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과 은유가 난무하지만 재미는? 영화 '설국열차'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이시대 최고의 명작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일냈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댄 영화 <설국열차>를 이제서야 봤습니다. 900만 관객은 넘었지만 기여코 천만관객을 반드시 채우겠노라고 2달이 훌쩍지난 아직까지 극장에서 상영을 하고 있는 진상(?)을 부리고 있네요. 역시 대형 배급사가 좋긴 좋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정말로 극과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평론가들 조차도 의견이 분분하죠. 오늘 저는 보통의 다른 평가보다는 조금 야박한 평가를 내리려고 합니다. 만약 설국열차가 독립영화였다면 90점짜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상업영화 그것도 대형 제작사와 배급사의 투자로 이루어진 430억짜리 영화에서 작품이 가지는 고유의 예술적 가치만을 두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재미'가 있어야죠. 이건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문제긴하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재미는 없는 영화였습니다. 대체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먼저 무한퀘도를 돌고 있는 이 '설국열차'의 열차칸 구조는 이렇습니다. 꼬리칸 < 감옥칸 < 단백질 블록 생산칸 < 물공급칸 < 온실칸 < 교실칸 < 객실칸 < 엔진칸 이렇습니다. 꼬리부터 엔진까지 모든 칸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시면 인간의 역사속에서 이루어진 계급투쟁과 이데올로기의 발전과 매우 유사한 은유를 담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열차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이기도 하지만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니 최대한 간단히 기술할께요. 먼저, 식인하며 살던 꼬리칸 시대에서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사람들을 규합하고 힘을 모아 감옥칸을 점령합니다. 이 전투에서 병사들은 야간투시경에 도끼를 들고 있지만, 반란을 일으키는 커티스 일행은 횃불을 밝히면서 전투에서 승리합니다. 이는 과거 수렵사회에서 인간보다 힘이 쎈 동물들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불의 사용에 기인하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물공급칸을 점령하고 온실칸을 점령하는 것은 치수와 함께 농경사회로의 발전을 이야기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한 곳에 정착할 수가 있었고 모여사는 '사회'라는 공동체가 형성되게 됩니다.

 

 

 

 

 

 

인류의 공동체가 형성되면 이제 그 조직의 통제가 매우 중요하게 대두됩니다. 그래서 다음칸인 교실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통제된 사회일 수록 사람들은 교육과 계몽에 더 잘 고양되는 습성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아이들에게 윌포드를 찬양하도록 교육시키며 몇 년전 '7인의 반란'이 실패한 것에 대해 세뇌시키며 윌포드 독재에 대한 도전의 싹을 애시당초 잘라버립니다. 교육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내는 가는 지금의 북한사회를 보시면 잘 이해가 되실겁니다.

그리고 다음 객실칸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의 식당칸이 나오고, 다음은 마약에 찌든 퇴폐적인 객실칸이 나오게 됩니다. 이는 인류사회가 발전할 수록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점점 향락과 퇴폐를 쫒게 된다는 이야기겠죠. 그리고 마지막 엔진칸에서 끝판대장인 우두머리 윌포드를 만나게 됩니다. 이는 피지배층이 계급투쟁으로 결국 지배층이 되어 혁명이 성공하였음을 말합니다.

 

 

 

 

 

하지만 윌포드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집니다. "자신이 죽더라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열차라는 폐쇄되어 있는 작은 공간에서는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균형을 맞춰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구를 맞추기 위해 꼬리칸의 사람들을 죽여야하고, 식량으로 바퀴벌래로 만든 단백질블록을 먹어야 하며, 각자가 맡은 곳에서 맡은 바 임무를 해야한다. 원활한 통제를 위해서는 공포와 폭력을 쓸 수 밖에 없으며 그 동력으로 열차는 달린다...." 이는 커티스가 혁명성공으로 열차를 지배하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자신과 똑같이 해야만 모두가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

 

마지막으로 남궁민수(송강호)와 요나(고아성)가 통제된 사회에서 자유와 미래를 향해 열차밖으로 나갈 때, 저 멀리 곰을 줌인해서 보여줍니다. 이는 빙하기에서 서서히 눈이 녹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의미겠죠. 동물도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곰으로 보여준 것을 보아 열차 밖에는 초식동물과 물고기, 그리고 식물이 있는 완전한 생태계가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수많은 상징과 은유들로 빼곡히 채워넣은 이 영화는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케이블방송의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님과 이야기할 때 "재미는 없던데요?" 그러니까 그분이 그러더군요. "이런 무식한 양반을 보았나, 이 영화는 온갖 은유들과 상징으로 가득차 있는거 몰랐어?" ㅡㅡ;; 아니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까. 전 단지 재미가 없다고 하는 것 뿐인데... 이렇듯 다들 재밌는 영화라고 말할 때, 혼자 재미없다라고 말하면 뭔가 무식하거나 영화 볼 줄 모른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다들 복잡한 은유를 알게된 이상 재밌다고 해야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을 받으십니까? 무식하다는 소리 듣는게 무서우십니까? 계급투쟁과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하는 영화는 재미없다고 말하면 무식한 사람이 되는 걸까요? 천만관객을 위해 다른 영화들의 기회마저 박탈한 채 꾸역꾸역 상영하고 있는 이 영화야말로 엔진칸에 있는 독재자 '윌포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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