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판에는 작지만 큰 변화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형영화보다 작은 영화라고 불리우는 독립영화의 분발이 눈에 띕니다. 최근 보름동안 독립영화를 한 20여편을 보았는데요,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영화를 앞으로 몇 편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가시꽃>이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었는데요, 평단의 호평이 쏱아졌던 영화입니다. 어딘가에서 숨어있다 짠~ 하고 혜성같이 나타난 영화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죠. 베를린국제영화제 주최측에서는 이 영화의 '이돈구'감독의 연출력을 "박찬욱과 김기덕 영화를 이을 잔혹미학"이라는 표현까지 썼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보겠습니다.
◎ 예고편
◎ 대략적인 영화의 줄거리
어찌보면 조금 바보처럼 조금 모자라 보이는 '이성공(남연우 분)'은 어린시절 지은 죄로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불량한 친구들과 함께 한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에 가담했습니다. 그 후, 평생을 착하게 살지만 그는 늘 그날의 죄책감을 씻을 수 없습니다. 어느날 이성공은 죄책감에서 벗어나려 교회를 다니는데, 거기서 과거 친구와 성폭행을 했던 바로 그 여학생 '장미(양조아 분)'를 만나게 됩니다. 장미는 어른이 된 지금까지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성공은 자신의 과거를 모른채 좋아해 주는 장미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는 그녀에게 더 이상 다가갈 수 가 없습니다. 이성공은 그녀에게 저지른 잔혹한 죄를 씻어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성폭행에 가담했던 10년 전의 그 친구들을 하나 하나 찾아가 치열한 핏빛 속죄를 합니다.
◎ 제작비 300만원으로 만든 영화.
이 영화가 완성되어 개봉한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이돈구 감독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한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목욕탕 때밀이, 세탁소 배달, 주차 알바 등을 하면서 100만원을 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총 제작비 300만원 중 200만원은 친구에게 빌려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듣기만해도 눈물이 짠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영화를 제작하면서 스태프도 최소화해서 총 10명의 스텝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그것도 현장 스텝은 4명밖에 없었습니다. 감독1, PD1, 촬영1, 오디오1 이렇게 .... 심지어 카메라 빌릴 돈이 없어 DSLR을 사용했고, 조명도 없어 밤 촬영은 가로등 아래서 찍었습니다. 끼니마저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때우며 이들은 총제작비 300만원 중 294만원을 쓰고 6만원을 남겨서 크랭크업 이후 스텝들과 삼겹살을 사먹었다고 합니다. 아...정말 영화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는거죠.... ㅡㅡ;;
◎ 성폭력, 죽음으로도 씻을 수 없는 죄.
감독은 남자들의 성폭력에 관해 무감각한 죄의식에 대해 경종을 울립니다. 그리고 성폭력은 교회를 다니며 회개하여 주님의 용서를 받았다손 치더라도, 결코 죽음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죄악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성공이가 친구들을 찾아가 10년 전 우리가 한 짓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어?" 라고 묻습니다만, 친구들은 하나 같이 "10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지금 어쩌라고?", "너 나한테 대체 왜이러는데?" 이런 반응입니다. 성공이는 최소한 장미가 짊어진 평생의 고통을 친구들이 조금은 미안해 해주길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바보같이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성공이의 얼굴에서 차갑고 무섭게, 그리고 잔인하게 행해지는 핏빛 속죄는 관객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합니다. 평생 가시를 두르고 살았던 장미는 이제 성공이를 받아들이려 하지만 성공이은 죄책감으로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것도 비극입니다. 성공은 그녀에게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했던 것 처럼 자신에게도 스스로 죽음의 단죄를 내립니다. 그러한들 그녀는 앞으로 남아있는 인생을 계속 고통속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죽음으로도 그 죄를 씻을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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