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을 했고, 또 한 번쯤은 이별을 합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라지만, 아무나 하기에 헤어짐도 '아무나' 하게 됩니다. 헤어지고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세상에 끝난것 같은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도 있을겁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는 나 혼자만 겪었던 전 우주적인 사건인줄로만 알았던 '이별'은 누구나 격는 달달한 사랑의 결과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치고는 750만불 이라는 초저예산 영화로 제작되었는데요, 북미에서만 3,239만 불, 전 세계흥행수입을 다 합하면 개봉 당시 6,072만불을 기록 했었습니다. 이 영화가 북미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7개 극장에서 소규모 개봉한 후, 관객들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적으로 상영관을 늘려가면서 무려 133일 동안이나 극장상영이 되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할리우드 영화시스템의 장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흥행자료 출처: Box Office Mojo)
자~ 영화로 들어가볼까요?
× 예고편
× 대충 줄거리 디비기.
'톰(조셉 고든 레빗)'은 어린시절 영화 <졸업>을 보고 완전히 오해한 나머지, 자신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어느날 톰의 회사에는 사장의 새로운 비서로 '썸머(주이 데샤넬)'라는 예쁜 여자가 입사를 하는데 순간 그녀와 사랑하게 될 것을 톰은 직감합니다. 그런데 썸머는 '사랑', '남자친구' 등이란 말에 구속받기를 극도로 싫어하고, 사랑이 끝나면 발생하는 '아픔'이란 것이 싫어 사랑하길 꺼리는 방어적인 여자입니다. 이건 어린시절 그녀의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얻은 버릇 같은 겁니다. 하지만 둘은 점점 서로를 사랑하는 관계로 빠지게 됩니다만, 톰과는 다르게 썸머는 그 사랑을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자신의 특별한 '마지막 여자'라고 굳게 믿고 있는 톰은 서로의 관계가 소원해짐을 느낍니다. 둘은 끝까지 사랑을 지켜낼까요? 아닐까나? ㅎㅎㅎ
× Jenny Beckman, You BITCH (제니 벡맨, 이 나쁜 女ㄴ)
달다구리한 로맨틱코미디 영화는 사랑하는 커플을 위해 만들어진 장르라 하겠습니다. 보통은 우연히 만나 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일을 계기로 둘은 사랑에 빠지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죠. 커플이라면 로맨틱 코미디를 보며 "우리 사랑은 영화보다 운명적이었어"라고 손을 맞잡은 채 내일을 기약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몇 해째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고 "제발 애인이 생기게 해주세요."라며 간절히 기도해 본 사람들에게 로맨틱 코미디는 SF보다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판타지죠. 어딜 둘러보니? 너말이야 너....ㅋㅋㅋㅋ 암튼, 이 영화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게 시작합니다.
"본 영화는 허구이므로, 생존 혹은 사망한 사람과 어떤 유사점이 있어도 완전히 우연입니다. 특히 너, 제니 벡맨. 나쁜 女ㄴ"
누가 봐도 제니 벡맨에 관한 이야기임을 코믹하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실제 사랑에 빠져있는 작가와 최근 이별을 한 작가가 동시에 집필을 했다고 합니다. 도입부에 거론되는 이름은 실존하는 누군가를 향한 말임은 분명해보이네요. 물론 가명으로 적었겠지만 말이죠.
× 다른 로멘틱 코미디와 다른 두가지
영화 <500일의 썸머>는 다른 로멘틱코미디와 구별되는게 딱 두가지 있습니다. 바로 남여 두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물론 영화 마지막에 또 다시 사랑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영화의 흐름이 남여 주인공의 사랑의 시간과 같이 흘러가지 않습니다. 마치 영화 <메멘토>와 같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해체해서 재조립하는 교차편집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사랑이 시작되고 다음은 바로 헤어지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거기서 영화는 동시에 두개의 시간이 흘러가며 과거와 현재를 보여줍니다. 이런 방식은 기존의 로멘틱코미디 장르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인데요, 제작진은 이런 독창적인 편집기법으로 사랑과 이별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이별을 더 가슴아프게 보여지게 만들고, 사랑은 더 애틋해보이는 '극대화 효과'를 노렸다고 봐야겠습니다. 이별을 보고나서 바로 사랑한 과거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면 가슴이 참 절절해지죠. 에효...
× '나쁜년'과의 달달한 러브스토리
이 영화의 주연 '조셉 고든 레빗' 과 '주이 데샤넬'은 정말로 연인같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였습니다. 특히, 조셉 고든 레빗의 사랑에 대한 고뇌와 고통에 대한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남의 이야기가 아닌것 같은 마치 내 일같이 느껴질 정도로 빛나는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남여 각각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거기서 오는 행복과 이별에 대한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관한 감정들이 세밀하게 잘 표현된 수작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곳곳에 '마크 웹' 감독의 영화 순간 순간마다 번뜩이는 위트가 정말 돋보인 영화였습니다.
한때 뮤직비디오로 명성을 날렸던 '마크 웹'감독의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영화라고 해도 부족함이 전혀없는 눈물날 것 같은 적절한 OST, 그리고 지루할 틈 한순간도 허용하지 않는 시간을 넘나드는 전개, 모두에게 강력추천해 드리고 싶을 만큼 강렬한 오프닝 크레딧이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부디, 그대에게 판타지가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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