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고 있자면 한국도 영화제작 실력이 참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감시자들>도 한국의 뻔한 범죄스릴러의 구조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영화입니다. 물론 절정으로 치달을 때 꼭 비가 내리는 구태한 장면들도 많이 보입니다만 그래도 이정도면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티켓파워를 의식해서 캐스팅 된 아이돌그룹 2PM의 이준호씨도 기대 이상으로 호연을 보여줘서 예상을 깨고 영화가 꽤 짜임새 있게 돌아갔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경찰 내부에 범죄자들을 감시만하는 전문조직 '감시반'이 있습니다. 눈으로 본 모든 것을 기억해야하고 동물적 직감과 본능으로 그들을 쫒는 감시반에 뛰어난 관찰력과 눈으로 본 모든 것을 기억하는 '하윤주(한효주)'가 신참으로 합류합니다. 어느날 '황반장(설경구)'이 이끄는 팀의 감시를 뚫고 무장 은행강도가 증거하나 남기지 않은 완전범죄를 저지르며 유유히 사라지는 은행강도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는 철저하게 범죄 계획을 세우는 범죄설계자 '제임스(정우성)'의 계획하게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고 범죄현장에서 자신을 본 사람은 모조리 죽이는 냉혈안인 제임스와 감시반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감시 당하는 사람은 불쾌하고 싫은 일이지만, 감시 당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영화관객의 입장에서는 참 솔깃한 이야기죠. 이 영화에서의 '감시'란 영화 <타인의 삶>과 같이 공산국가의 체재를 유지하기 위한 인권유린의 소지가 있는 '감시'가 아닌 범죄자 또는 용의자를 뒤쫒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소재가 타인을 감시하는 호기심 발동하는 소재에다가 구성마저 고도의 심리전을 이용한 추적은 꽤 흥미진진하고 심장이 조여옵니다. 영화속에서 언제나 등장하는 콤비 경찰은 한효주와 설경구가 등장하는데요, 이 둘은 꽤 호흡이 잘 맞고 연기가 제법 잘 어울려 보입니다. 단연 돋보인 배우는 범죄설계자 제임스 역할을 맡은 정우성인데요, 이 영화는 정우성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그 밖에도 2PM의 이준호도 '다람쥐'형사 역할을 맡았는데 의외로 연기력이 닦여 있어서 톡톡히 제 몫을 한 모습입니다. 조의석, 김병서 두 감독은 때려부시는 기존의 한국 첩보영화에서 헐리우드 본시리즈와 같이 스토리의 완급조절, 그리고 완벽한 한방액션 등으로 아주 솜씨좋게 재미진 영화를 만들어 냈군요.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은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습니다. 선한 눈매를 가진 그의 악역 연기는 같이 출연하는 다른 배우보다 단연 돋보입니다. 대사는 거의 없고 분량은 설경구보다 적은 편이지만 강렬한 눈빛과 공포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절도있고 힘있는 액션은 최고라고 하고 싶군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정우성의 새로운 발견입니다. 특히 좁은 골목에서 17:1 격투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한번도 끊지않고 롱테이크로 단번에 촬영된 이 장면은 훤칠한 키와 탄탄한 근육질에서 빠르게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액선은 정말 황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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