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에 앞으로 여행은 조금만 다니자고 다짐했어요. 가만 생각해보면 올해는 진짜 어딜 안 간 것 같은데,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구석구석 어디를 싸돌아 다니긴 했네요. 그나마 나름 자제해서 이 정도지 가만 냅뒀으면 아마 몇 년 전처럼 한해 100일 이상을 돌아다니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제가 올해 어디를 다녀왔나, 간 곳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올해를 정리해 봅니다. 이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엔 꼭 지갑은 뚱뚱, 몸매는 날씬한 한 해 보내시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듀 2018.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탄중아루비치 일몰
올해는 고만 싸돌아 다니자며 겨우내 참고 참았지만 봄꽃이 피자마자 결심은 사르르 녹고, 가까운 수원 경기도청 벚꽃축제를 갔었죠.
흰색은 봤으니 이번엔 붉은색을 보자며 군포 철쭉축제도 보구요. 도심 언덕배기에 꽃불이 났다며 신나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수원 권선구에 있는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는 젊은 예술가의 창작공간인 '경기 상상 캠퍼스'가 있어요. 이곳에서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숲속 장터가 열리는데, 아이들 체험거리도 많고 예술가들이 파는 재미난 제품들, 그리고 프랑스 사람이 직접 만들어 오는 맛있는 빵도 있고 참 재미난 곳이었어요.
그리고 4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인천 강화도 전등사에서 파릇파릇한 봄을 즐깁니다.
봄은 꽃의 계절이니 어딜 안 갈 수가 없더라고요. 5월 어느 날, 경남 산청의 꽃잔디밭에서 한바탕 뒹굴고...
남사스럽게 '서울여행'을 하자며 찾은 곳은 서대문형무소와 종묘.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죠. 제 주민등록증에 있는 주소는 아직 '서울특별시'인데, 이제야 여길 가보네요.
사람은 나서 서울로 가라는 말이 실감나던 하루였어요. 서울은 어딜가나 문화행사가 열리고, 밤이면 야시장도 많아 재미난 도시입니다. 차가 많이 밀리고 공기가 드럽다는 큰 단점이 있지만 즐거운 것도 많아요.
그리고 6월 어느 날, 아침밥도 먹기 전부터 문득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룡알화석산지가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세수도 안 하고 모자 쓰고 바로 혼자 찾아갔습니다. 개인적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을 꼽으라면 전 여길 꼽겠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넌 산 빼고 다가네?"라는 충격적인 지적을 받고 담날 바로 찾아간 화성의 서봉산. 산 아래서부터 정상까지 편도 2.24km 밖에 안되는 산이라 넉넉잡아 한시간이면 정상을 정복할 수 있어 좋~습니다. 경기 남부에서는 등산하기 좋은 산이 별로 없는데, 짧은 구간이지만 코스가 알차서 동네 사람들에겐 인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연초에 한 다짐은 그새 잊고 떠났던 9일간의 일본 간사이지방 여행. 오사카, 나라, 교토를 두루 돌아다녔는데,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장소를 좋아해서 그런지 만족도가 꽤 높았어요. 게을러서 아직 여행기를 다 못 올렸다는.... ㅜ
수원에 있는 경기 상상캠퍼스에서는 종종 전시회도 열립니다. <경기 아카이브 지금>이란 전시가 있어 찾았는데, 상상한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예술가들의 재능에 감탄했어요. 상설 전시도 있고 특별 전시도 곧잘 열리니 여긴 꼭 한번 찾아 보세요. 즐거운 곳입니다.
여긴 거제도 청마꽃들. 시인 청마 유치환 선생의 기념관이 있어서 이렇게 이름 붙었는데, 끝없는 들판에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밭으로 변해요. 가을에 가끔 제가 찾는 아주 멋진 곳입니다. 한 남자가 15년간 해변에 쌓은 매미성도 꼭 보고 오세요~
이곳은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남도 수목원입니다. 서부경남에선 굉장히 큰 큰 도시인 진주에 오래된 수목원이 있어요. 수령이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들이라 그늘 산책하기 정말 좋아요.
한창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인기있을 때 갔었던 경남 함양의 지리산 자락에 있는 용유담(龍遊潭). 애신 아씨가 총포술을 익히던 바로 그곳입니다. 한때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했었는데, 아직 건설한다는 말이 없어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중...
여기는 충남 서천의 신성리갈대밭. 갈대밭은 사철 언제 가든 늘 아름답습니다. 서천은 수도권에서 가깝고 요즘 볼거리가 많이 생겨 종종 찾는 곳이에요. 국립생태원도 있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장항스카이워크, 한산모시관, 문헌서원 등 나라에서 운영하는 재밋거리가 천지에요.
그리고 가을이면 늘 생각나는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 길. 거의 아산 전체를 둘러있다고 봐도될 정도로 긴 길입니다. 다른 도시보다 조금 늦게 은행이 무르익으니 11월까지 노란 세상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아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청남대는 충북 청주에 있어요. 지리산이 좋네, 덕유산이 좋네, 떠들어 본들 청남대 앞마당의 가을 풍경만 하겠습니까? 등산복 안 입어도 되고 주차장에서 잠시만 걸어가면 온통 이란 풍경이 펼쳐져요. 나랏님이 머물던 곳인데 허투루 만들었겠습니까? ^^*
얼마 전,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 꽂혀 찾았던 충북 단양. 이날 옥순봉, 만천하스카이워크, 단양잔도길, 도담삼봉, 사인암까지 두루 돌았는데, 다른 곳도 아릅다웠지만 특히, 옥순봉 정상에 올라 바라본 충주호 풍경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충북 단양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경북 영주 부석사가 나옵니다. 영주에는 소수서원, 부석사 등 국보급 문화재가 두루 널렸는데 특히 부석사는 어디에 눈을 두어도 다 국보예요. 산세가 아름답고 높은 계단을 힘들여 오르면 비로소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참 드라마틱합니다.
별로 안 다닌 것 같은데도 이렇게 풀어놓으니 많이 다녔네요. 도시마다 한 장의 사진만 올렸으니 실제론 더 많은 장소를 다녔어요. 맛있다는 식당만 보고 간 도시는 여기서 제외했으니 아마 더 많을 겁니다. 내년에도 가능하면 더 다양하고 재밌고 아름다운 도시를 찾아 보여드리도록 약속할게요.
아무쪼록 2018년 마무리 기쁘게 잘하시고, 2019년의 새로운 희망과 소원들은 까짓것 모조리 이뤄버리시길 바랄게요. 제 글 읽어주셔서 한해 감사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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