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첫사랑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십니까? 세월이 지나 흰머리가 희끗희끗 돋아난 나이에 회상하더라도 <건축학개론>처럼 달달한 첫사랑만 떠오르는 것은 아닐겁니다.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게 우리네 평범한 소시민의 첫사랑은 아마도 찌질했거나 기억을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운 과거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그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그때는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고, 그리고 조급한 마음을 가진 어린 나이였기 때문이죠. 그런 부끄러운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게 마련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은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우리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자 들어가 볼까요?
◎ 예고편
요즘 영화에서 '첫'자가 들어가는 이야기를 들고 나오면 성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첫사랑 이야기를 담은 <건축학개론>과 마찬가지로 오늘 영화는 어린시절 서툰 첫연애 감정과 처음으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아름다운 첫날밤, 불타오르는 남여간의 애틋한 첫사랑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사실적인 나머지, 첫 여자친구에게 "한번만 주라"라며 관계를 구걸하는 남자, 여관비가 없어 소원을 비는 우물속의 동전을 훔치는 남자, 급한(?) 나머지 민속마을의 빈 건물에서 그것을 시도하는 남여, 비어있는 여자친구의 집에 기를 쓰고 가려고하는 남자, 어떻게든 남자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끌여들이려는 여자, 남친과의 첫날밤에 처녀막은 자전거만 타도 없어질 수 있다는 밑밥(?)을 깔고 있는 여자, 등이 나오는데요, 그 외에도 영화와는 다른 남여간에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 날 법한 일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개성파 배우는 '연제욱'씨 인데요, 그는 발정난 강아지같은 찌질함의 그 끝을 보여주는 열혈청년으로 등장합니다. 이전의 영화를 살펴보면 <강철중:공공의 적 1-1>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많은 찬사를 받았고요, 주연데뷔작은 <오프라인>에서 살인법으로 몰리는 짜장면 배달부 역으로 실감나는 연기를 했었죠. <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에서도 그의 연기는 단연 발군입니다. A급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팔딱거리며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 건 오로지 연제욱씨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지금껏 로맨틱 코미디 간판을 달고 있는 영화는 많았지만, 사실 판타지스러운 사랑의 과정은 관객에게 공감을 주진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관객의 목마름을 단박에 해소시켜줄 영화라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른들이 남에게 말 못하는 어린시절 찌질했던 사랑과 이별을 통해 지금의 모습이 있게 되었다는 마치 어른들의 '사랑의 역사'와 같은 영화입니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와 현실감으로 한편 통렬하기까지 합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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