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가 너무 좋은 나머지 자신이 만드는 다른 영화에 좋아하는 영화의 영혼을 불어넣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한 것을 '오마쥬'라고 하는데요, 이 경우 대사나 주요장면을 인용하거나 뉘앙스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죠. 오마쥬를 두고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고요, 그 영화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의 표시라고 하는게 더 올바른 표현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심야의 FM>도 <택시드라이버>에 대한 오마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 예고편
◎ 간단한 줄거리
'심야의 영화음악실'이란 라디오 프로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잘나가는 DJ '선영(수애)'는 딸의 갑작스런 건강악화로 일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입니다. 그녀는 고민 끝에 라디오 DJ를 그만두려고 결정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라디오 청취자 '한동수(유지태)'로부터 협박을 받기 시작합니다. 협박 내용은 이렇습니다. DJ선영이가 라디오 생방송 진행할 때 그가 이야기하는 미션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는 것. 그리고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더라도 가족은 죽는다는 것. 협박범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러는지 알지 못한 채, 그녀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홀로 범인과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가족을 무사히 구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언뜻 보면 많은 영화의 설정을 차용했습니다. 초반부터 대놓고 들어낸 <택시드라이버, 1976> 오마쥬 뿐만 아니라, 자식의 목숨이 위태로운 싱글맘의 설정은 <세븐데이즈, 2007>를, 방송을 이용한 협박범은 <15분, 2011>, 모든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한동수라는 케릭터는 <다크나이트, 2008>의 조커와 흡사합니다. 특히, <택시드라이버>에 대한 오마쥬가 가장 많이 드러나 있는데요, 영화에서 연쇄살인마 '한동수'의 직업도, 그리고 'TAXI Driver'가 새겨져 있는 열쇠고리와 포스터도 영화속에서 카메라에 무심한 듯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한동수는 '로버트 드니로'와 마찬가지로 창녀와 포주를 죽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머리를 깍고 하고 고선영을 위협하는 모습 또한 그 영화와 똑같습니다.
하지만 <택시 드라이버>에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용사로서 전쟁이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온 후, 전쟁후유증과 공황장애를 겪으며 미국자체가 자신에게 또다른 전쟁터가 되어버린 '트레비스(로버트 드니로)'와는 달리 '한동수'의 범행 동기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여기서 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범인이 왜 범행을 저지르는 지에 대한 동기는 알려주지 않고, 그저 정신병자라고만 치부해 버리고 있으니 머리가 굵을 대로 굵은 관객들이 공감할 리가 없습니다. 또한 전혀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라디오 방송을 무선 이어폰으로 자신의 아파트까지 가서 진행을 한다든지, 어디서 튀어 나온 놈인지 '고선영'의 열렬한 팬이랍시고 한놈이 나타나서 목숨걸고 DJ 고선영을 도와준다든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띨빵하게도 범인을 뻔히 보고도 뒤통수를 친절하게 내주시는 버르장머리 없는 시나리오로 관객을 농락하고 있습니다. 수애와 유지태의 연기력은 출중하였으나 연출력과 네러티브의 부재는 매우 아쉬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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