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곱씹어도 그건 사랑이였다. 영화 '만추'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영화 <만추>는 대종상영화제 심사 때 봤습니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인데요. 심사당시 제가 음악과 영상의 어울림이 아주 뛰어나 음악으로 점수를 많이 준 영화였어요, 다행히 48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영화 개봉당시 현빈과 탕웨이는 스캔들에 한참 휘말렸었던 영화였죠. 그만큼 둘의 사랑하는 연기와 눈빛의 흡입력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처음 드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사랑영화를 만난 것 같다.'였습니다. 탕웨이는 47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최우수 여자 연기자상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는 조금 늦은 작년에 개봉을 했었는데, 한국영화 사상 중국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만추>,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 음악이 정말 좋습니다. 만추 OST '기다림' 을 들으며 내려가 볼까요?

 

 

 

 

 

 

× 간단한 줄거리

 

애나(탕웨이)는 남편을 살해한 죄로 7년째 감옥에서 수감중입니다. 수감중이던 어느날 어머니의 부고로 72시간 동안 다녀와도 좋다는 허가를 받고 장례식이 열리는 시애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시애틀행 버스에서 누군가에게 쫒기는 듯이 보이는 훈(현빈)이 처음 보는 애나에게 차비를 빌립니다. 훈은 나중에 꼭 돈을 갚겠다며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애나의 손목에 채워줍니다. 훈은 사랑이 필요한 여자에게 에스코트 서비스를 해주고 돈을 받는 일을 합니다만, 지금은 도망중입니다.

 

7년만에 사회로 나온 애나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도, 시애틀의 거리도 모두 낯설기만 합니다. 그냥 이대로 돌아가 버리려 애나는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는데 거기서 훈을 만납니다. 그리고 장난처럼 포기처럼 시작된 둘의 단 하루 동안 애나는 훈과함께 난생 처음으로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낍니다. 서로 이름도 모르는 애나와 훈은 이제 떠나야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 네 번이나 리메이크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탕웨이와 현빈의 <만추>는 신성일과 문정숙씨가 열연한 이만희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얼굴에 피멍이 든 애나의 공포스러운 표정으로 시작해, 그녀는 결국 엷은 미소를 짓습니다. 화면은 탕웨이의 얼굴만을 자주 클로즈업 화면으로 확대해 보여주는데요, 관객은 무표정한 그녀의 미소를 영화가 끝날때까지 간절히 원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얼마간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 애타는 시간의 흐름에 가장 돋보이는 것은 탕웨이의 살아있는 표정연기입니다. 런닝타임 내내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 간혹 엿보이는 기묘하고 고혹적인 표정의 움직임은 꽤 매혹적입니다. 오롯이 배우의 얼굴을 통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 아무리 곱씹어도 그건 사랑이였다.

 

이 영화는 애나의 교도소 휴가 72시간 동안 일어 나는 일을 다룬 영화입니다. 낯선 곳에서 젊은 남녀가 짧은 사랑을 나누는 소재를 다루었지만, 영화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비슷한 컨셉의 영화인 <비포 선셋>같이 막연한 희망을 불어 넣어 주지도 않습니다. 탕웨이가 중국어로 말하고 현빈은 그 말을 알아 듣지 못하면서 "좋아", "좋지 않아" 라고 말하는 동문서답 대화에서는 외로움과 절망 그리고 사랑 등 종합선물세트 같은 다양하고 묘한 감정이 북받쳐 오릅니다. 미국 시애틀, 타국에서 힘겹게 떠도는 젊은 두 남여의 영혼의 사랑은 짧지만 강렬합니다.

 

이게 사랑이였을까? 난 사랑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곱씹어봐도 그게 사랑이였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오랜만에 많은 여운이 남는 사랑에 관한 수작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진득한 색감의 영상과 절묘한 음악의 조화속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내 속의 숨어있는 사랑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드는 마력을 부립니다. 저는 아주 감격적으로 보았지만 일반평점이 7점인 것을 보면 단순히 재밋거리로 본다면 비루한 영화가 될 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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