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감독이 끝까지 찍었다면 어땠을까? 영화 '스파이'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가끔은 머리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도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가 바로 그런 류의 영화인데요, 추석시즌을 겨냥하고 개봉했는데 온가족들이 좋아해서 꾸준히 흥행을 거두고 있는 영화입니다. 국가에서 비밀조직으로 운영되는 스파이 '철수(설경구)'와 남편을 회사다니는 착한 장손으로만 알고 있는 아내 '영희(문소리)'의 남편 갈구기(?) 에피소드를 주로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컨셉부터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입니다. 1994년 여름,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출연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트루라이즈> 혹시 기억하십니까? 두 영화가 어떻게 비슷한지 자세히 내려가 볼까요?

 

 

 

 

 

 

◎ 케릭터 예고편

 

 

 

 

 

 

1994년 당시 첩보액션에 목마른 한국에 상륙했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루라이즈>는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가장한채 비밀요원 업무를 하는 남편(아놀드 슈왈츠네거)은 어느날 자동차 딜러(빌 팩스턴)와 바람을 피우려는 와이프(제이미 리 커티스)를 최첨단 첩보장비를 총 동원해 그들을 뒤쫒아 다닙니다. 와이프는 남편이 남편의 본래 직업은 꿈에도 모른채, 첩보요원 남자들을 동경하고 있는데 자동차딜러 남자는 자신을 '첩보요원'이라고 거짓으로 소개하며 접근해서 그녀는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밀회를 즐기려하지만 남편은 끊임없이 이들을 방해하는데, 와이프는 의도치않게 남편의 첩보업무에 개입되게 되는데, 실수로 총을 놓쳐 적들을 모조리 죽이기도 하면서 엉뚱한 매력으로 폭소를 이끌어 냅니다.

 

 

 

 

 

영화 <스파이>는 태생적으로 이 이야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비밀요원인 철수(설경구)는 스튜어디스인 와이프 영희(문소리)에게 자신의 직업을 평범한 회사원이라 속이고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북한의 핵무기 핵심요원 백설희(한예리)는 태국에서 한국으로 망명요청을 하게되고, 대한민국은 그녀를 데려오기 위해 비밀요원들을 태국으로 파견하게 됩니다. 한편, 영희는 비행스케쥴에 따라 공교롭게 태국으로 향합니다. 영희는 태국에서 잘생기고 매너좋은 라이언(다네엘 헤니)을 만나게되고 그에게 빠져들어 사랑에 빠지려고 하는데, 철수가 이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다 공교롭게 영희는 의도치않게 비밀요원 첩보에 개입되게 되는데, 트루라이즈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마구 갈겨대는 총에 북한 첩보요원들은 여기 저기 나가 떨어지기도 하며 그녀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엉뚱한 매력으로 폭소를 자아냅니다.

 

 

 

 

 

 

원래 이 영화의 제작 초기단계에서 제목은 <미스터 K>였는데요, 촬영 중간에 제작진과의 충돌로 이명세 감독에서 <퀵>조연출을 맡았던 이승준 감독으로 바뀌는 바람에 제목이 <스파이>로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은 JK필름의 윤제균 감독인데요, 윤감독은 철저한 실용주의인 반면, 이명세 감독은 잘 아시겠지만 철저하게 아름다움을 찾는 것에 가치를 두는 감독이죠. 애초부터 둘은 코드가 달라서 파국을 예견했다라고 할까요..아무튼...

 

감독이 이승준 감독으로 바뀌면서 영화는 철저하게 웃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연인 설경구와 문소리도 살기위해 웃기는 것 처럼 몸을 아끼지 않으며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어디선가 보았던 식상한 스파이 이야기에다가 치밀함도 떨어지고 어딘가 허술한 구석이 많이 보입니다. 극장에서 많이 웃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극히 저 개인적으로는 단 1초도 웃을 만한 장면이 없었습니다. 이미 모두 예견된 장면들이라서 그럴까요? 어색한 문소리의 경상도 사투리도 거슬리고, 무성의해 보이는 설경구의 연기 또한 실망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JK필름에서 제작한 <퀵>과 <7광구>에대해 혹평을 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혹평을 하게 되었군요. 이명세 감독과 마찬가지로 저와도 JK필름의 윤제균 감독과도 코드가 맞지 않은 것 같군요. 하지만 이미 깨어진 쪽빡을 이어 붙이려고 안간힘을 쓴 배우들과 스텝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명세감독이 끝까지 연출을 맡았다면 어떤 그림이 나왔을까요?

 

 

 

 

 


스파이 (2013)

7.1
감독
이승준
출연
설경구, 문소리, 다니엘 헤니, 고창석, 한예리
정보
코미디, 액션 | 한국 | 121 분 |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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