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한파가 닥치고 폭설까지 내려서 꼬박 4일은 집안에만 있었습니다.
일요일 밤
집콕 생활 4일째가 되니 답답한 것이
시원하게 뚫린 바다가 사무치게~ 보고 싶더라고요.
사실 작년에 신랑과 동해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못가서 아쉬움이 남았을 수도 있어요
사진으로나 봐볼까? 하고 옛사진을 들춰보며 훌쩍 훌쩍 청승 좀 떨었지요.
그 중에 눈에 가는 사진들이 있었으니
신혼 때
30살이 넘도록 바다라고는 손에 꼽을정도로 못가본 ... 저를 위해서
바다구경 실컷하자며 떠난 동해여행이었습니다.
그동안 이웃님들께 소개했던 사진은 DSLR로 잘 찍어서 보기 좋게 보정한 것이라
인공적인이라하면
오늘 소개할 사진은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투박한 디카로~ 구도도 모르고 마구 찍어댄 사진들입니다.
쬐금 아날로그 갬성이 난다~~~ 이말이지요.
지금 계속 소개하고 있는 '태국여행기'는 어차피 가지도 못할 곳이니 잠시 미루고
저와 함께 동해로 잠시 추억 떠나요.
뭣도 모르고 좋기만 했던 '15년전 겨울 동해여행의 추억'
동해여행의 시작은 부산에서부터였습니다.
시댁 식구들이 부산에 살때라서 경조사가 있을때마다 그곳으로 가곤 했었거든요.
평생 서울뇨자로 살아온 저에게
갱상도 싸나이 남편이
자갈치 시장을 구경시켜주겠다며 데리고 갔어요.
자갈치시장에서 바닷가쪽으로 가면 꼼장어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었는데
지금도 있나 모르겠네요.
그러나
그에게는 목적이 따로 있었으니
매콤한 꼼장어볶음에 부산 소주 한잔 걸치는 것이었지요.
귀한 정장사진이에요.
결혼하자마자 둘다 직장을 때려쳐서 츄리닝만 주구장창 입었었거든요.
(그런데 왜 흑백사진이지? 당췌 기억이 안나네~)
저때는 신혼이라서 '착한뇨자 모드'라서
그의 음주에 관대할 때였어요.
소주를 혼자 2병정도 먹었던것 같은데... 미소가 온화해요~
자세히 보면 젓가락이 저한테만 꽂아있죠?
난생 처음 먹어본 꼼장어였어요.
혼자 다 먹었지요.
전날 꼼장어에 소주를 마시고 느즈막히 일어나
본격적으로 동해여행을 떠났습니다.
울산쯤이었던 것 같아요.
길이름이 '정애골가길'이라서 찍었어요.
"어? 정애야 너 이름이야"
" 어? 그러네 찰칵"
"끝~"
그리고는 길가에 손님이 바글 바글한 '돼지국밥'집에 들어갔습니다.
할머님이 주방에서 얼굴만 빼꼼히 꺼내시며
"2명?"
"네~"
" 마이~ 무라~ "
메뉴는 단 하나 '돼지국밥'
몇인분인지만 확인하시고 은쟁반에 차려주셨어요.
서울/경기에는 순대국밥은 있어도 돼지국밥은 흔하지 안잖아요.
반대로 그때 부산쪽에는 순대국밥이 없고 돼지국밥만 흔했었어요.
처음 먹어본 돼지국밥도 꼼장어만큼이나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어디가 좋고 뭐가 맛있는지도 모르고 다 좋았어요.
부산에서 늦게 출발해서 밤이 되서야 겨우 '경주'에 도착을 했었어요.
보문단지에 가면 좋은 호텔도 많았는데
그냥 무조건 시내쪽으로 가서 아무 여관에 들어갔어요.
아놔~ 진짜 나 착한 뇨자였네요.
호텔 예약안했냐고 승질 좀 낼껄~
조촐하게 술상 차렸지요.
순대에 막장을 찍어먹는 경험을 처음했으나
역시 진리는 '소금'인 걸로~
술 한잔에 바로 몸이 노골 노골해져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여행 코스를 짜봅니다.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이라 지도가 있어야했어요.
저 그렇게 옛사람 아닙니다.
네비게이션은 있었던 시절이었어욧!!
경주에 왔으니
대능원,첨성대 등등 유명한 곳은 보자고 들어갔으나
겨울이라 넘나~ 휑~ 황량해서 둘이 당황했었어요.
헛웃움에 키득 키득 거리며 두리번 두리번~
대능원 들어가기전에 휑~함을 눈치채지 못한 사진 . jpg
사람도 없고 바람만 불어대도 남는 건 사찐 뿐이라고 찍으라고!!! . jpg
정애야~ 사진이 다 우울해 기뿐척 좀 해봐~ . jpg
15년에도 이미 유명했던 경주의 황남빵.
굳이 방금 나온 따뜻한 것을 달라고 진상짓한게 아까워서
식기전에 길바닥에서 먹었어요.
신랑은 목이 메어 못먹겠다는 것을 따뜻할때 먹어야한다며 꾸역 꾸역 먹였지요.
핑크 핑크~ 꿀떨어지는 신혼때라 '착한 배우자 모드'였어요.
군말없이 먹어준 여봉~ 땡큐베리감사~
원래 반나절은 경주에서 있다가 늦은 오후쯤에 동해쪽으로 올라가는 계획이었는데
황남빵 사기 10분~
길바닥에서 저거 먹기 5분~
경주 둘러보기 1시간~
점심때 바로 동해로 고고!!
파도가 철썩 철썩~~
뭐라도 움직이는게 있으니 이때가 되서야 여행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역시 바다는 '동해야'~
클래식한? 레트로한? 미스코리아 포즈인것 압니다.
나름 저때 회사에서 '팀장님'소리 듣던 도시뇨자였는데
포즈가 왜 저렇게 촌스러웠을까요?
라떼는 말이야~~~
오징어가 10마리에 만원이었어~~~
지금은 한참 비쌀때는 한마리에 만원인데 말이죠.
횟집 주인이 직접 말린 반건조 오징어를 씹으며 다시 동해로 쭉쭉 올라갔습니다.
저녁에 되서야 속초에 도착했어요.
하루종일 군것질만 하고 밤에 한끼 몰아서 제대로 먹으러 왔습니다.
테이블 바로 옆이 바다여서 파도치면 바닷물이 튈 정도 였어요.
저때 참 아름다운 밤이었어요.
직장생활 할때는 저도 술을 마셔서 둘이 알딸딸한 밤을 보냈습니다.
그노무 술 때문에 또 늦게 일어났어요.
사실 저때는 여행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고 가고 싶은 곳도 없고 하고 싶은 것 없이
둘만 있어도 좋을때라..
그냥 발길 닿는대로 계획없이 다녔습니다.
신랑도 본인이 여행작가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때였어요.
사진 제가 찍은겁니다.
술이 덜깬 상태에서 막찍어 얻어 걸린것이었으나
'가능성'이 조금 보였던 것으로 마무리.
어젯밤에 안주로 먹다 남은 '새우깡'을 들고 나가서
갈매기를 유인해봅니다.
그만하라고 소리쳐도~
손바닥에 새우깡 한상을 곱게 차려서 목에 쥐가 날 정도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 이 갈매기xx 들아~~"
" 우리 신랑이 새우깡 준다잖아. 가서 x먹어 주라고!! "
공격적으로 독려해봅니다.
내조할 줄 아는 뇨자~
속초까지 왔으니 더 가면 북한이라며
숙취해소에 좋은 막국수~한그릇씩 먹고 집으로 왔어요.
부산부터 속초까지면 꽤 먼 거리를 이동했는데
뭐 한게 없었어요.
그냥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먹고 마시고 자고~ 끝.
그래도 15년이 지금 생각해도 행복했던 재밌었던 기억이 선명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합니다. 내여보.
당신과의 여행은
뭘해도 언제나 행복했고 감사했어요.
올해 겨울이 가기전에 동해를 자유롭게 떠났으면 좋겠는데
봄까지는 기다려야겠죠?
이웃님들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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