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동경하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마틴 스콜세지란 감독을 아십니까? 1942년생으로 올해 칠순이 넘은 노감독인 그는 1976년 <택시 드라이버>로 칸영화제의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세상에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그 후로 <분노의 주먹, 1980>, <코미디의 왕, 1983> 등의 작품성 있는 영화를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멋진 영화감독이죠. 그는 영화 이외에도 뮤지컬과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데요, 홍콩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 <디파티드>으로 2006년에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칠순이 넘은 지금까지 영화를 찍고 있다는 자체로도 고무적인 일인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란 실화영화로 그의 건재가 아닌 아직까지 영화적인 에너지가 충만하고, 날카로운 감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이 개봉했다는데 제가 안 볼 수가 있나요. 어제 CGV에서 새벽3시까지 영화극장에서 심야시간에 봤습니다. 그리고 2002년 <갱스 오브 뉴옥> 이후로 로버트 드니로의 뒤를 이은 스콜세지감독의 페르소나인 -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의 한 명인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 온다는데 무조건 봐야죠!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었죠. 올해 3월에 열리는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꼭 수상하기를 기대하며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팔로 팔로미~

 

※ 이 영화는 남자와 여자의 적나라한 음모와 성기노출, 욕설과 음담패설 장면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은 관람할 수 없습니다.

 

 

 

 

 

 

 

간단한 줄기리 (이 영화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줄거리를 읽으셔도 영화감상에 지장이 없습니다.)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1980년대 주식중개인이 되어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꿈을 안고 뉴욕 월스트리트로 입성합니다. 그리고 그가 거기서 배우는 것은 고객의 이익을 실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일한다는 것과 마약, 그리고 여자입니다. 벨포트에게 고참 주식중개인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마약과 창녀는 이 바닥에선 필수라네. 자네가 할 일이 무엇일까? 고객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것? 아니야. 자네는 자네 돈벌이에만 신경 쓰라구. 이 바닥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고객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게 아니라, 고객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인 돈을 '인출'하게 하지 말고 계속해서 재투자하게 하는 것이야. 고객은 통장에 찍힌 허상 같은 숫자만 보고 행복하게 해둔 다음, 자네는 계속 재투자를 해서 수수료를 현찰로 챙기는 것이지."

 

이렇게 멋진(?) 선배에게 조언을 받은 벨포트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월스트리트에서 최고의 수익을 거두는 증권회사를 운영하며 개인요트, 헬리곱터, 최고급 자동차를 가진 억만장자가 됩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조던 벨포트라는 실존인물의 동명의 자서전을 영화화 했습니다. 즉,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벨포트는 미국의 증시가 최악의 폭락사태를 맞이한 1987년 '블랙 먼데이'로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지만, 장외의 싸구려 주식을 사고 팔지만 수수료가 50%나 되는 이른바 '페니 주식' 중개인으로 재기합니다. 그리고 배운 것은 없지만 물건을 파는 일은 잘하는 마약쟁이 친구들을 모아 롱아일랜드 변두리의 자동차정비소를 임대해 사무실을 만들고 '스트래튼 오크몬트'라는 회사를 차리게 됩니다.

장외의 싸구려 주식을 팔고 사던 그는 수수료50%라는 어마 어마한 수수료를 발판으로 다시 재기하는데요, 점차 새로운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가며 돈 많은 큰 고객들에게까지 주식을 팔며 월스트리트에서 주목을 받게 됩니다. 하룻밤 술값과 마약, 그리고 창녀를 사는 돈으로 40만달러 이상을 쓰던 그는 주체할 수 없는 돈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미연방수사국(FBI)의 표적이 되어 추락하게 됩니다.

 

 

 

 

 

 

 

 

자본주의 날것 그대로의 민 낯을 본다.

 

증권회사의 직원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 눈이 먼 고객들에게 주식을 팔아 치우라며 그들을 독려하는 벨포트의 모습은 마치 사이비 종교단체의 부흥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돈에 미친 노예로 만들었을까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비난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돈을 위해서, 마약을 위해서, 여성과의 '잠자리'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들의 모습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돈이 우리에게 이미 종교가 되었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부자가 되겠다고 꿈을 꾸는 한 사람의 흥망성쇠를 통해서 천민자본주의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매우 사실적으로 담아냈다는 것 하나만으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꼭 봐야할 영화라 하겠습니다. 자본주의의 생생한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이 영화를 보고 만약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적나라한 음모와 성기노출 장면과 영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음담패설과 욕설 때문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현실은 몰락했지만 과거의 화려했던 조던 벨포트의 성공담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볼펜을 주며 자신에게 팔아보라는 이야기에 그런 군상들과 동질감을 느껴서 그럴 지도 모릅니다.

 

 

 

 

 

 

 

 

 

월스트리트의 모럴해저드를 폭로한다.

 

천민자본주의를 비아냥거릴 것 같은 사람들마저도 자본주의의 문제를 들춰내기 보다는 그 화려함과 전능한 돈의 맛에 취해 조던 벨포트의 몰락으로 그의 돈에만 욕심 내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은 대단했습니다. 대부분의 세계에서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돈이라는 것에 대한 잔인한 문제점을 들춰내고 있는 이 영화는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3시간의 런닝타임 동안 재즈와 록, 힙합음악이 흘러나오고, 술과 마약, 그리고 문란한 파티까지 이어지며, 미국에서 존재하는 거의 모든 욕설과 음담패설이 난무합니다. 다 제쳐두고 이 영화의 가장 압도적인 점은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접신한 듯한 타락한 주식브로커 연기입니다. 상대를 설득시키는 현란한 말재주, 마약과 여성편력, 그리고 약에 취해 일시적인 뇌성마비 연기까지 그의 연기는 영화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칠순이 넘은 노구의 몸으로 이렇게도 화끈하고 열정적인 코미디를 만들어내며 월스트리트의 모럴해저드를 폭로합니다.

 

 

 

 

그나저나 영화 <어바웃타임>의 '샤롯'역을 맡았었고, 이 영화에서는 '나오미' 역으로 나온 '마고 로비'의 미모가 압도적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요고 한 줄 더 추가하고 싶네요. ㅎㅎㅎㅎ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