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소곡주는 제가 서천여행을 가면 꼭 맛보는 술입니다. 1,500년 백제 황실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은 술인데, 찹쌀과 누룩을 주원료로 들국화, 메주콩, 생강, 홍 고추 등을 넣어 100일간 숙성해 빗는 전통주인데요. 그 특별한 감미로움과 향, 그리고 특유의 감칠맛 때문에 앉으면 일어날 줄 모른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는 현재 한산소곡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여럿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2018, 2019년, 2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받은 녹천주조장에서는 일반에게 술 빗는 과정을 공개하고 시음도 해볼 수 있습니다. 맛있는 술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저에겐 선물같은 곳이라고 할까요?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 한산소곡주 녹천주조장! 들어가 볼까요~
전통주류가 최근에는 크게 관심을 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밀주라 하여 단속하던 시절이 있었죠. 우리나라 술이 얼마나 다양하고 훌륭한가에 대한 인식이 없던, 공장에서 찍어낸 맥주, 소주, 양주만 마셔라는 야만의 시대가 얼마 전까지였습니다.
주조장 안에는 이곳에서 빗은 다양한 한산소곡주를 팔고 있네요.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가격도 저렴해서 저도 작은 걸로 한병 업어왔습죠~
옛날 소주 만드는 도구도 전시하고 있네요. 요즘도 경주법주 만드는 곳에 가보면 이런 도구로 술을 내리고 있어요.
캬~ '사비의 꽃' 술 때깔 참 곱네요. 올해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받았습니다. 향긋한 꽃냄새가 날 것같은, 좋은 친구와 마시고 싶은 술입니다.
이제 주조장으로 들어가 볼까요. 빗는 건 손으로 해도 포장은 기계로... ^^*
녹천주조장 이임순 대표님이 직접 술 빗는 과정을 보여주십니다. 문경, 예천, 경주 등에서 직접 술 만드는 과정을 여러 번 구경했는데, 언제나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ㅎㅎㅎ
먼저 찜기에다 찹쌀을 넣고 고두밥을 짓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냄새가 아주 배고파요. ^^*
그리고 뜨거운 고두밥을 잘 펴서...
꼬들꼬들 해질 때까지 식힙니다.
이제 술을 만들어야겠죠? 재료는 왼쪽 엿기름, 위는 누룩, 오른쪽은 들국화 꽃입니다. 엿기름은 보통 식혜 만들때 사용하죠.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이 트면 그대로 말려 발효시켰습니다. 누룩은 술을 발효시키는 곰팡이를 통밀에 번식시킨 건데, 메주와 비슷합니다.
고두밥에 누룩과 엿기름, 그리고 밑술을 부어 잘 비벼줍니다. 술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손으로 비비는 작업이에요.
그런데 독특하게 녹천주조장에서는 밑술을 쓰더라고요. 밑술은 맵살을 씻어 쌀가루를 만들고 시루에 넣어 떡을 찝니다. 여기게 누룩 물을 부어 4~5일 정도 숙성시켜 만듭니다.
밑술을 발효시키면 보글보글 올라오는 게 귀여워요. ㅎㅎㅎ
그리고 찹쌀로 만든 고두밥에 밑술을 부어 혼합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숙성시키면 한산소곡주가 됩니다.
여기에 첨가하는 것으로 술의 독특한 향이 좌우되는데 이번엔 들국화 꽃을 넣었네요. 이렇게 만들 술을 직접 시음도 해봤는데, 달콤하고 새콤하니 맛있어요. 술인지도 모르고 맛있다고 마셨다간 진짜 '앉은뱅이'가 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ㅎㅎㅎ 그리고 고추도 조금 들어가는데 독특한 맛을 내는 효과도 있지만, 잡귀를 물리치고 부정을 방지하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술이 빗어지면 숙성 통에 넣고 얇은 천을 씌워 100일간 숙성하면 맛있는 한산 소곡주가 태어납니다. 근데 늬네들 언제 다 익을거니?
한산소곡주는 약간 달큰하고 새콤해서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에요. 쎈 증류주 보다는 청주라 조금 부드럽고 대중적인 맛이라고 할까요?
약간 달큰한 맛이 있어서 해산물 풍부한 서천 여행에서 잘 어울리는 술입니다. 좋은 친구와 서천여행 가면 꼭 한병은 마시고 오는 술이에요.
녹천 주조장을 지키는 작지만 무서운 꼬맹이 강아지. 안녕, 술 맛있게 얻어 먹고 좋은 구경하고, 또 맛있는 술 한병 업어간다. 담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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