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한국영화 한 편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오래 전 극장에서 본 영화인데 온라인 다시보기로 한 번 더 보고 정리를 하게 되네요. 영화 개봉당시 <무간도>와 <대부>의 오마주란 이야기도 있고, 여러 작품을 카피해서 교묘하게 저작권을 피해갔다는 둥, 말이 참 많았던 작품이였습니다. 물론 케릭터를 보든, 상황을 보든 비슷한 인물도 있고 똑같은 상황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시나리오를 쓴 박훈정 감독은 갱스터와 느와르라는 장르의 좀 더 섬세한 이해로 비교되는 작품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작품으로 만든 것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자~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 예고편
저는 이 영화를 예고편도 보지않고 누가 출연하는지도 일부러 외면한 체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 <신세계>가 시작하자마다 금세 떠오르는 영화는 <무간도>가 떠오르더군요. 기업형 거대 범죄조직인 '골드문'의 보스 석회장(이경영)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됩니다. 영화 처음 시작하자마자 차를 타고 가는 석회장을 보고 전 농담으로 "설마 트럭에 치여 죽는건 아니겠지?"라고 했는데, 5초후 트럭에 치여 죽더군요. ㅡㅡ;; 아무튼, 이런 구태적으로 조직의 보스의 급사로 인해 조직은 후계자 자리를 두고 서슬퍼런 살기가 흐릅니다. 특히 중국 화교출신 넘버3 정청(황정민)과 국내파 넘버4 이종구(박성웅), 이 둘은 회장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릅니다. 한편 경찰에서는 골드문을 마음대로 컨트롤하기 위해서 8년동안 골드문에 몰래 잠입시켜 둔 정청의 오른팔 '이자성(이정재)'을 이용해 제 3의 인물로 회장을 시키려 음모를 꾸밉니다.
여기까지 보셨다면 영화 <무간도>의 시나리오가 똑같아 보이지 않나요? 그렇다고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가지고 이 영화를 비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 또는 다른 조직에서 상대방 범죄조직에 위장하고 침투해 정보를 빼 오거나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내용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 다루어 왔던 내용이죠. 이런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문제인데요, 하지만 <신세계>는 <무간도>와 비슷한 구석이 너무 많습니다. 송지효가 연기한 '신우'라는 케릭터는 <무간도>의 진혜림이 연기한 '이심아'와 흡사합니다. 조직에 심어놓은 경찰을 제외하고 반대로 경찰에 잠입한 조직원이 없다는 것만 빼면 <신세계>를 한국판 <무간도> 리메이크판이라고 말해도 별로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박정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다른 이야기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영화의 후반부에는 <무간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은 분명합니다. 아류작이라는 말이 듣기싫어 새로운 시도를 한 것 같지만 미안하게도 좀 더 나아간 내용은 얼마 전 제가 리뷰한 명작영화 <대부>와 흡사합니다. 차별화를 시도한 결말의 내용이 다른 두편의 영화를 붙여놓은 것이라니 뒷맛이 썩 개운하진 않습니다.
이렇게 다른 두 작품에 살짝 뿌리를 담그고 있지만 <신세계>는 초지일관 긴장감 넘치고 제법 완성도까지 갖추었습니다. 먼저 이 영화에서는 등장하는 케릭터 하나 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고 적재적소에 잘 배치했습니다. 이자성의 연락책인 '신우(송지효)'는 분량은 매우 적지만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권력이 가지는 잔인한 본능을 강조하는데는 매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도시괴담에나 나올 법한 4인의 '연변거지'는 코믹하지만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공포감이 드는 묘미가 있습니다. 조폭들이 멋있긴 하지만 결코 그렇게 되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 세계는 꽤나 질척하고 공포스럽게 잘 묘사되었습니다.
이제는 진부해질만도 한 소재를 가지고 흥미롭고 섬세한 구성으로 변모시켜 신선한 한국판으로 만들어낸 영화 <신세계>입니다. 오랜만에 씹어먹을 것이 많은 영화가 나와서 개인적으로 정말 기쁩니다. 부디 이 기세를 몰고 나가 박정훈감독이 원래 계획했던 3편의 시리즈로 제작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영화에서도 금연 좀 하면 안되겠니? 영화 런닝타임 내내 한 80% 정도는 담배 피는 씬이다. 가뜩이나 금단증상으로 손 떨리는고만...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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