맑은 닭육수에 닭다리살과 대파가 들어 있어요. 한국인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닭백숙 맛입니다. 다만 한국의 닭백숙처럼 마늘을 넣은게 아니라 생강을 넣어서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맛이네요. 살짝 추운 날 맑고 진하고 고소한 닭국물이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교자는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속을 채우고 굽습니다. 이런 작은 술집에서 미리 준비된 반제품을 쓰지 않고 처음부터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놓는 음식에 조금 감탄했어요.






교자 하나는 8개씩 나옵니다. 위는 그냥교자, 아래 깔려 있는 건 생강교자. 교자는 돼지고기와 부추, 마늘이 들어 있는데 육즙이 아주 풍부하고 고소합니다. 만두 피는 쫄깃하지는 않고 얇고 바삭거리고 속은 촉촉해요. 고기의 육즙과 튀기듯 구워서 기름진 맛이 갈증을 일으켜 시원한 맥주를 마구마구 부릅니다. 술 도둑!






그냥 교자는 약간 기름지기 때문에 초간장에 살짝 찍어먹어야 느끼하지 않고 맛있어요.






생강 교자는 부추와 돼지고기, 마늘이 들어있는 기본 교자에 은은하게 생강 맛이 더해졌습니다. 생강은 호불호가 있는데 맛이 강하지는 않고 은은한 맛과 향이 식욕을 자극해서 자꾸 먹고 싶게 만듭니다.  생강 교자는 된장 소스에 찍으면 더 구수하고 맛있어요. 두 교자 모두  한국인 입맛에 적당히 짭조름해서 소스에 찍지 않아도 간간하니 괜찮습니다.






'술 도둑' 교자 덕분에 한잔만 하고 가려다 기린맥주 이치방시보리(一番搾り) 한병 더~ 이치방 시보리는 처음 짠 맥아즙으로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생강교자 한판 더 주문했어요. 이게 맥주 추가, 교자 추가, 계속 이렇게 돌고 돌며 계속 주문하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이후에도 여러 번 반복하며 주문이 왔다 갔는데, 옆에서 안 말렸다면 이날 교자 100판에 맥주 100병 마셨을지도 몰라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호헤이는 밥집이 아니라 술과 안주를 내놓는 작은 술집입니다. 기온 거리 근처에 숙소가 있다면 저녁에 슬슬 걸어 나와 교자 한판 흡입하고 가세요. 저처럼 교자, 맥주 무한궤도 돌다 하루의 절반이 기억 안 날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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