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끌베이가?' 이 말은 서울말로 번역(?)하면 '거지같다' + '좋지않다' + '당황스럽다' 이런 의미가 합해진 정도의 말입니다. 요즘 영어에 미쳐있는 한국사회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끌베이가' 라는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옵니다. 대한민국에서 결론적으로 봤을 때 별로 필요도 없는 영어에 온 나라가 들썩대며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을 얼마나 많이 쏟아 붓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한다고는 하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은 그 돈을 들여서 지금 영어를 안쓰면 안되는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의욕없이 니가 하니 나도해야하는 불안감 때문에 결국 영어도 어중때중 잘 못 하고 한글마저 제대로 구사하지 못 하는 요즘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행, 영화 블로거이지만 한국사회가 영어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서 올바른 우리말을 쓰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써봅니다. 저 자신도 되돌아 보고 반성하겠습니다.
<사진출처 : 카카오톡 한글테마>
첫째, 회사에서...
한국에서의 일상이나 회사에서 정말로 영어가 많이 필요할까요? 영어는 영어가 필요한 부서나 업무에서만 쓰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지난 십수년간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기업까지 모두 다니며 관리자로써 일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에서 영어를 못 하면 안되는 부서는 해외영업, 마케팅, 해외품질보증 부서 정도만 영어가 필요했고 그런 영어를 쓰는 부서도 실제 업무의 일부분만 영어를 쓰지 대부분의 한국에서의 업무는 한글로 이루어 집니다. 물론 회사 전체가 영어가 없으면 안되는 회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대한민국 전체로 놓고 봤을 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영어는 해외와 연결되어 있어 꼭 필요한 부서만 쓰면 되고, 그 외의 부서들은 사실 영어를 전혀 몰라도 회사생활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 업무에 영어가 전혀 필요없는 부서의 회의를 한번 살짝 들여다볼까요?
"장과장이 생각하는 이번 프로젝트(project)의 메이저(major)한 컨선(concern)은 뭐지?"
"그 이슈(issue)들을 다 팔로업(follow up)하기 어려우니 너무 깊게 인발브(involve)하지말고, 계속 와치(watch)하라고! 부장한테 인바이트 메일(invite mail)을 쓰면 내가 가서 서포트(support)할께. 헤드카운트(headcount)가 프리즈(freeze)된걸 어떡하니."
"이것은 제가 레컴멘드(recommend)하는 케이스(case)인데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액션 아이디어(action idea)를 애드(add)해서 드리겠습니다."
"이번 케이스(Case)는 스케쥴(schedule)이 타이트(tight)한데요, 스케쥴 어래인지(schedule arrange)를 위해 미팅(meeting) 잡을까요?"
"오너(Owner)가 오더(order)한거니까 그 케이스(case)는 캔슬(cancel)하도록하게."
자, 어떠십니까? 이 말들이 영어일까요, 아니면 한국어일까요? 실제 제가 다녔던 회사의 회의시간에 들었던 말들입니다. 이런 대화는 재밌게도 영어를 전혀 못하는 분들의 대화라는 점에서도 참 재밌습니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그 사람이 유식해 보이거나 뭔가 근사해 보일까요? 그렇다면 이런 영어를 쓰는 부서가 뭘하는 부서일까요? 위 대화는 영어를 전혀 쓸 필요가 없는 공장의 생산관리 부서의 회의 내용입니다. 제가 해외바이어를 모시고 생산라인을 견학시킨 뒤, 회의실에서 커피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돕니다. 바이어들이 우리를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지 궁금합니다.
"일정이 힘들어 보이는데 조정을 할까요?" 이렇게 말하는게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 곰곰히 스스로를 돌아 볼 일입니다.
둘째, 패션잡지에서...
'매니시한 재킷과 미니 원피스 등 믹스 매치 룩(Mix mach Look)'
'레이스 패턴의 퍼플 올인원 수트로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시크하고 성숙한 어번 룩'
'풍성한 퍼와 스트라이프 레깅스 등 다양한 핫 트렌드 아이템'
'업타운 레이디 스타일'
'터프한 라이더 스타일'
'보디 실루엣을 강조한 섹시 데님 룩. 시크하고 럭셔리한 리조트 룩'
"골드빛 눈으로 나를 스타일링한다. 골드펄이 레이어드된 블루빛 아이로 누구보다 시크하게 빛나는 골드 마스카라로 누구보다 도도하게 올 가을 XX의 스타일 제안 <XX 골든 블루> "
여러분들은 이 말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있나요? 전 더우기 남자다 보니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네요. 영어는 한국에서 배워두면 편리한 언어임에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 해야하는 것도 아니지요.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조롱하는 말 중에 '바나나'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겉은 노란색이면서 속으로는 하얀색으로 꽉 채우고 싶어하는 동양인들의 습성을 비웃는 말입니다.
제가 회사생활할 때, 제가 근무하던 마케팅 부서에 미국에서 자라고 대학까지 나와서 한국으로 온 여직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한국말을 상당히 어려워했었지요. 실제 회의에서 한자(漢子)가 섞인 한국말은 잘 못알아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영어를 잘 못 하는 한국사람과는 정 반대로 결코 대화중에 영어를 섞어 말하는 법이 없었지요. 한국사람들은 회사에서 회의시간에 정말 말도 안되는 영어 잘 쓰죠. 이건 공감하시죠?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는 팀장이 인도사람이였고 같이 지내던 인도인 관리직원도 영어는 영어대화에만 쓰고 일상에서 절대 영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이 말을 제가 왜 하냐면요, 여러 개의 언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언제 어느나라 말을 써야할지 잘 알고 있다는겁니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옷' 이라고 표현하면 못 알아 들을까봐 '시크한 어번룩'이라고 말하는 걸까요? 아니면 도시적이고 세련된 옷 보다, 시크한 어번룩이 더 잘 팔려서 그러는 걸까요? 아마도 영어에 목말라하는 또는 영어를 잘 못 하기 때문에 '바나나'가 되고 싶은 한국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 아닐까요? 앞으로 자라나는 우리 젊은이들은 세련된 한국말을 구사하길 바래봅니다.
셋째, 음악에서...
한 여성지가 구독자에게 증정할 목록을 광고했는데 이렇습니다. 'Special Present 12가지. 아모레 멀티코팅 헤어컬러, 라네즈 페이스 파우더, 에스비 윈드 브레이커, 스포트 리플레이 섹시 라이온….' 이 목록을 보고 이렇게 말할 분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영어를 좀 하는데 한글로 적혀 있어 잘 못 알아 듣겠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런 글을 소개하고 싶네요. "You know what time how we kick right now." 예전 '1TYM'이라는 이름의 4인조 힙합그룹의 노래 한 구절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들 어떻게 발길질하는지 몇 신지 너는 알아." ㅡㅡ;; 해석을 아무리 잘해도 이 정도 밖에 못하겠네요.
이 이야기는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안정효씨의 '가짜영어사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가짜영어사전'은 영어가 객지에 나와 고생하는 이야기를 가나다 순서로 쓴 두툼한 책인데요,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과연 우리가 800여쪽을 채우는 엄청난 '가짜 영어'를 버리고도 별탈없이 살 수 있을까 심하게 회의가 듭니다. 가령 가죽(skin)을 벗겨 만든 배(ship)는 있어도, '스킨십'(skinship)은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황량할 것인가.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다"는 이름의 현대 아파트 '필그린'(Feel green)에서는 속편히 살지 못 할 것이다. 안정효씨는 이런 '비(非)영어', '반(半)영어', '반(反)영어'를 다음과 같이 4자성어로 표현합니다. '꼴값영어'.
그리고 요즘 아이돌들의 노래를 들으면 한편으로는 한심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Never say goodbye~♬ 대부분의 노래제목과 가사를 영어로 하는 것도 모자라, 한국말도 영어식으로 발음하고 있더군요. 외톨이야를 '외토뤼야~ 외토뤼야~' 라고 하지를 않나, '~~한걸' 을 '~~한 girl'로 발음하질 않나, '우아~'도 이젠 미국인이 말하는 '와우 wow' 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언제부터 WOW 라고 불렀나요? 감탄사까지 따라해서 '바나나'가 되고 싶은 노란 동양인들이 어떤 때는 보기가 참 딱합니다.
영어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 대중문화마저 외국어로 만들어 버리는 멍청한 사람들은 그 파급력이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걱정이나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넷째, 문화에서...
위 포스터는 영화 <어벤져스>의 중국內 포스터입니다.
이 포스터가 촌스러워 보이시나요? 촌스러워 보이신다면 이미 영어는 우월한 언어라는 영어 사대주의에 깊이 물들어 계신 겁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미국말로 해도 촌스러운 이름이에요.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대장', '아이언맨'은 '강철남자' 쯤이겠군요. 이런 말들은 미국인 자기네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약간 유치한 케릭터 쯤으로 생각하지 세련된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는 영어로 표현하면 웃기지 않고 세련된 느낌인데, 한글과 한자는 배꼽잡으며 촌스럽고 웃기다고 그러고 있습니다. 아마 요즘 시대에 <백설공주>가 한국에 상륙했다면 그 동화의 이름은 백설공주가 아니고 원래의 영어이름인 <Snow white>로 썻겠지요. 그리고 누군가 '백설공주'라고 번역을 했으면 유치하고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웃긴다고 배꼽잡고 웃지 않았겠습니까? 가만히 생각하면 참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중국의 포스터나 상점들의 이름을 보면 중국이란 나라가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예를들어 코카콜라의 중국어 상품명인 ‘커코우커러(可口可乐 가구가락)’은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브랜드 네임으로 유명합니다. 발음이 코카콜라의 원음과 매우 흡사할 뿐 아니라 '맛있고 즐겁다', '입에 맞고 즐겁다' 라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 한 거죠.
'처음처럼'의 중국 브랜드는 '추인추러(初饮初乐)'입니다. '첫 맛과 첫 기쁨', '처음 마시는 첫 즐거움'이란 뜻으로 본래의 이름과 뜻을 잘 살렸다고 보이네요. 자기나라의 언어를 사랑는 중국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렇게 자기 나라의 언어를 법적으로라도 실생활에 꼭 사용해야만 하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학생들은 대부분이 우리나라 대학생들보다 훨씬 영어를 유창하게 잘 사용합니다. 제가 그런 사람만 만난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중국의 여행지에서 만난 중국 대학생들은 모두 다 영어를 유창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다섯째, 일상에서도...지방 축제에서도...
우리는 일상에서도 "넌 어썸가이(awesome guy)", "쿨(cool)한데?", "픽스(fix)됐어?", "스타일리시(stylish)하군.", "체크(check)해바~", "샵 오픈(shop open)했어?", "내가 팔로업(follow up)할께~", "난 그런걸 좋아하는 스타일(Style)이야", "저 남자 핸썸(handsome)한데?" 등등등 셀 수도 없을 만큼 영어단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때, "핫초코 아이스로 주세요~" 라고 하는 손님이 아주 아주 많았습니다. "뜨거운 초콜릿을 차갑게 주세요~"라니...너무 무리한 주문인데요. ㅎㅎㅎ 아무튼 문제는 우리가 이런 표현을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의 단어를 쓰고 있지 않다는 것 입니다.
예로 'Style' 이란 말은 위 문장처럼 성향을 표현하는 용도가 아닙니다. 위 문장을 보면 "난 그런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즉, '나=스타일' 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가 스타일이 아니고 나는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겠죠? 차라리 'type' 이라고 쓰는 것이 근접한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말을 좀 더 바른 표현으로 수정하자면 "내 성격은 정직해. 그게 내 스타일이야.(It's my style.)"라고 표현하는게 좀 더 자연스러운 표현입니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이 이처럼 적절하지 않는 엉뚱한 영어단어와 한국말을 섞어서 말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분들이 한국사람의 대화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잘난 체 하다 들킨 것 처럼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style 표현은 티스토리블로그 이웃 '시애틀 홈스쿨맘'님의 의견입니다. 도움주신 시애틀 홈스쿨맘님께 감사드립니다.)
심지어 이런 풍조에는 정부와 지자체도 한 몫 거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축제가 수백개가 넘는데요 이런 지자체 축제의 이름도 <Hi OO Festival>, <OO mountain Festival>, <OO Healing Festival> 이런 식으로 영어로 만드는 추태를 부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역 농산물 축제도 영어로 짓는 경우가 자주 있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저렇게 지었다고 말도 안되는 핑계는 대지 맙시다. 해외 어느 축제를 가더라도 그 나라 이름으로 된 축제이름이 있고, 그 아래 관광객을 위한 영어로 표기를 해 두었지, 처음부터 외국어로 축제 이름을 짓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글로 축제이름을 짓고 부제목으로 영어를 게재하는게 그들도 더 이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정말 국가마저 나서서 이러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미국인은 모르는 한국에만 있는 콩글리시와 바른표현.
※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잘 못이라는 게 아닙니다. 바른표현을 알아 보고자 쓰는 거에요. 오해마시길...
goal ceremony(골 쎄리머니) → goal celebration
goal in(골인) → goal
back pass(백 패스) → backward pass
back number(백넘버) → uniform number
ground(운동장의 의미로 쓰는 그라운드) → playground
narrator model(나레이터 모델) → promotional model
fighting(파이팅) → Way to go~ 또는 Keep it up~
VTR → VCR(video casett recorder)
diary(수첩, 다이어리) → schedule book, appointment book, day planner
eye shopping(아이쇼핑) → window shopping
심판에게 appeal(어필) → complain
klaxon(글락숀, 경적) → horn
hand phone(핸드폰) → cellular phone
glamour(글래머) → voluptuous woman
gybbs(깁스) → (plaster) cast
dutch pay(더치 패이) → dutch treat
mountain climbing(등산) → hiking
running machine(런닝머신) → treadmill
remicon(레미콘) → ready mixed concrete
remocon(리모컨) → remote control
rinse(린스) → (hair) conditioner
manicure(매니큐어) → nail polish
morning call(모닝콜) → wake-up call
mixer(믹서) → blender
back mirror(백미러) → side-view mirror
bond(본드) → glue
vinyl bag(비닐백) → plastic bag
sharp(샤프) → mechanical pencil
overheat? overeat?(오바이트) - vomit
한국인이 쓰는 말이지만 미국인들은 전혀 다르게 사용하는 표현들.
no mark chance(노 마크 찬스) - 빵점짜리(no mark) 기회(chance) 라는 뜻으로 이해하겠네요.
ment(멘트) - 멘트는 어떤 단어에서 나온 말일까요? 아마 announcement 같네요.
bed town(베드 타운) - 잠만 자기 위한 도시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미국인은 침대를 생산하는 도시라고 생각하겠네요.
self camera(셀프 카메라) - 카메라가 사람처럼 다리가 달려서 혼자서 돌아다니며 찍는 것 같네요.
skin ship(스킨쉽) - 사람가죽(skin)으로 배(ship)를 만든 것 같은 공포가 느껴집니다.
feel green(필 그린) - 녹지가 많아 쾌적한 느낌이라는 의미로 만들었지만,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다는 뜻으로 생각합니다.
A/S - after service(애프터 서비스) - 미국인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요.
여섯째, 마지막으로...
한글은 정말 위대한 문자입니다. 이 말씀은 제가 한국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창제자의 백성사랑이나 문화적 자주사상은 둘째 치고서라도 문자에 담긴 과학적 원리에 세계의 언어석학들이 상찬(賞讚)의 말을 쏟아냅니다. 미국 메릴랜드에 언어학 교수인 로버트 램지 박사는 몇 년전 워싱턴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 강연에서 한글을 '세계의 알파벳'이라고 극찬을 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의 저명한 언어학자 제임스 매콜리 교수가 생전에 보여준 '한글 사랑'은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1999년 작고한 그분은 생전에 매년 10월9일이면 자신의 강의를 휴강하고,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잔치를 벌였는데요. 사람들에서 "세계의 위대한 유산이 탄생한 날을 찬양하고 휴일로 기념하는 것은 언어학자로서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글의 위대함은 유네스코가 문맹 퇴치에 뛰어난 공적을 쌓은 사람이나 단체에 '세종대왕상'을 수여한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됩니다. 정확한 명칭이 '세종대왕 문해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인 이 상은 1989년 6월21일 제정된 후 이듬해부터 매년 9월8일(문맹 퇴치의 날)에 시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대한 문자를 가진 나라의 국민들은 촌스럽다고 배척하고 실 생활에서도 꼭 쓰지 않아도 되는 영어를 구지 쓰겠다고 전 국가가 난리를 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사실 외국어와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우리들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땅히 한국어로 대체할 만한 단어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에요. 예를들어 에어컨, 헤드셋 등등. 이렇게 한국인이 사용하는 한국어 단어는 점점 줄어들고, 외래어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우리 국민들 스스로 그리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이렇게 한글을 안쓰고 외국어/외래어만 늘어나면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결국 한글은 사라질 것이 자명한 일입니다.
저는 영어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고유명사나 IT/디자인 등의 전문분야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한글로 바꾸자는 말씀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일상 생활에서 쓰지않아도 되는 말들을 우리말로 바꾸자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부서나 회사에서는 영어를 쓰고, 우리 일생생활이나 대중문화에서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는 일상에서 또는 회사에서 평소에 필요하지도 않는 영어를 위해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말 뿐이 아닌 한글을 가지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할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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