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지 않은 야만시대, 영화 '남영동 1985'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오늘은 아주 무겁고 보기 껄끄러운 영상과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한편을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제5공화국 전두환 전대통령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십니까? 저도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지만, 특히 요즘의 아이들 중에서는 '전두환' 전대통령을 25만원 밖에 없어 국가에 돈을 못내는 사람 정도 밖에 모르고 있는 아이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 외우지 않아 더 그런 것도 있지만, 아직 정치바닥에 그 세력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풍조가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면 빨갱이로 몰려 감옥가고, 광주에서 사람을 수없이 죽인 전두환을 욕하면 곧바로 다음날 빨갱이 간첩으로 잡혀 들어가던 1980년대 암울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최대한 자제하고 이야기 위주로 풀어나가겠습니다. 영화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85년도 전두환 5공화국 시절입니다. 故김근태씨는 민주당시절 상임고문을 지냈고요, 故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던 대부분의 국민들이 다 알고 계실법한 친숙한 분입니다. 이 영화는 故김근태 상임고문이 5공시절 엄청난 고문을 받은 이야기입니다. 김 고문이 돌아가신 후, 남긴 <남영동>이란 수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부러진 화살>처럼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한 '정지영' 감독의 작품입니다. 최근에는 <천안함 프로젝트>를 개봉했습니다.

 

 

 

 

 

◇ 예고편 잠시 보고 가실께요~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985년,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회장으로 활동하다 회장직을 내려놓은 김종태(박원상 분)는 아들과 목욕탕을 갔다오다 느닷없이 경찰에게 연행됩니다. 눈을 뜬 곳은 한 번 들어가면 살아 돌아오기 힘들다는 남영동 대공분실 515호. 남영동 결찰들은 그에게 '폭력으로 국가를 전복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빨갱이'로 만들기위해 모였습니다. 하지만 김종태는 북한에게 받은 지령도 없고, 북한을 가 본적도 없으며, 폭력으로 국가를 전복시킬 계획도 없는 사람이였습니다. 수많은 악날한 고문을 견뎌낸 김종태지만 '장의사'라고 불리우는 무지막지한 고문전문가 '이두한(이경영 분)'의 고문은 견뎌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의 빨갱이 거짓자백을 받아내야하는 남영동 형사들은 이제 악마가 되었습니다. 결국 폭력에 굴복한 김종태는 어떤 자백도 하겠다며, 어떻게 이야기하면 되느냐며 가르쳐달라고 할 지경까지 갔습니다. 서슬퍼런 폭력이 퍼뜩거리는 야만시대를 그는 그렇게 견대냅니다.

 

 

 

 

 

눈에 띄는 배우는 고문전문가를 연기한 이경영의 연기입니다. 그는 "김선생, 김선생"이라 부르며 겉보기에는 젠틀해 보이지만 거짓자백을 받아내는데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매우 잔인한 형사로 등장합니다. 그가 고문을하면 2-3분 안에 그 어떤 자백도 받아내는 무자비한 사람으로 나오는데요, 반면 그에게 고문을 받는 故김근태 고문을 연기한 박원상씨의 연기는 단연 압권입니다. 폭력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폭력이란 것은 그것에 길들여진 사람은 폭력을 향해 반항할 수도 그럴 의지도 없어지게 만드는 무서운 범죄입니다.

 

 

 

 

 

 

온갖 고문과 비명이 난무하는 런닝타임 90분. 전라 상태로 성기노출까지 감수하며 연기한 배우들도 힘들었겠지만,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1985년 22일간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고문으로 인해 故김근태 상임고문은 파킨슨병을 얻어 2011년 12월 숨을 거두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죽지 않아도 죽음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듯, 당해보지 않아도 이 영화만으로 고문의 고통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암울했던 그 시절의 아픔을 모르는 요즘 세대의 아이들에게도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영화입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있지만, 배우의 명연기를 통해 저예산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대단한 수작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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