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레몬라멘 맛은? 기온 제면소 '무라지'-일본 교토 여행 #23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교토 기온 거리 후미진 뒷골목에 독특한 라멘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기온 국수가게 무라지(祇園麺処むらじ). 쳐다보기만 해도 침샘폭발로 턱에 고통이 느껴지는 공포의 레몬 라멘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땐 도무지 맛이 상상이 안 가서 직접 가서 먹어 봤습니다. 무라지(むらじ)는 간사이 지방 특유의 닭 육수로 라멘을 색다르고 고급스럽게 맛을 낸 식당입니다. 이 식당을 찾은 이유는 단지, '레몬과 닭 육수가 애당초 어울리기는 한 건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은 한국처럼 화려한 간판이 없어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가게를 찾을 수가 없어요. 게다가 뒷 골목 후미진 곳에 있어서 일본어를 자세히 봐야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얘네들은 영어도 잘 안 써요.






자세한 위치는 구글 지도에서 확인하세요.

기온 시죠거리에선 몇 블럭 뒤에 있는데,

바로 옆으로 기온 시라카와(白川) 개천이 흐릅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쪼그만 가게네요. 손님 테이블은 몇 개 안되고 합석 테이블이 대부분입니다.





한 공간엔 큰 테이블 두 개씩 있는데, 8명 합석하는 자리입니다.






요렇게 앉아 먹고 있으면 다른 손님이 자연스레 합석하는 분위기? 여자끼리 남자끼리 여행 갔다면 괜히 설렐 수도 있겠는데요? ㅎㅎㅎ






메뉴판을 볼까요. 교토, 오사카, 나라 등 간사이 지방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 메뉴판, 여행 안내판 등 한글패치가 돼있어 참 편리합니다. 우린 파란색 사각형으로 된 음식을 주문했어요. 가게 바로 옆 작은 개천 이름이 시라카와(白川)인데, 그 이름으로 메뉴가 있네요.


무라지의 '개이득' 세트메뉴라고 적어놓았으니 일단 1,500엔짜리 시라카와 세트 하나 주문하고요. 레몬 라멘도 하나 따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880엔인데 메뉴판 가격엔 세금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보통 부가세 8%가 별도로 청구됩니다. 그리고 각 메뉴 White, Black, 츠케멘(Tsukemen) 세 가지 선택사항이 있는데, 화이트는 소금으로 블랙은 간장으로 간을 한 거고, 츠케멘은 국물에 찍어 먹을 수 있게 면을 따로 내줍니다.






보자마자 침샘 폭발로 턱이 아팠던 레몬 라멘! 아주 진한 닭육수에 면이 안 보일정도로 레몬 슬라이스를 덮어 버렸네요. 첫인상은 진짜 충격적이네요. 신맛 음식을 극도로 싫어해서 감귤도 잘 안먹는 제가 이걸 먹을 수 있을까 살짝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레몬라멘은 무라지의 대표 메뉴다 보니 대중적인 맛을 냈다는 이야긴데.... 그..런..데.. 손떨린다...





생김새가 이렇다 보니 레몬과 라멘 조합에 거부감이 생기지만, 생각보다 맛은 나쁘지 않아요. 레몬과 닭 육수의 조화를 위해 육수를 굉장히 걸쭉하고 진하게 해 놨던데 신맛보다 오히려 짠맛이 더 강하더라고요. 생각보다 레몬 맛과 향이 진하지 않고 닭백숙의 두 배 정도의 진한 육수에 레몬의 맛과 향이 은은하게 퍼져있는 느낌입니다. 전분을 약간 풀어서 국물이 걸쭉하고 점성이 있어 면발에 국물이 듬뿍 들러붙습니다. 그래서 라멘 한 젓가락과 국물 한 숟가락을 동시에 먹는 느낌이랄까요?






레몬의 역할은 너무 진해서 살짝 거부감이 있는 닭 육수를 개운하게 맛을 돋워주는 역할입니다. 육수가 닭이다 보니 차슈 또한 돼지가 아니고 닭고기인데요. 닭 편육은 닭다리살로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면발은 매끈하고 부드럽고 속은 쫄깃해요. 솔직히 레몬 라멘은 맛이 있다, 없다로 한마디로 판단하기보다는 색다른 경험을 나쁘지 않은 맛으로 해보는 정도?






이건 시라카와 세트메뉴입니다. 치킨 가라아게와 나중에 후식으로 수제 말차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아까 레몬라멘은 white로 선택했다면 이건 Black으로 주문했어요. 색깔이 검지는 않고 간장으로 간해서 약간 어둡습니다. 기본적인 육수 맛은 레몬라멘과 마찬가지로 진한 닭육수에 간장맛도 진하게 납니다.






전 세계 어디서 먹든 늘 일관되게 맛있는 치킨 가라아게. 한국에는 후라이드, 양념, 두 가지 맛 밖에 없던 시절, 도쿄 오테마치역 주변엔 국회, 정부부처, 신문사 빌딩 숲이 있는데, 그동네 지하 식당에서 먹었던 가라아게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아무튼 레몬 라면에는 레몬의 풍미가 있다면 시라카와 라멘에는 말린 우엉(또는 근대)의 특유 향과 맛이 있어요. 말려서 쫄깃하면서도 향이 진하게 우러나네요. 니시키 시장에서 말린 우엉을 흔하게 파는 것을 보니 교토 사람들은 즐겨먹나 봅니다.






아무튼 무라지의 라멘은 확실한 건 전에 먹어본 적이 없는 독특한 맛이라는 것. 그런데 라멘마다 약간 쿰쿰하고 비린 맛이 있는 죽순같은 게 들어 있는데, 저게 뭔지 모르겠어요. 식감은 완전 죽순인데 저건 고수를 처음 먹은 것처럼 약간 적응은 안되더라고요.






아무튼 둘 다 맛있게 먹긴 했습니다. 색다른 라멘 경험이라 개인적으론 좋았어요. 그런데 '난 새로운 경험 따윈 필요없고, 단지 가장 맛있는 것만 먹겠어!'라는 분은 아래 링크의 다른 곳을 추천합니다.


내가 볼땐 교토 라멘 중 으뜸 '라멘 센노카제(千の風)'-일본 교토 여행 #21






일본은 말차와 관련된 음식도 참 많죠. 걸죽한 말차도 훌륭하고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도 최고네요. 굿~!!






계산은 메뉴판 가격에서 부가세 8%가 별도로 붙어 나옵니다. 일본은 음식 값을 1/N로 나눠 내는 경우가 많아 계산서 아래 1인당 얼마라고 따로 적어놨네요. 아무튼 교토 기온 라멘집 무라지에서 레몬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합니다. 맛있어서 늘 가서 먹진 않겠지만, 언제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해보겠어요. 게다가 맛도 나쁘지 않고 괜찮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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