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소나무 풍경을 담은 액자정원 '호센인'-일본 교토 여행 #20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호센인(宝泉院)은 작은 사찰인 쇼린인의 주지스님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700년을 넘게 산 소나무 오엽송이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데, 집안 마루에서 보는 풍경이 그림 같다고 해서 '액자정원'이라고도 부릅니다. 오엽송은 교토의 3대 소나무로도 유명한데, 비 오는 날 여행객들도 없고 혼자 오센인을 즐기려고 예정에도 없이 들렀습니다. 촉촉이 비 오는 날 액자정원을 혼자 가져본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지 않을까요.

✔ 산젠인을 지나 호센인 속으로...



산젠인 입구에서 150미터 정도 더 들어가면 길 끝에 오오하라절(쇼린인)이 있습니다. 여기 주지스님이 호센인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 지도에선 위치를 알 수 있지만, 이정표 같은 건 없어서 알면 찾아가고, 모르면 아마 여기까지 들어오지도 않을 거예요.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보이는 호센인 입구. 표 끊고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정확한 위치는 위 구글 지도를 확인하세요.

산젠인 입구에서 200미터가 채 안됩니다.





입장권을 끊으면 쿠폰 같은 걸 하나 줍니다. 이건 안에서 말차와 화과자를 내주는 쿠폰이니 버리면 안되용~






산문을 들어서면 수령이 300년도 넘은 차나무인 노각나무 군락이 있고, 저 앞 작은 대문 뒤로는 700년 이상을 산 오엽송 소나무도 보입니다. 호센인의 상징이자 교토가 지정한 천연기념물입니다.






단정하게 다다미가 깔려 있고 정돈된 분위기가 참 좋네요.

근데 지붕에 쌀뒤주 같은 걸 올려놨는데, 악당이 들어오면 떨어뜨리겠다는 의민가?

아님 절간 입구에 공포분위기 조성하는 사천왕 같은 뜻일까?






입구에 있던 작은 마루에는 바닥을 파고 화로를 넣었네요. 따뜻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마루마다 창을 큼직하게 냈네요. 사방 창문이 많은데 어디 하나 멋지지 않은 곳이 없어요.






마당이 참 예쁩니다. 작은 개울이 흐르고 이 물은 바깥의 큰 수로와 연결되어 있어요. 여기 이름이 호센인(宝泉院, 보천원)인 이유가 여기 있었나요. 뜻이 보석같은 샘이 있는 집이라니...






작은 마루와 방들을 지나 끝까지 들어오면 너른 마루가 하나 보이고 여기에도 방이 3개가 있어요. 가운데는 신을 모시는 사당 같고 양쪽으론 스님이 거처하는 곳인가 봅니다.





제일 끝엔 방석과 팔걸이가 있는데, 직접 앉아서 주인 행세도 해볼 수 있어요.





✔ 왜 액자정원이라 부를까?



사람없이 온전히 혼자 여길 다 가진 기분입니다. 이곳이 왜 액자정원이란 애칭을 가졌는지 알만 합니다. 내 가방이 옥에 티네, 옥에 티!






액자 바깥으로 보이는 기괴한 소나무는 오엽송(五葉松)입니다. 수령이 700년이 넘었고, 교토 3대 소나무로 불리는 천연기념물이에요. 입구 삼문을 들어오고 다시 작은 쪽문에서 바라보면 후지산과 닮았습니다.





호센인의 700년 묵은 소나무 오엽송호센인의 700년 묵은 소나무 오엽송






이런 풍경은 동영상으로도 봐야 되겠죠? 비 내리는 호센인의 풍경!!






비 내리는 날, 홀로 다다미 마루에 앉아 액자정원을 바라보니 세상을 다 가진 것같은 행복감이 밀려오네요. 근데 지붕의 나무에 무늬가 예사롭지 않아요.






차를 내어오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피 묻은 '피천정(血天井)'이라고 하더라고요. 1600년 경에 일어난 교토의 후시미성전투에서 많은 무사들이 할복을 했는데, 그 피로 물든 나무 판자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지붕재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면 사람의 흔적이 있는데, 이 천정은 피묻은 사람의 손가락 자국이 많이 있어요. 얼마나 괴로웠을지...






이 천정은 피가 흐른 자국. 이것 외에도 사람 발자국, 얼굴자국 등도 있는데, 혐오스러울까 더는 못 보여드리겠네요. ㄷㄷ





아무튼, 섬짓한 건 잊고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경내에는 작은 정원인 ‘호라쿠엔(宝楽園)’도 있어요. 비만 안 온다면 찬찬히 걸어봤을 텐데, 호센인을 혼자 독차지한 것과 맞바꾼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마룻바닥에 대나무 작대기가 두 개 꽂혀 있는 곳이 있는데, 이건 스이킨쿠스(水琴窟)라는 겁니다. 지하로 깊숙히 대나무를 박아 놨는데, 지하로 흐르는 물방울 소리가 들려요. 산책도 하고 물 소리도 꼭 들어보세요.





✔ 말차와 화과자 하나에 행복하다.



어지간히 구경하고 오엽송 앞에 앉으니 직원이 말차와 화과자를 내어 옵니다. 아까 입구에서 받은 쿠폰을 이때 주면 됩니다.






말차(抹茶)는 시루에서 쪄낸 찻잎을 그늘에서 말려 맷돌에 곱게 갈아 탄 차예요. 미숫가루처럼 분말을 타 먹는 차라고 할까요?






달콤한 과자 하나랑 풍미작렬 따끈한 말차 한잔하니 정말 신선이 따로 없어요~






호센인 정원의 이름은 '반간엔(盤桓園)'이라 부릅니다. 떠나기 어렵다는 뜻인데, 졸졸 비내리는 하루 앉아 있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산젠인 구경하고 시간이 쪼금 남는다면 호센인도 꼭 구경해 보세요. 비싼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 입장료 : 어른 800엔, 중고생 700엔, 초등생 600엔

✔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5시(계절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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