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보다 잘빠진 독립영화 '힘내세요, 병헌씨'

언젠간날고말거야 · 2013. 10. 22. 08:00 영화/영화리뷰 ·

인생사 한번에 모두 성공할 수도 있지만 단 한번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실패와 눈물을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상업영화감독 입뽕(데뷔)을 꿈꾸며 청춘을 불사르는 예비 감독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한국을 넘어 헐리우드로 진출한 배우 '이병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동명의 감독 '이병헌'을 말합니다. 오늘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인데요, 영화판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이나 감독을 꿈꾸는 모든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만한 그런 영화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영화가 <똥파리> 처럼 주인공이 이병현감독인 줄 알았는데 실제 주인공은 배우 '홍완표'씨 입니다. 어찌나 연기를 리얼하게 하시던지, 조만간 큰 상업영화에서 뵙기를 기대해봅니다. <힘내세요, 병헌씨>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 예고편으로 분위기 파악해봐요.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화장실에서 똥싸고 왔다고 조연출에게 혼나던 병헌(황완표 분)은 연출부는 밀고 나오는 똥도 못싸냐며 발끈해서 그 일을 그만둡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상업영화감독을 꿈꾸며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합니다. 그러나 그의 일상은 오후 늦게 일어나서 밥먹고, 잠시 졸고, 밤에 친구만나 술마시고, 새벽에 들어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시나리오 작업하는게 전부입니다. 한편 방송국에서는 신인감독의 시나리오 작업부터 영화의 제작과정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데 그 대상은 병헌씨인데, 도무지 방송에 쓸 내용은 없고 오로지 술마시는 장면 뿐이라 프로젝트를 접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종일 술만마시고 놀던 병헌씨는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믿기지 않는 말을 합니다. "하루 종일 논것 처럼 보이십니까? 하루종일 생각하고 밤에 한시간 정리한 것 뿐입니다."라며 자신의 천재성을 자랑합니다.

이렇게 시나리오 초안이 완성되고 장편 상업영화 찍기로 계약을 하게되는데, 진짜 힘든 일은 지금부텁니다. 병헌에겐 영화판에 있는 세명의 친구가 있는데, 아직 정식 프로듀서로 데뷔하지 못한 말많은 '범수(양현민 분)', 돈버는 아내에게 절대복종하는 촬영감독 '승보(허준석 분)', 그리고 스카프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무명배우 '영현(김영현 분)' 이런 친구들과 영화를 같이 찍기로 약속합니다. 하지만 첫걸음인 시나리오 작업부터 녹록치 않습니다. PD로 부터 허구헌날 시나리오 수정요청이 들어오고 지지고 볶고 시나리오 수정작업만 수십번, 나중엔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쓰자는 말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결국 영화제작에 돈을 대는 '투자확정'이란 관문을 넘지 못하고 이 프로젝트는 엎어지게 됩니다.

영화감독의 세계는 단편 독립영화부터 시작해 장편 상업영화까지 올라가는 단계를 보통은 철저하게 따르게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한국의 영화감독이거나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진짜 충무로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형식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페이크 다큐멘터리'형식으로 사실적으로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를 쳐다보며 진지하게 멘트를 하기도 하고, 카메라를 의식하며 멋적은 연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 네명의 남자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꾸밈없고 유쾌하며 능청스러워 실화 같기도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실제 <과속스캔들>과 <써니>등의 각색에 참여했던 이병헌감독은 "지금은 그날까지 가기 위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오늘도 그날에 가까워진 하루다."라며 영화판의 선수들에게 유쾌한 위로를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장편 입뽕이 무산되고 영화속에서 병헌이 찍은 단편영화가 한편있는데, 그 영화가 흘러 나옵니다. 제목은 <냄새는 난다.>인데, 영화를 자세히 보신 분들은 정말 정말 재미있을 단편입니다. 매우 매우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